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하기에는 돈만이 나를 지켜줄 수 있다고 느끼는 순간도 있습니다. 더 벌고 더 모으고 싶지만 일상까지 돈 걱정에 내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한 번뿐인 삶, 돈에 끌려가지 않고 내 방식대로 항해할 수 없을까요? [머니마이웨이]는 생활 속에서 돈을 어떻게 쓰고 모으고 대비할지 고민하는 순간을 경제의 언어로 풀어보며 각자의 삶에 필요한 판단의 기준을 찾아갑니다. [편집자주] |
항공권과 숙소 예약을 마친 뒤 여행자보험에 가입하려고 보면 상품은 많은데 무엇을 기준으로 비교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보험료 차이는 크지 않아 보여도 보장 항목과 보험금 지급 조건은 복잡합니다.
여행자보험은 여행 기간을 정해 가입하는 단기보험입니다. 여행 중 다치거나 병에 걸렸을 때 발생한 치료비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입힌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휴대품 도난·파손, 항공기 지연에 따른 비용 등을 특약으로 보장합니다. 여러 위험을 한 상품에 담고 있어 종합선물세트처럼 보이지만 모든 사고에 보험금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여행자보험과 관련한 분쟁조정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화산 분출로 귀국 항공편이 결항된 소비자는 4시간 이내 대체 항공편을 이용해 공항 간 이동비와 지연 발생 이전에 발생한 간식비는 받지 못했습니다. 귀국 항공편이 약 5시간 지연된 사례에서는 실손형 지연보상 특약에 가입했더라도 지연 중 실제 지출한 비용이 없어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여행 중 파손된 시력교정용 안경도 신체보조장구에 해당해 휴대품손해 담보의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이들 사례를 보면 여행자보험은 보장 항목의 개수보다 보험금이 지급되는 조건과 제외 대상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항공편 지연·결항 담보는 일정 시간 이상 지연됐다는 사실만으로 보험금이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대체 항공편이 언제 제공됐는지, 지연 중 식비·숙박비·교통비를 실제로 지출했는지에 따라 보상 여부가 달라집니다. 항공사에서 지연·결항 확인서를 받고 관련 영수증을 보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휴대품손해 담보도 모든 소지품을 보상하지 않습니다. 현금과 신용카드뿐 아니라 안경·콘택트렌즈 등 약관상 제외되는 물품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고위험 스포츠나 전쟁, 고의로 발생한 사고 역시 보장에서 빠질 수 있어 여행 일정과 활동 내용이 약관에 포함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의료비·배상책임부터 따져야
해외에서 아프거나 사고가 났을 때 큰돈이 들까 걱정된다면 상해·질병 의료비와 배상책임, 구조·송환비 보장을 먼저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이들 담보는 발생 가능성이 낮더라도 한 번의 사고로 여행 경비를 훨씬 웃도는 지출이 생길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합니다. 반대로 항공기 지연이나 휴대품 파손처럼 손해 규모가 비교적 제한적인 항목은 직접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따져볼 수 있습니다. 상품에 따라 관련 담보가 묶여 판매되므로 보험료와 보장 한도를 함께 비교해야 합니다.
보험료 부담을 줄이려면 여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당장 가진 현금이나 비상금으로 처리할 수 있는 손실과 귀국 뒤 생활비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손실입니다. 상품별로 담보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지는 다르므로, 전자의 보장 수준과 후자의 자기부담금·보장 한도를 비교해야 합니다.
여행 일정은 필요한 보장을 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가까운 도시에서 짧게 머무는 여행과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 장기간 체류하는 여행은 필요한 보장이 같지 않습니다. 고산지대나 수상레저처럼 사고 위험이 높은 활동이 포함돼 있다면 일반 여행자보험에서 보장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보험료가 싸다는 이유만으로 가입하면 정작 필요한 보장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가입 전에는 보장 항목과 함께 보험금 지급 요건, 자기부담금, 제외 대상을 확인해야 합니다. 여행 일정과 활동을 기준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에 보장을 집중하고 실손형 담보를 중복 가입해도 실제 손해액을 넘겨 받을 수 없다는 점도 살펴봐야 합니다.
☞실손형 담보: 피보험자가 실제 입은 손해를 보험가입금액 한도에서 보상하는 담보다. 여러 보험에 가입해도 실제 손해액을 초과해 받을 수 없다.
☞정액형 담보: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실제 손해 규모와 관계없이 계약에서 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담보다.
☞자기부담금: 보험사고로 발생한 손해 가운데 계약자가 직접 부담하도록 약관에서 정한 금액 또는 비율이다. 보험금을 산정할 때 해당 금액이 공제된다.
☞배상책임: 고의나 과실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혀 부담하게 되는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이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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