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부실이 키운 사전투표 논쟁…폐지냐 개선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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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부실이 키운 사전투표 논쟁…폐지냐 개선이냐

투데이신문 2026-07-28 11:06: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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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를 맞아 투표하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 출처=뉴시스]
6.3 지방선거를 맞아 투표하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 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이서하·유요섭 인턴기자】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선관위가 사전투표율 등을 고려해 본투표용 투표용지 인쇄 기준을 낮춘 것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사전투표제를 둘러싼 존폐 논란도 정치권과 학계,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사전투표 폐지와 본투표 확대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했고, 장동혁 대표는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부정선거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전문가들은 참정권 보호를 위해 제도는 유지하되 선관위 개혁과 관리 체계 개선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선거의 편의성과 공정성, 국민 신뢰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은 향후 선거제도 개편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편의 위해 도입했지만…양날의 검 되다

사전투표제는 유권자의 투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2013년 도입됐다. 기존 부재자투표는 사전에 우편 등으로 신고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고, 투표소가 제한돼 실효성이 낮았다. 사전투표제는 별도의 신고 없이 사전투표 기간 동안 전국 어느 사전투표소에서나 투표할 수 있도록 해 이러한 불편을 크게 해소했다.

사전투표가 처음 전국 단위로 시행된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은 11.5%를 기록했다. 이후 이용률은 꾸준히 증가해 올해 6·3 지방선거에서는 23.51%, 지난해 치러진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는 34.74%를 기록했다. 이제 사전투표는 본투표와 맞먹는 수준의 영향력을 갖는 제도로 자리 잡았다.

사전투표는 어디까지나 본투표를 보완하는 제도여야 하지만, 사전투표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본투표의 의미가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표 편의성 확대가 반드시 전체 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2022년 제8회 지방선거는 전국 단위 선거 기준 14년 만에 가장 낮은 50.9%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끝나기 전에 사전투표가 진행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는 이후 후보 사퇴나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선택을 바꿀 수 없다. 상황에 따라서는 유권자의 실질적인 참정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전투표 확대는 본투표 수요 예측을 어렵게 하는 또 다른 과제도 드러냈다. 선관위가 사전투표율 등을 반영해 본투표용 투표용지 인쇄 기준을 낮췄지만 실제 수요를 충분히 예측하지 못하면서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한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으로 추가 투표용지를 송부한 투표소는 전국 1만4288곳 가운데 67곳으로 파악됐다. 2024년 치러진 제22대 총선에서도 투표소 1곳에 추가 투표용지가 송달됐고, 지난해 제21대 대통령선거 당시에도 42개 투표소에서 같은 사례가 발생했다.

이처럼 과거 선거에서도 투표용지 부족 사례가 있었음에도 선관위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전투표율 증가 등을 반영해 본투표 수요를 낮게 예측하며 투표용지 인쇄 매수 하한 기준을 기존 60%에서 50%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본투표 수요가 예측을 웃돌면서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사전투표 확대에 따른 수요 예측의 불확실성과 선거관리 체계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김은혜 위원이 지난 6월 16일 국회에서 선관위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뉴시스]
국민의힘 김은혜 위원이 지난 6월 16일 국회에서 선관위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뉴시스]

편의보다 신뢰... 사전투표 폐지론 확산

최근 반복된 선거관리 부실을 계기로 사전투표와 본투표를 병행하는 현행 제도가 관리·감독 측면에서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가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면 더 이상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기반으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것이 폐지론의 핵심 논리다.

6·3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유정복 전 인천시장은 선거 직후 일부 지역 사전투표 결과를 문제 삼으며 자료 공개와 사전투표 폐지를 촉구했다. 박대출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24명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 또한 지난달 18일 사전투표를 없애고 본투표를 하루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달 26일 부재자투표제 부활을 담은 법안을 발의하며 “편의보다 신뢰 회복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선거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부담도 적지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노동조합은 지난 6월 24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참정권 수호를 위한 제도개혁 TF’에서 사전투표 단계적 폐지와 본투표 이틀 확대, 지방자치단체와의 투표 업무 공동 운영, 본투표 다음 날 개표 등을 담은 실무 개혁안을 공식 제안했다. 노조는 “선관위의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력 확충 없이는 사전투표의 구조적 부담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국민의힘도 당 차원에서의 제도 개편 논의에 나섰다. 지난달 21일 사전투표제 폐지와 선관위 독립 감찰기구 설치 등을 골자로 한 ‘선거개혁 8+α법’ 추진에 나서기로 하며 본격적인 선거제도 개혁에 신호탄을 쐈다. 

지방의회 또한 이러한 개혁 논의에 발맞춰 잇따라 건의안을 발의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정쌍학 의원이 대표발의한 대정부 건의안은 기획행정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상태다. 해당 안에는 사전투표 폐지와 사전신고 방식의 부재자투표제 부활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정선거론자들이 가장 많이 문제 삼는 것이 사전투표”라며 “사전투표가 가져오는 편익과 사회적 갈등 비용을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투표 도입으로 증가하는 투표율은 약 2% 수준”이라며 사회적 비용 대비 효과를 냉정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전투표 유지론…“참정권 보장 우선”

반면 선관위는 일부 전문가들은 사전투표 제도 자체를 폐지하기보다 운영상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현직 선관위원 다수도 사전투표 제도의 보완 필요성은 공감했지만 폐지에는 선을 그었다. 위철환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달 1일 투표용지 부족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외 사전투표가 현장 종사자들에게 부담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전투표는 시간적·장소적 제약을 극복해 국민의 참정권 보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정회옥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사전투표의 가치는 단순히 투표율이 얼마나 올랐는지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최종 투표율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 불필요한 제약 없이 투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 교수는 “부재자투표의 경우 신고 절차 자체가 새로운 장벽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은 제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운영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 역시 사전투표가 아닌 본투표 당일에 발생한 만큼, 선거관리 부실을 사전투표 제도 자체의 문제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선관위 개혁은 필요하지만, 실제 참정권 확대에 기여해 온 사전투표까지 폐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당 역시 사전투표 폐지에 신중한 입장이다. 당내 선거제도개혁 태스크포스(TF)는 선관위 노조가 제안한 개혁안에 대해 “사전투표 폐지는 유권자의 참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국민이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방안”이라는 반대 의견이 나왔다며 제도는 유지하되 선관위 개혁과 관리 체계를 개선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조사 중인 윤상현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개표소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출처=뉴시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조사 중인 윤상현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개표소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출처=뉴시스]

“부정선거론과는 별개”...투명성 회복 시급

정부와 헌법재판소는 선거관리 부실과 부정선거 주장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투표용지 일련번호 미절취, 관리관 도장 인쇄 방식, 신분증 정보 삭제 등을 둘러싼 헌법소원 사건에서 모두 “선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려왔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선관위의 관리 부실에 대해서는 철저한 책임 규명을 주문하면서도 이를 부정선거와 연결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본질을 왜곡하는 반사회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선관위 개혁과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전투표 존폐 여부와 별개로 선거관리 전반의 투명성과 검증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휘원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는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이라며 투표소뿐 아니라 투표함 보관과 이송 과정까지 CCTV 실시간 공개를 확대하고, 참관인 서명 없이는 투표함을 이송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어 “선관위의 반복된 관리 부실로 국민 불신이 누적됐고, 정치권은 선거 결과에 불복할 때마다 이를 음모론으로 활용해 왔다”며 “행정상 실수 하나도 곧바로 음모론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정회옥 교수도 “신뢰 회복 패키지 개혁이 필요하다”며 투표용지 관리부터 투표함 보관·이송, 개표 준비에 이르기까지 선거관리 전 과정을 국민과 참관인이 쉽게 검증할 수 있도록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제도 개선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연구모임 ‘정책2830’ 소속 최형두 의원은 6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선거제도 개혁 토론회에서 “현행 사전투표는 투표율 제고에는 기여했지만 보관과 이송 과정에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선진형 부재자투표’ 도입 필요성을 제시했다.

국민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문가 간담회에서도 제도 개선의 방향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전투표 관리상 문제와 제도 폐지는 구분해야 한다며 투표지 보관·이송의 투명성 강화와 참관 제도 개선 등 운영 정상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문상부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은 보관·이송 과정에서 반복되는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전투표를 폐지하고 본투표를 이틀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전투표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제도의 존폐를 결정하는 문제를 넘어 국민이 선거 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선거관리 체계를 구축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 운영 방식에는 의견이 엇갈렸지만, 선거관리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향후 국회에서는 국정조사 결과와 선관위 개선안을 바탕으로 선거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투표용지 관리와 배분 절차를 제도화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제도의 형태가 어떻든 국민 누구나 공정한 절차 속에서 안심하고 투표하고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선거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이번 논의의 궁극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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