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한여름의 한강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운동을 하는 사람, 돗자리를 펴고 쉬는 가족, 친구들과 웃으며 산책하는 청년들. 같은 공간에 머물지만 모두가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그 평범한 풍경 속에서 누군가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는 순간, 한강은 단순한 휴식의 공간을 넘어 '창작의 공간'으로 변한다.
이번 ‘한강 사각사각 아트플레이스’에서 나는 ‘빛나는 여름, 무지개 부채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도안을 활용하여 각자의 감각으로 부채를 꾸미고 색을 입히며 세상에 하나뿐인 여름 부채를 완성했다. 같은 재료를 사용했지만 완성된 작품은 단 하나도 같지 않았다. 아이들은 마음껏 상상력을 펼쳤고, 부모들은 아이보다 더 진지한 표정으로 색을 고르기도 했다.
예술교육을 하면서 늘 느끼는 것이 있다. 사람들은 흔히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만 예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예술은 ‘잘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붓을 처음 잡아도, 색을 어떻게 섞어야 할지 몰라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을 손끝으로 표현해 보는 경험이다. 그 짧은 시간이 생각보다 큰 기쁨을 선물한다.
행사 중 한 아이가 완성한 부채를 흔들며 “이건 내가 만든 무지개예요”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어른들의 눈에는 반짝이 스티커가 붙은 작은 부채일 뿐이지만, 아이에게는 자신만의 무지개가 담긴 특별한 작품이었다. 예술은 결국 이런 것이 아닐까. 평범한 재료를 특별한 의미로 바꾸는 힘, 그리고 그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과정 말이다. 공공예술의 가장 큰 매력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갤러리를 찾아가야만 만날 수 있는 예술이 아니라, 산책하다 우연히 참여하게 되는 예술. 미술을 배운 적이 없어도 부담 없이 경험할 수 있는 예술.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예술이다.
특히 한강이라는 장소는 이런 경험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가족과 함께 부채를 만들고, 완성된 작품으로 직접 바람을 일으켜 보는 순간은 단순한 만들기 활동을 넘어 하나의 여름 추억이 된다.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그 부채를 사용할 때마다 ‘그날 한강에서 만들었던 작품’이라는 기억이 함께 떠오를 것이다. 작품은 손에 남지만, 경험은 마음에 오래 남는다.
예술가는 작품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 속에 작은 행복을 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전시장에서 작품으로 이야기를 전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시민들과 함께 손을 맞대고 같은 시간을 보내며 웃고 이야기하는 순간에도 예술은 충분히 완성된다.
이번 행사를 통해 다시 한번 느꼈다. 거창한 작품이 아니어도 괜찮다. 작은 부채 하나에도 누군가의 여름이 담길 수 있고, 한 번의 체험이 예술을 조금 더 가깝게 느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앞으로도 한강처럼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에서 더 많은 사람이 예술을 자연스럽게 만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만남이 특별한 하루를 넘어, 일상 속 작은 행복으로 오래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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