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자동차보험이 올해 상반기 18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내며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5년 만에 보험료를 올렸지만 차량 수리비와 경상환자 치료비가 함께 늘면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동안 자동차보험 적자는 집중호우와 휴가철 사고, 폭설이 몰리는 하반기에 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올해는 상반기부터 손실이 발생했다. 단순한 계절적 부진을 넘어 자동차보험의 비용 구조 자체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영업손익은 약 1890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상반기 기준 적자는 126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던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산 당시에는 차량 운행과 교통사고가 줄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개선됐다. 이를 바탕으로 자동차보험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상반기 흑자 흐름을 이어왔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운행량은 정상화됐고 그 사이 보험료와 보험금 지급 비용의 간극은 더 벌어졌다. 손해율 개선과 상생금융 기조에 따라 보험료는 수년간 낮아졌지만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꾸준히 불어났다.
지난해 자동차보험은 이미 연간 708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는 상반기부터 적자가 시작되면서 손익 악화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손해율도 이를 보여준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개사의 상반기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84.1%로 전년 동기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가운데 사고보험금으로 지급한 금액의 비율이다. 모집과 계약 관리에 들어가는 사업비까지 더하면 업계에서는 통상 80% 안팎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현재 손해율 수준에서는 보험료 100원을 받아도 보험금과 사업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셈이다.
보험료 인상에도 커진 수리비·치료비 부담
보험사들은 올해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1.3~1.4%가량 인상했다. 자동차보험료 인상은 2021년 이후 5년 만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조정이 누적된 원가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보험료가 1%대 오르는 동안 자동차 수리와 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구조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차량 수리비 상승은 단순한 부품값 인상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차량에는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 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부품이 다수 탑재된다. 과거에는 범퍼나 유리 교체로 끝났던 사고도 센서 교환과 정밀 보정 작업까지 필요해졌다.
차량 가격이 높아지고 전장 부품이 늘면서 경미한 사고도 적지 않은 비용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수입차와 전기차 비중이 높아진 점도 부품비와 공임, 렌터카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
치료비도 같은 흐름을 보인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사고 상해등급 12~14급 경상환자의 한방 치료비는 약 1조961억원으로 양방 치료비의 4.2배에 달했다.
환자 1인당 치료비도 한방이 약 108만원으로 양방 36만원의 3배 수준이었다. 보험업계는 경상환자의 장기·반복 치료가 늘면서 사고 건수와 별개로 건당 치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보험의 수익성 악화는 사고가 얼마나 많이 발생했는지를 넘어 사고 한 건에 얼마가 들어가는지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차량은 더 비싸지고 치료는 길어지면서 보험사가 감당해야 할 평균 손해액 자체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향후치료비도 대표적인 쟁점이다. 향후치료비는 사고 피해자에게 앞으로 발생할 치료비를 미리 지급하는 성격이지만 명확한 산정 기준이 부족해 보험사와 사고 사례에 따라 지급액 차이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경상환자 제도 개선 놓고 업계·의료계 시각차
정부와 보험업계는 경상환자의 장기 치료와 보험금 누수를 줄이기 위한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논의의 핵심은 치료를 제한하는 데 있지 않다.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도 치료가 필요한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향후치료비와 한방 진료비의 지급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상환자가 사고 후 8주를 넘겨 치료받을 경우 진료기록 등을 통해 추가 치료 필요성을 확인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한방 첩약과 약침의 처방·청구 기준을 구체화하고 향후치료비의 산정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보험업계는 지급 기준이 불명확한 상태가 이어질 경우 손해율 악화가 결국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본다. 일부 사고에서 늘어난 보험금이 전체 계약자의 보험료에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일률적인 심사 기준이 실제 장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진료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치료 필요성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를 놓고 이해관계자 간 조율이 필요한 대목이다.
문제는 제도 개선을 기다리는 사이 하반기 손해율 상승 요인이 본격화한다는 점이다. 자동차보험은 장마와 휴가철 교통량 증가, 겨울철 폭설과 결빙 사고가 이어지는 하반기에 손실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상반기부터 1890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만큼 올해 연간 손실이 지난해 708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손해율이 계속 높아질 경우 올해 1%대 인상에 이어 내년에도 보험료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보험료 인상은 수년간 누적된 원가 상승을 따라잡기에는 제한적인 수준”이라며 “보험료 조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경상환자 치료와 향후치료비 지급 기준을 합리화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형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보험은 사고 건수보다 사고 한 건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큰 문제”라며 “차량 수리비와 치료비가 함께 오르는 상황에서는 보험사의 자체적인 손해관리만으로 수익성을 방어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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