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위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 전 총리가 증언을 거부했다.
28일 오후 2시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위증 혐의 항소심 공판에 한 전 총리는 증인으로 출석했다.
다만 그는 증인 신문이 시작되기 전 발언권을 얻은 뒤 "저와 관련된 사건이 대법원에 상고되어 선고를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질문에 답변할 경우 본인 재판에 잘못되게 될 가능성이 커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따라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형사소송법상 권리를 인정해 증언거부권을 수용했다.
이후 진행된 증인 신문에서 한 전 총리는 내란 특검측(조은석 특별검사)의 질문 일체에 진술을 거부했다. 특검측은 한 전 총리에게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사건 진술 진위 △계엄 당일 밤 대통령실 집무실 및 대접견실 이동 정황 △국무위원 추가 소집 건의 여부 △비상계엄 선포문 배포 과정 등을 질문했으나 한 전 총리는 "진술하지 않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다만 그는 "2024년 12월 3일 20시 40분경 대통령의 연락을 받고 대통령실에 도착했느냐"는 특검 측의 질문에만 "맞다"고 짧게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한 전 총리의 진술 거부로 이날 증인 신문은 진행된 지 15분 만에 종료됐다.
증인 신문이 종료된 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특검 측의 공소사실을 전면 반박했다.
우선 이들은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위원 일부만을 먼저 부른 경위에 대해 "비상계엄 발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질서 유지와 국민 안전이었으며, 이를 위해 극도의 보안 유지가 필수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번에 모든 국무위원을 부르기보다 안보·치안 관련 핵심 위원을 1차 소집하고 이어 민생·경제 위원을 2차 소집하는 순차 계획을 세운 것"이라며 "전체 국무위원에 대한 개별 통지 의무 규정이 없는 만큼 이는 대통령의 고도 재량 영역"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들은 계엄 당일 소집 장소가 대통령실 7층 국무회의장이 아닌 5층 대접견실이었던 점과 의사록·부서 등 절차가 생략된 점에 대해서도 해명을 내놨다.
변호인단은 "7층 회의장에서 주례 회의처럼 준비할 경우 보안 유지가 불가능하다"며 "안건 사전 배부 생략이나 사후 온나라 시스템을 통한 전자 결제 부서 등은 긴급 국무회의의 특성과 관련 법령상 규정에 부합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특검 공소장에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불확실한 추측이 남발됐다"며 "형사 재판의 원칙인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이 부족하므로 특검의 항소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도 발언권을 얻은 뒤 "국무회의를 안 할 것이라면 보안이 엄중한 시기에 총리와 국무위원들을 용산 대통령실로 부를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변호인 측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또한 그는 당시 현장에서 종이에 서명을 받으려 했다는 정황에 대해서도 "부서가 아닌 단순 참석 확인용 서류였다"고 해명하며 "계엄 전 국무위원 부서를 받았던 과거 1980년 5·18 당시 사례야말로 헌법 기관을 무력화한 범죄였다"며 자신은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의견을 청취한 재판부는 특검과 윤 전 대통령측 모두에게 한 전 총리의 타 사건 판결문 진술 내용과 윤 전 대통령의 기존 진술 간 상충되는 부분에 대한 추가 의견서 제출을 명령했다.
양측의 주장이 정리되자 재판부는 추가 증인 없이 재판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하고 결심 공판 기일을 8월 19일로 잡았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증인 신문 없이 양측의 최종 변론과 피고인인 윤 전 대통령의 최후 진술을 듣기로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한 전 총리 내란 중요 임무 종사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계엄 당일 한 전 총리가 건의하기 전부터 국무회의를 계획한 것처럼 허위로 증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재판에서 특검측이 윤 전 대통령에게 "한 전 총리가 합법적 외관을 갖추기 위해 국무회의를 소집하자고 건의했는가"라고 묻자, 윤 전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이 외관을 갖추려고 온 인형도 아니고 너무 의사가 반영된 질문 아니냐"고 답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지난 5월 "위증죄는 기억에 반하는 진술에 대해 성립하고, 주관적 평가나 진술은 위증죄 대상이 안 된다"라며 윤 전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비상계엄 관련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이 받은 첫 번째 무죄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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