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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성’에 눈 뜬 美…여전히 통제권은 놓지 않았다
28일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을 만나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사우디의 농축 권한 보유 여부겠지만, 한 방향으로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이른 측면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미국과 사우디는 22일(현지시간) 30년 기한의 원자력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협정의 골자는 미국과 사우디가 2년간 공동연구를 진행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미국 기업이 사우디 현지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이 사우디에 원전을 건설하고 원전 연료를 위한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 연료 재처리 기술은 이전하되, 농축·재처리에는 미국인력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사우디 ‘현지’에 농축시설을 지을 수 있다는 점은 미국이 그동안 다른 국가들과 원자력협정을 체결할 때, 늘 원칙으로 내세우던 ‘골드스탠다드’에 예외가 발생했다. 골드스탠다드는 ‘협정 상대국 영토 내 농축·재처리 영구 포기’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추가의정서(Additional Protocol) 채택’ 등 2가지 요소를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이다.
물론, 미국과 사우디의 협정이 체결됐다고 해서,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 권한을 즉각 부여한 것은 아니다. 2년 간 공동연구에서 경제성과 타당성이 입증된다고 해도 사우디는 직접 농축을 할 수 없으며 미국 기업이 사우디 영토 내에서 농축 시설을 운영하고 사우디는 미국 인력이 만든 ‘완제품 농축 우라늄’을 받아 써야 하는, 이른바 ‘블랙박스’ 형식을 지켜야 한다. 그럼에도 사우디 영토 내에서 우라늄 농축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었다는 점에 미국의 기존 비확산 기조에 변화가 감지됐다는 게 국제사회의 평가다.
이번 결정에는 ‘거래’를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향이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협정 체결로 미국 원전 기업들은 사우디에 진출할 수 있게 됐으며 사우디에 원전 기술을 제공하려던 중국이나 러시아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이 이번 협정으로 사우디를 미국 중심의 질서로 끌어안으면서 중·러의 영향력을 막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협정문이 공개되지 않아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이번 미-사우디 협정은 양국간 상업적 협력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고 했다.
◇완전한 농축·재처리 권한 목표로 하는 韓
다만 이 조치가 독자적 농축·재처리 권한을 요구하는 우리 정부와 미국과의 협상에 줄 수 있는 영향력은 크지 않다는 게 정부의 관측이다. 우리 정부는 2035년 6월 종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에 맞춰, 2035년께 자체 핵추진 잠수함을 실전투입하며 연료를 자체 확보하는 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정상 간 합의를 계기로 원자력 협력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고, 지난 6월 초 첫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도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를 통해 자국 법률과 한미 원자력 협정 범위 안에서 한국의 민수 목적의 농축·재처리 절차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실무 협상을 시작한 바 있다.
한국의 원자력 능력과 원전 운용은 사우디와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우리 손으로 직접 농축을 하는, 완전한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원자력협정에서도 ‘상업적 요소’를 고려하거나 중국과 러시아를 제어하려고 한 점은,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공동연구 방식을 제시하고 블랙박스 형식으로 사우디인들의 접근을 제한하며 ‘통제권’을 확보한 점은 여전히 ‘핵 확산’에 큰 우려를 하고 있다는 걸 방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사우디에 제시한 방식을 한국에 제안한다면, 우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 역시 “미-사우디 협상과 우리의 협상의 직접적 관계는 없다”면서도 “기회와 도전이라는, 간접적 함의는 있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빠른 시일 내 한미 원자력 협상을 이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3일 서울에서 미국 정부대표단과 핵잠·원자력 협정 1차 회의를 열고 이달 중 미국 워싱턴에서 2차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회의는 아직 열리지 않은 상태다. 미국이 이란 전쟁에 집중하고 있는데다 한국의 대미투자 이행 추진 속도에 대한 미국 측의 불만도 커지며 협상 속도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2차 협의를 조율 중이나 날짜는 잡히지 않았다”며 “일정을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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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주(오른쪽) 외교부 1차관과 앨리슨 후커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이 지난달 2일 서울 광화문 외교부청사에서 한미 정상회담 안보분야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실무협상단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외교부 제공]](https://images-cdn.newspic.kr/detail_image/179/2026/7/28/55c12686-788e-4d53-8833-64510990c0f0.jpg?area=BODY&requestKey=w3Hru7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