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민석 당 대표 후보가 정청래 후보를 겨냥해 제기한 '신천지 개입설'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와 친정청래계 최고위원 후보들이 "근거가 없으면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강하게 반발하는 등 계파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통일교와 신천지의 정치권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정교 유착 합동수사본부가 신천지가 민주당에도 조직적으로 집단 가입한 정황을 발견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당장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보수야당은 철저한 수사와 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당내에서는 계파 갈등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민석-정청래-송영길, '신천지 개입설' 공방 격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민석 후보의 '신천지 개입설' 발언이 당내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19일 자신의 SNS에 이번 전당대회에 대해 "위장한 반명 분열주의와 신천지와의 대회전"이라고 규정하며 신천지의 민주당 개입설을 제기했다.
이어 20일 열린 예비경선 합동연설회에서도 "반명, 분열주의, 신천지의 3자 비밀연합을 깨는 것이 이번 전대의 본질"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김 후보가 특정 후보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정청래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후보가 당대표를 맡았던 당시 추진되던 '통일교·신천지 특검'이 무산된 점을 김 후보와 송영길 후보 측이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이에 정 후보는 즉각 반발했다.
정 후보는 21일 "아니면 말고 식 폭탄 던지기"라며 "신천지가 민주당 전당대회에 어떻게 개입하고 있는지 육하원칙에 따라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당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당 차원의 진상 규명과 중징계를 촉구했다.
정 후보는 27일 유튜브 '매불쇼'에서도 "신천지가 조직적으로 개입해서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이것은 (민주당을) 위헌정당의 위험에 빠트리는 것이라고 제가 수없이 얘기했다"며 "(김 후보의 주장이) 근거 없고 허무맹랑한 주장이었다면 당사자를 징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같은날 엑스(X·옛 트위터)에 "신천지 개입 경고가 당을 위헌정당으로 몰아가는 해당행위라는 것은 바보궤변"이라며 "계엄을 경고하면 계엄정당인가, 불조심을 외치면 방화인가, 전형적인 국힘 논리"라고 했다.
송영길 후보도 같은날 페이스북에 신장식 조국혁신당 신임 대표를 향해 "민주당은 8월 17일 전국당원대회를 앞두고 있다"며 "2026년 6월 기준 당비 납부 당원명부를 양당 지도부가 지정하는 최소한의 인원만 참여한 가운데 상호 대조해 이중당적자를 확인하고 정리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일부 사이비 종교단체의 정치개입 여지를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추후 제가 당대표가 된다면 국민의힘과도 이중당적자 정리 작업을 할 것"이라며 김 후보와 보조를 함께 했다.
與 최고위도 친명·친청 갈등 격화
'신천지 의혹' 공방은 친명(친이재명)계 친청(친정청래)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친명계 박선원 최고위원 후보는 27일 CBS 라디오에서 "(신천지가) 작년 대선 기간에 이재명 대통령 후보에 대해 판세의 변화를 가하기 위해서 반명 후보에게 접근했다고 하는 그런 것들이 이미 있었다"며 "주시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대선 때 (신천지가) 반명 후보를 지원하려고 한 정황.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 때 (개입하려 한) 정황들이 있지 않나"라며 "그런 것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신천지 의혹을) 주의해서 본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미애 후보도 같은 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신천지가 국민의힘에만 당원 가입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이 문제를 특정한 후보를 겨냥해서 신천지 발언을 한 것이라고 보지 말고, 그런 일이 있다면 우리 당도 전면적으로 조사를 한번 해 봐야 된다"고 말했다.
반면 친청계 최민희 후보는 YTN 라디오에서 "벌써부터 국민의힘이 '민주당도 수사하라', 이렇게 나오고 있다"며 "이런 말씀하실 때는 정말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하셔야 되는 것이고 조심스러워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성윤 후보도 같은날 MBC 라디오에서 "김민석 후보에게 저희가 요구한 것은 '반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연합이라는 근거를 대라'라는 것"이라며 "근거를 대지 못하면 우리 당과 당원들이 많이 상처를 받았고 우리 당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압박수위를 높였다.
최고위 회의에서도 친명계와 친청계 인사들이 충돌했다.
친명계 황명선 최고위원은 27일 오전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당대표는 우리 당을 진정한 당원주권 정당으로 확실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최근처럼 신천지 세력의 당내 개입 사실이 밝혀질 때 당대표는 단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최고위원은 "특정 세력이 당의 의사결정 구조를 왜곡하고, 당내 민주주의와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시도에 대해 당대표는 결연하게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명 강득구 최고위원도 "합수본이 특정 종교세력의 집단 입당을 조사하고 있다"며 "이 사안의 본질은 하나다. 실제로 특정 종교세력이 조직적으로 침투하고 당원의 행사를 왜곡하고 당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려 했는지 그걸 밝혀내는 것"이라고 '신천지 의혹'에 힘을 실었다.
전날 정 후보가 신천지 의혹 제기를 "해당행위"라 규정하고 "당을 파산시킬지도 모를 의혹 제기는 중징계 조치함으로써 혼란을 발본색원 해야 한다"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소가 웃을 일"이라며 "특정 종교가 개입한 게 사실이라면 그게 선거부정이지 그 의혹을 제기한 것이 어떻게 선거부정이고 해당행위인가"라고 비판했다.
반면 친청계 문정복 최고위원은 "당원들을 마치 신천지 신도로 매도하고, 저희 당에 신천지 신도가 들어와 조직적으로 당무에 개입했다는 그런 오명을 쓰도록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한) 후보도 당연히 (근거를) 발표하셔야 한다"고 했다.
친청 박규환 최고위원도 "아무런 사실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자행되는 전대 신천지 개입 주장은 우리 당을 범법·위헌 정당으로 낙인 찍고 검찰과 언론의 멋잇감으로 던져주는 참으로 위험천만한 해당행위"라며 "당의 감찰기관은 관련 후보자에 대한 조사에 즉시 착수하고 사실근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 달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신천지 의혹, 근거 없으면 정치적 책임 져야"
이처럼 민주당 전당대회가 정책 대결이 아닌 '신천지 개입' 의혹이 중심이 되자 당 중진인 박지원 의원이 김 후보를 향해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쓴 소리를 날렸다.
박 의원은 27일 SBS 라디오에서 "민주당 전당대회가 집권 여당의 전당대회가 아니라 '신천지 전쟁'이 되고 있다"며 "압도적 선두주자인 김 후보는 몸조심했어야 한다. 왜 이런 문제를 제기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힘에 적용하는 잣대는 강하면서 민주당에는 약해서는 안 된다"며 "김 후보가 증거를 제시해 수사기관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개입이 사실이라면 민주당도 신천지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또 "신천지 문제가 조직적이든 지엽적이든 개입이 있었다는 김 후보의 말을 믿는다"며 "이번 일을 종교의 정치 개입을 발본색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덮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후보가 알고 있는 근거가 있으면 제시하고 민주당도 합수본 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만약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정치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거듭 밝혔다.
당내서 우려 목소리 확산 "전략 잘못된 선택"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제기한 '신천지 의혹' 공세를 두고 캠프 내부에서 전략적 고민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는 <"근거 대라"에 신천지 공격 득실계산 복잡한 김민석 캠프> 기사에서 캠프 내부의 회의적 분위기를 집중 조명했다.
김 후보와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신천지 네거티브 전략은 누가 짠 건지 모르겠다"며 "주변에서도 김 후보가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뒤에야 알았는데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오히려 정청래 후보의 약자 프레임만 도와준 측면이 있다"며 "이제는 신천지 공세를 이어가기보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파트너'라는 이미지를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캠프 회의에서도 "이제 신천지 이야기는 그만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오갔다는 보도도 나왔다.
조선일보 역시 "김 후보 주변에서는 '신천지와 정 후보 간 확실한 연관성이 없다면 역효과'라며 의혹 제기를 멈추는 게 좋겠다는 조언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김 후보는 광주과학기술원 강연에서 "신천지 문제는 제게 유리하냐, 불리하냐를 떠나 당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고 짚은 것"이라며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천지 "할 수 있으면 민주당도 가입"…합수본, 진술확보
이런 가운데 정교유착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본)가 이미 4개월 전 신천지 간부의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에도 가입하라"는 진술을 확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합수본은 지난 3월 신천지 탈퇴 신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시몬지파 청년회장이 "나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다 가입돼 있다. 정치인들에게 우리 힘을 보여줘야 한다"며 당원 가입을 독려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시몬지파는 경기 고양시를 중심으로 서울 서북부와 경기 북부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합수본은 당시 국민의힘 당원 가입 의혹에 수사 초점을 맞추면서 민주당 관련 진술은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다. 실제 해당 지파에서 민주당 당원으로 가입한 신도가 있었는지,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 사례가 있었는지 등은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본은 이후 국민의힘 당사와 당원 명부 관리 업체를 압수수색해 신천지 신도 명단과 비교 분석을 진행했고, 이만희 총회장과 시몬지파 전 총무 등을 정당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민주당과 신천지 유착 의혹이 제기되자 합수본은 민주당 당원 가입 의혹 사건도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건은 지난해 지방선거 경선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앞서 확보한 2022년 지방선거 관련 진술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사건은 신천지가 총회장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당원 가입을 강제한 것으로 보고 정당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지만, 민주당 사건은 특정 지역 선거캠프 요청에 따라 신도들이 경선을 지원하기 위해 당원으로 가입한 정황으로 파악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합수본은 민주당 당원 가입 의혹에 대해 조만간 처분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며, 내달 17일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 이전에 수사 결과가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국힘 "신천지 민주당 개입 의혹…야당 추천 특검 발의해야"
민주당 역시 신천지 집단 당원 가입 가능성이 거론되자 국민의힘은 "야당 추천 특검을 즉각 발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26일 논평에서 "전직 국무총리의 내부 폭로로 시작된 신천지 개입 의혹의 실체가 하나둘씩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대변인은 "이번 수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신천지 집단의 입당 시기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와 민주당 대표로서 절대적 당권을 쥐고 있던 2021~2024년이라는 사실"이라며 "당시 당을 총지휘했던 이 대통령은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묵인했다면 중대한 정당법 위반이자 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의 태도도 문제 삼았다. "정권 차원에서 야당의 심장과도 같은 당원명부까지 헤집어 놓고서는 정작 자신들 문제 앞에서는 진상 규명은커녕 계파 간 네거티브로 덮기에 급급하다"며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특검이 최선의 해법'이라 외쳐온 '특검 중독 정권'"이라며 "이번에도 예외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 대변인은 "여당이 스스로 특검법을 발의하고 공정한 진상 규명을 위해 야당 추천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며 "정권 영향력 아래 있는 합수본에 수사를 맡긴 채 진실 규명을 외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이준석 "신천지 의혹, 경선 잡음 아닌 부패 사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역시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신천지 당원 가입 의혹'을 두고 "경선 잡음이 아니라 부패 사건"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천지가 공짜로 하겠나. 표를 받으면 갚아야 한다"며 "합수본이 보는 대가는 인허가다. 과천·고양·가평에서 주민 반대로 막힌 종교시설 허가를 풀기 위해 신도들을 민주당에 입당시킨 정황을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청래 전 대표의 과거 발언을 언급하며 "작년에는 국민의힘을 향해 '통일교 연루가 밝혀지면 정당해산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 했고, 이번 달에는 '신천지 의혹 제기가 민주당을 위헌정당으로 내몰 수 있다'고 했다"며 "잣대는 그대로인데 대상만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원 명부는 이미 열렸고, 민주당만 예외일 수 없다. 두 당 모두 같은 강도로 수사받아야 한다. 한쪽만 파면 수사가 아니라 정치"라고 강조했다.
회의 직후 그는 "국민의힘도 신천지 문제와 자유롭지 않다 보니 강하게 비판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여야를 가리지 않고 주요 정당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여당이 이런 식으로 영향받는 것이 사실이라면 인허가 사업 등에서 국민이 피해를 본다"며 "정당 당원 관리에 대한 투명한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 개혁신당은 종이로 집단 가입을 막고 모바일로만 당원 가입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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