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숙박 예약 플랫폼에서 확정된 예약이 '오버부킹'(초과 예약)을 이유로 취소된 뒤 같은 객실이 더 비싼 값에 다시 판매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숙박업체나 플랫폼 사정으로 예약이 취소돼도 이미 오른 숙박료와의 차액을 소비자가 떠안는 일이 생기면서 예약 취소와 재판매 과정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여름휴가철은 숙박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시기다. 한국교통연구원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특별교통대책 기간(7월 25일∼8월 10일) 하루 평균 이동 인원이 614만명(추산)이나 된다. 여름휴가를 계획한 응답자 가운데 86.3%가 국내 여행을 계획하는 것으로 나타나 국내 숙소 수요는 더 몰릴 것으로 보인다. 수요가 공급을 웃돌면서 숙박 가격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서울경제TV 28일자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숙박 예약 애플리케이션 야놀자를 통해 여름 휴가철 이용할 부산 지역 숙소를 예약하고 결제까지 마쳤지만 최근 오버부킹을 이유로 예약 취소 통보를 받았다. 야놀자는 제휴점 사정으로 객실 제공이 어렵다며 예약 취소와 함께 보상 방안을 안내했다.
취소 당시 다른 숙박 플랫폼에서는 같은 날짜, 같은 숙소의 동일한 객실 유형을 예약할 수 있었다. 가격은 A씨가 예약했던 금액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단순히 판매 화면에 노출된 것이 아니라 실제 예약이 가능한 상태였다. 이후 취소 당시 품절 처리됐던 해당 객실은 다시 예약할 수 있는 상태로 바뀌었지만 A씨는 별도의 안내를 받지 못했다. 그사이 같은 날짜의 다른 숙소들도 값이 올라 A씨가 숙소를 새로 잡으려면 기존 예약보다 비용을 더 부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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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업소가 여러 플랫폼을 통해 동시에 객실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플랫폼별 재고가 실시간으로 연동되지 않거나 객실 관리에 오류가 생기면 오버부킹이 발생할 수 있다. 한 플랫폼에서 예약이 확정된 뒤에도 다른 플랫폼에 객실이 남아 있는 것처럼 표시되면서 같은 객실에 중복 예약이 들어갈 수 있어서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의도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객실 수요가 몰리고 값이 빠르게 오르는 성수기에는 이미 확정된 저가 예약을 취소한 뒤 같은 객실을 더 높은 값에 되파는 유인이 생길 수 있다. 겉으로는 객실 부족에 따른 취소와 구분하기 어려워 소비자가 실제 취소 사유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확정된 예약을 숙박업소가 일방적으로 취소해도 이를 억제할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예약이 취소되면 소비자는 다른 숙소를 다시 찾아야 하고 그사이 숙박비가 오르면 추가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지만, 숙박업소가 예약 파기로 감수하는 불이익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이에 대해 야놀자 측은 해당 사례의 경우 예약번호가 확인되지 않아 구체적인 취소 경위나 이후 객실 판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서울경제TV에 밝혔다. 다만 객실 요금과 예약 취소 등 운영 정책은 제휴 숙박업체가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구조여서 플랫폼이 개별 숙소의 정책을 결정할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숙박 플랫폼들은 오버부킹이나 예약 오류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자체 보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어때는 '안심예약제'를 통해 예약 중복이나 오류, 누락 등으로 갑자기 예약이 취소되면 대체 숙박상품이나 보상을 제공한다. 야놀자도 '야놀자케어'로 중복 예약을 최소화하고 제휴점 사유로 입실이 불가능하면 일정 수준의 보상을 제공한다. 두 제도 모두 대체 숙소를 안내하거나 쿠폰·포인트 등으로 피해를 보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숙박료가 급등하는 성수기에는 이런 보상만으로 실제 피해를 메우기 어렵다. 10만원에 예약한 객실이 취소된 뒤 비슷한 수준의 숙소 값이 20만원으로 올랐다면 예약금을 환불받고 추가 보상을 받더라도 새 숙소를 구하는 데 상당한 비용을 더 부담할 수 있다. 이용일이 임박해 취소될수록 고를 수 있는 객실은 줄고 값은 높아져 소비자 손실도 커진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사업자의 귀책 사유로 숙박 계약이 해제되면 취소 시점과 성수기 여부 등에 따라 계약금 환급과 함께 일정 수준의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성수기 주중에는 숙박 3일 전 사업자 귀책 사유로 계약을 해지하면 결제금액 외에 총요금의 50%를 추가로 배상하도록 한다. 이용 예정일에 임박해 취소될수록 사업자가 부담하는 배상 수준은 높아진다. 다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분쟁 해결을 위한 합의·권고 기준으로, 사업자에게 배상을 강제하는 규정은 아니다. 플랫폼을 통해 예약한 경우 숙박업체가 계약 이행의 주체인 동시에 플랫폼이 예약·결제와 소비자 응대를 맡는 구조여서 문제가 생겼을 때 소비자가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참여연대와 녹색소비자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는 최근 야놀자, 여기어때 등 5개 숙박예약 플랫폼의 이용약관에 대해 공정위에 불공정약관 심사를 청구했다. 이들 단체는 사업자 귀책으로 예약이 취소될 경우 결제금액 환불과 추가 배상을 규정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플랫폼 약관에 제대로 반영되거나 안내되지 않아 소비자가 환불만 받고 추가 배상은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플랫폼이 관련 배상 기준을 약관에 명시하고 이용자에게 안내하는 등 소비자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확정된 예약을 임의로 취소해 얻는 이익보다 그에 따른 비용이 커지도록 보상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복적으로 오버부킹이나 일방 취소를 일으키는 숙박업체에는 플랫폼이 별도의 관리 기준을 적용하고, 숙소별 취소율이나 오버부킹 이력을 소비자에게 공개해 신뢰도를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숙박업체에는 예약 이행의 책임을 지우고, 플랫폼에는 반복적인 피해를 걸러내는 관리 기능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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