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 모두에게 약이 되지는 않았다.
일본 독립리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에서 함께 뛰었던 스기모토 코우키(25·KT 위즈)와 미야지 유라(26·삼성 라이온즈). 이들은 올시즌 나란히 KBO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시즌 평균자책점만 놓고 보면 두 선수의 차이가 크지 않다. 스기모토는 4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07, 미야지는 36경기 평균자책점 5.87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최근 흐름과 팀 내 입지는 전혀 다르다.
스기모토와 미야지가 아시아쿼터로 영입될 당시 공통된 우려가 있었다. 둘 다 일본프로야구(NPB) 1군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스기모토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일본 독립리그팀인 도쿠시마에서 뛰었고, 미야지는 2024년 같은 팀에 합류해 함께 한 시즌을 보냈다. 미야지는 지난해 NPB 2군 팀인 쿠후 하야테 벤처스 시즈오카에서 뛴 것이 프로 경력의 전부였고, 스기모토는 프로 무대를 밟아본 적이 없었다.
실제로 이들은 적응기를 거쳐야 했다. 스기모토는 5월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8.68로 크게 흔들렸고, 결국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KT 퓨처스(2군)팀에서 약 2주 동안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야지 역시 시즌 내내 제구 불안을 노출했고, 기대했던 150㎞대 후반의 구속도 나오지 않았다. 전반기 막판 한 차례 2군에서 재조정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이후 흐름은 완전히 갈렸다. 스기모토는 7월 들어 KT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11경기에서 11이닝을 던져 1승 6홀드 평균자책점 1.64를 기록했고, 피안타율은 0.135에 불과했다. 삼진은 17개를 잡아냈다.
KT가 후반기 9연승을 달리는 동안 스기모토의 존재감은 더욱 빛났다. 연승 기간 팀 내 최다인 9경기에 등판해 9이닝 동안 1승 5홀드를 기록했고, 8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시즌 14홀드로 리그 공동 4위까지 올라섰다.
스기모토는 '임시' 마무리 후보로도 거론될 정도로 안정감을 인정 받았다. 오는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차출되는 박영현의 빈자리를, 이강철 감독은 스기모토로 채우는 방안을 세우고 있다.
반면, 미야지는 끝내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최일언 투수코치의 집중 지도를 받은 미야지는 후반기 초반 2경기 연속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 2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구원 등판 직후 초구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다. 헤드샷이 아니라고 정정됐지만, 삼성 벤치는 미야지에게 믿음을 주지 않고 곧바로 교체했다. 결국 미야지는 다음 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미야지에 대해 "기술적인 문제보다 심리적인 문제가 크다. 그 정도로 제구가 안 되는 투수는 아니다"라고 진단한 바있다. 그러나 반복되는 제구 난조 속에 끝내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고, 두 번째 2군행과 함께 거취도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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