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판으로 주목받는 유리기판 상용화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 SKC의 2분기 실적이 엇갈렸다.
LG이노텍과 삼성전기는 AI 서버와 고부가 반도체 기판 수요를 기반으로 가파른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고 SKC는 영업적자를 이어갔지만 화학과 동박, 반도체 소재 사업 회복을 통해 반등 기반을 마련했다.
3사 모두 차세대 기판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유리기판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당장의 실적을 책임지는 주력 사업은 서로 다르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와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LG이노텍은 모바일 카메라 모듈과 반도체 기판, SKC는 화학·동박·테스트 소켓이 현금 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다.
AI 투자 확대가 기존 주력사업의 고부가 제품 전환을 촉진하면서 유리기판 상용화에 필요한 투자 여력에도 차이가 나타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팬아웃 패널레벨패키징(FO-PLP)과 유리기판 시장 규모는 지난 2024년 6억5000만달러에서 오는 2030년 81억달러(약 12조5000억원) 이상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최근 대형 AI 반도체 도입 확대로 고부가가치 기판 솔루션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유기 소재) 기판의 한계인 열에 의한 휨(워피지) 현상과 전력 공급 불안정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꼽힌다. 유리는 실리콘과 열팽창계수가 유사해 대형 패키지에서도 높은 평탄도와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LG이노텍, 영업익 21배…반도체 기판까지 성장
LG이노텍은 올 2분기 매출 5조5272억원, 영업이익 245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41%, 영업이익은 2057% 증가했다. 영업이익이 1년 만에 약 21배로 늘어났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11조621억원으로 처음 10조원을 넘어섰다. 계절적 비수기에도 모바일용 고부가 카메라 모듈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됐고 RF-SiP와 FC-CSP, FC-BGA 등 반도체 기판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광학솔루션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4조5179억원으로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패키지솔루션사업은 20% 늘어난 4984억원, 모빌리티솔루션사업은 10% 증가한 5109억원을 기록했다.
LG이노텍의 실적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모바일 카메라 모듈 중심의 성장에 반도체 기판이 새로운 축으로 가세했다는 점이다. AI 반도체와 고성능 모바일 칩 수요 증가로 고부가 패키지 기판 판매가 확대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가 점차 다변화하고 있다.
회사는 수요 확대에 대응해 베트남 반도체 기판 공장 증설에 착수했고 추가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광학사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패키지 기판과 자율주행·로봇 등 피지컬 AI 분야에 투입하는 구조다.
다만 광학솔루션 매출 비중이 여전히 80%를 웃도는 만큼 특정 모바일 고객사와 스마트폰 신제품 주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과제로 남는다. 유리기판과 FC-BGA가 실질적인 수익원으로 성장해야 사업 다각화 효과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 AI MLCC로 4년 만의 두 자릿수
오는 30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기는 세 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기의 2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3조3037억원, 영업이익 4015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6%, 영업이익은 88.5% 증가한 수준이다.
전망치 기준 영업이익률은 약 12.1%다. 실제 실적이 이에 부합하면 삼성전기는 2022년 3분기 이후 약 4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를 회복하게 된다.
수익성 개선의 중심에는 AI 서버용 MLCC가 있다. AI 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더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고온·고전압 환경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대용량·고신뢰성 MLCC 탑재량이 많다. 제품 단가와 수익성도 일반 정보기술용 부품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기가 최근 한 달 동안 확보한 AI 서버용 MLCC 계약은 7500억원 규모다. 실리콘 커패시터를 포함한 올해 AI 서버 부품 계약 규모는 2조2500억원에 달한다.
FC-BGA도 실적 개선을 뒷받침하고 있다. AI 반도체의 연산 성능이 높아질수록 기판 면적이 커지고 회로층도 복잡해져 고사양 제품의 기술 진입장벽이 높아진다. 공급업체가 제한된 상황에서 제품 구성 고도화가 삼성전기의 평균판매가격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기는 올해 1분기 생산능력 확충에 2039억원을 집행했으며 이 가운데 1546억원을 MLCC 사업에 투입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와 내년 설비투자 규모를 각각 3조1000억원과 4조6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사업에서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수록 유리기판 연구개발과 양산설비 투자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 3사 가운데 유리기판 투자 경쟁에서 가장 안정적인 현금창출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SKC, 적자 줄이고 글라스기판 상용화 속도
SKC는 올해 2분기 매출 6454억원, 영업손실 14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 분기보다 약 30%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절반가량 줄었다.
상각전영업이익인 'EBITDA'는 291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약 3배 확대됐다. 2개 분기 연속 EBITDA 흑자를 기록하며 현금 창출력 회복 가능성을 보여줬다.
실적 개선은 화학사업이 이끌었다. 화학사업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218% 증가한 305억원을 기록했다. 프로필렌글리콜과 프로필렌옥사이드 판가 상승,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 원가 절감 효과가 반영됐다.
동박사업은 매출 2540억원으로 역대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북미 매출 비중이 67%까지 높아졌고 에너지저장장치용 동박 판매량은 76%, 전기차용은 28% 증가했다.
반도체 소재사업도 매출 729억원, 영업이익 213억원으로 비교적 높은 수익성을 유지했다. AI 데이터센터용 테스트 소켓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다.
SKC는 세 회사 가운데 유리기판 사업의 상용화 일정이 가장 구체적이다. 임베딩 제품과 논임베딩 제품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초기 신뢰성 시험과 고객사 기술검증에 들어갔다.
미국 통신기업에 차세대 네트워크 반도체용 논임베딩 시제품을 공급했고 임베딩 제품도 초기 신뢰성 평가를 시작했다. 아직 유리기판이 매출에 본격적으로 기여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고객 검증 단계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사업 진척도는 상대적으로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SKC는 여전히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유리기판 투자를 뒷받침할 재무 여력을 지속해서 확보해야 한다. 1조1647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마무리해 부채비율과 순차입금을 낮춘 것도 신사업 투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유리기판 경쟁, 결국 본업 체력이 좌우
3사의 2분기 실적은 유리기판 시장 선점 경쟁에서 본업의 수익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MLCC와 FC-BGA를 기반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확보하고 있고 LG이노텍은 모바일 카메라 모듈의 현금창출력에 패키지 기판 성장을 더하고 있다. SKC는 적자를 축소하는 동시에 동박과 테스트 소켓의 회복을 통해 신사업 투자 기반을 다지고 있다.
유리기판은 기존 유기 기판보다 표면이 평탄하고 열에 의한 변형이 적어 대형 AI 반도체 패키지에 유리하다. 반면 정밀 가공과 미세 배선, 수율 확보가 어렵고 초기 설비투자 부담도 크다.
결국 기술 검증뿐 아니라 고객사 확보와 양산 수율, 장기간 투자를 견딜 수 있는 재무 체력이 사업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당장은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실적 측면에서 앞서고 SKC가 상용화 일정에서 속도를 내는 구도다.
하반기에는 SKC의 고객사 기술검증 결과와 삼성전기·LG이노텍의 유리기판 투자 구체화 여부가 경쟁 구도를 가를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관계자는 “유리기판은 양산까지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한 사업인 만큼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장기간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기존 사업의 수익성과 재무 여력이 시장 선점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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