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아파트 모녀 살인 사건'이 28일 나무위키 실시간 검색어 2위에 오르면서 끔찍한 사건 내용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전남 화순군에서 1997년 벌어진 '서라아파트 모녀 살인 사건'은 앞집에 살던 17세 청소년과 그가 불러 모은 10대 친구들이 30대 주부와 세 살배기 딸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노래방에서 유흥을 즐긴 사건이다. 범행 동기가 고작 동거 자금 마련이었다는 점, 그리고 얼굴을 봤다는 이유만으로 세 살 아이까지 숨지게 했다는 점, 범행 후 태연하게 노래방에서 놀기까지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시 온 나라를 경악하게 했다.
'서라아파트 모녀 살인 사건' 범인들. / KBS 뉴스 영상 캡처
사건은 1997년 7월 9일 오전 화순군 화순읍 벽라리 서라 3차 아파트에서 일어났다. 이광심(당시 32세)씨와 세 살 난 둘째 딸이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미술학원에 다녀온 다섯 살 큰딸이 초인종을 눌러도 집 안에서 아무런 기척이 없자 이를 이상히 여긴 가족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참변을 확인했다. 집 안에는 텔레비전 소리만 크게 울리고 있었다.
범인은 이씨 앞집에 살던 김모(당시 17세)군과 그가 불러들인 남녀 친구 3명이었다. 특수절도 전과가 있던 김 군은 검정고시를 준비한다는 구실로 학교를 자퇴한 뒤 후배 채모(당시 16세)군에게 함께 강도를 벌이자며 화순으로 오라고 연락했다. 채 군은 애인 최모(당시 15세)양에게 동거할 집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고, 최 양은 친구 윤모(당시 18세)양까지 데려와 넷이 범행에 가담했다.
이들은 광주역에 도착해 슈퍼에서 산 과도를 들고 인근 아파트를 돌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그러나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훔칠 물건이 없어 번번이 실패했다. 대여섯 곳을 돌며 초인종을 눌렀지만 모두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낙담하던 이들은 다음날 김 군의 앞집을 마지막 대상으로 삼았다. 김 군은 앞집에 주부와 아기만 있으며 자신의 얼굴을 안다고 했고, 얼굴이 알려진 만큼 처음부터 살해를 계획했다.
'서라아파트 모녀 살인 사건' 범인들이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 KBS 뉴스 영상 캡처
김 군이 초인종을 누르자 이씨가 무심코 문을 열었다. 일당은 곧바로 집 안으로 들이닥쳤다. 이들은 이씨를 결박해 욕실로 옮기고, 신혼 예물과 현금 11만5000원을 강취했다. 이어 이씨를 살해하려 했으나, 한때 정신을 차린 이씨가 욕실 문을 안에서 잠그며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일당은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이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씨의 시신은 온몸에 깊은 자상이 남을 만큼 처참하게 훼손됐다.
이씨를 살해한 이들은 범행을 목격한 세 살배기 딸까지 둔기로 때린 뒤 욕조에 넣어 숨지게 했다. 이들이 이 모든 참극을 벌이고 손에 넣은 것은 예물과 현금 11만5000원이 전부였다. 범행 뒤에는 지문을 없애려 집 안 곳곳에 물을 뿌렸다. 일당은 훔친 돈으로 삼겹살을 사 먹은 뒤 노래방에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일당은 앞으로 이 일을 입 밖에 내지 말자고 다짐했다. 3명은 서울로 가고 김 군은 화순에 남아 흩어졌다.
경찰은 현장 프로파일링과 탐문 수사를 통해 앞집 김 군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수사팀은 범인이 피해자와 가까이 살며 면식이 있는 10대 후반의 불량 청소년일 것으로 추정했고, 흉기를 쓰다 손을 다쳤을 가능성까지 짚어냈다. 피해자 가족의 진술로 앞집 김 군이 지목됐고, 김 군 집 현관에서 발견된 슬리퍼 밑창의 혈흔이 사건 현장 혈흔과 일치하면서 물증이 확보됐다. 신발 족적도 맞아떨어졌다. 심문이 시작된 지 10분도 안 돼 김 군은 범행을 자백했다. 사건 발생 하루 만에 김 군이 붙잡혔고, 서울 등지로 흩어졌던 공범 3명도 차례로 검거됐다. 경찰이 예상한 대로 채 군의 손바닥에는 흉기가 미끄러지며 생긴 상처가 아물어 가고 있었다.
재판에서 남성 2명은 징역 20년, 여성 2명은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강도살인의 법정형은 무기징역이나 사형뿐이지만 이들이 미성년자여서 유기징역이 선고됐다. 법원이 사안의 위중함을 감안해 당시 청소년에게 내릴 수 있는 최대 형량을 선고한 것으로 풀이됐다. 형량을 모두 채운 만큼 범인 모두 진작 출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사건은 언론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류근찬 당시 KBS 앵커는 사건을 전하면서 “우리나라 10대들의 범죄가 이정도라면 할말이 없어진다. 올 데까지 오고야 말았다는 놀라움과 충격 때문이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서 세 살배기 어린애까지 살해했다니 충격적이고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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