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경찰이 수사제도 전반의 신뢰 회복을 위해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한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이하 수사개혁위)를 출범시켰다. 수사개혁위는 부실수사와 경찰 내부 유착 의혹을 드러낸 ‘장윤기 사건’을 첫 의제로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개혁위가 수사 신뢰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제도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더 나아가 내부 반발을 사고 있는 순환인사제와 경찰의 확대된 수사 권한에 대한 견제 장치까지 아우르는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수사개혁위는 전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첫 회의를 열고 위원회 운영 방향과 구성, 주요 논의 과제 등을 논의했다. 수사개혁위는 문재인 정부 당시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장 출신인 김남준 변호사가 위원장을 맡았으며 법조계와 학계 외부 위원으로 구성됐다.
우선 수사개혁위는 위원회의 독립성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기존 ‘경찰 수사 신뢰 제고를 위한 쇄신 태스크포스(TF)’ 명칭을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한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로 변경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안건은 경찰청이 제시하는 사안뿐 아니라 위원들이 직접 제안할 수 있도록 했으며 피해자 관점을 반영하기 위해 피해자를 대표하는 위원도 추가 위촉하기로 했다.
수사개혁위는 앞으로 매주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현장 경찰관과 피해자 단체 등의 의견을 폭넓게 청취할 방침이다.
다음 회의에서는 장윤기 사건 수사 경과와 문제점에 대한 추가 보고를 받은 뒤 부실수사 여부와 경찰 조직의 구조적 문제를 사실관계에 기반해 검토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재발 방지 대책과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성폭력 피해자 단체의 의견을 청취한 뒤 전세사기와 보이스피싱 등 민생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순차적으로 수렴할 계획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셀프 쇄신’ 우려에 대해서 김남준 위원장은 “내부위원은 간사를 제외하면 3명뿐이며 외부위원도 계속 확대할 것”이라며 “독립적이고 공정한 논의를 거쳐 권고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수사개혁위는 우선 오는 10월 중대범죄수사청 출범 전까지 활동하며 수사제도 개선 권고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후 권고안의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수사개혁위가 경찰 수사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개혁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장윤기 사건’ 초동수사 과정에서 부실수사와 증거인멸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수사 역량과 책임성에 대한 비판이 커졌고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수사개혁위가 출범한 만큼 이번 개혁의 실효성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수사개혁위 출범 전인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뼈를 깎는 심정으로 경찰 수사 전반을 쇄신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 나아가 경찰이 검찰의 수사권 조정으로 상대적으로 큰 권한을 갖게 된 만큼 권한에 상응하는 통제 장치를 마련하고 수사 효율성과 인권 보호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찰이 장윤기 사건 후속 대책으로 발표한 순환인사제도 수사개혁위가 다뤄야 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 다만 일선 현장에서 수사 전문성 약화와 생활 여건 악화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 제도 도입을 둘러싼 내부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관련 예산 확보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현재 경찰은 총경급 이상은 1년, 경정급은 1~2년 단위로 순환인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를 경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순환 범위와 대상 지역 등 구체적인 시행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이동비 지원과 관사 제공 등 지원책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이를 두고 현장에서는 수사 전문성 저하와 생활 기반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지난 27일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책임자 처벌이 우선돼야지 모든 경찰관에게 일률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방식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제도 도입에 반대했다.
예산 확보도 순환인사 확대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감 계급 현원은 2만9616명이다. 순환인사 대상이 경감까지 확대될 경우 관사 제공과 이전 비용 지원 등을 위한 추가 재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수사개혁위가 단순히 장윤기 사건의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경찰 수사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은 물론 내부 반발이 큰 순환인사제와 확대된 수사 권한에 대한 견제 장치까지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해법을 마련해야 실질적인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라대 경찰행정학과 이정덕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개혁이 장윤기 사건에 대한 일회성 대응이라는 결과를 남겨서는 안 된다”며 “경찰서와 시·도경찰청의 수사 지휘·관리 체계 등 구조적인 문제를 들여다봐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또 수사개혁위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법조계 인사 중심의 구성에서 벗어나 수사 실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폭넓게 참여시켜야 한다”며 “더 나아가 검찰 조직 개편을 앞둔 상황에서 경찰이 수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정립한다는 관점에서 수사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내부에 반발을 산 순환인사제와 관련해서는 “일률적인 확대보다 수사·형사 부서와 팀장급(경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순환근무 대상자에게는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제도 시행에 앞서 시·도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운영 개선 등 수사 통제 장치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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