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원자력 협정 전제 조건…"협정 파기 가능성은 적어, 상황 지켜볼 것"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조건으로 미국이 내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수용하겠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 매체 더힐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는 사우디가 미국의 도움으로 민간용 원자력 프로그램을 가동할 길을 열어주는 '패키지 딜'을 성사하기 위한 핵심 조건으로 거론돼왔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요구하는 미국에 그 대가로 우라늄 농축 권리 등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장관이 지난 22일 이른바 '123 협정'으로 불리는 원자력 협정 체결을 발표했을 때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는 협정 조항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체결 바로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 전제 조건으로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즉 '아브라함 협정' 가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우디는 관계 정상화 조건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대해 구체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일정을 제시하도록 이스라엘에 요구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거부해왔다.
가자지구 전쟁, 서안지구 및 레바논에서의 무력 충돌 등으로 인해 사우디가 이스라엘을 포용하기는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더힐은 설명했다.
컨설팅 그룹 '사우디 엘리트' 의장인 지정학 전문가 모하메드 알하메드는 더힐에 "사우디의 이스라엘 승인이 원전 협정의 공식 조건이었다면 협정 체결 전 협의되고 명시적 조항으로 포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주로 이스라엘 지지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국내 지지층을 겨냥해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원자력 협정 이행을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사우디가 미국과의 협정을 완전히 파기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러시아와 중국이 민간 원전 협력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사우디가 미국과의 장기적 파트너십에 더 큰 가치를 둔다는 이유에서다.
마이클 라트니 전 주사우디 미국 대사는 "사우디는 원자력 에너지를 개발한다면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이뤄지기를 바라고, 원전 구축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협정 전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 기업들이 사우디의 원자력 인프라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하기 위한 수십억 달러 규모 장기 계약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하면 라트니 대사는 사우디 당국자들이 우선 숨을 고르며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할 만한 행동을 자제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우디 입장이라면 '미국 기업에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인데 트럼프가 이 대형 계약을 무산시키고 싶어 할까?'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그들은 일단 멈춰서서 숨을 고르고 상황이 어떻게 흐를지 조용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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