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비트코인이 하락 조정을 지나 바닥을 다지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최근 3개월 동안 거래된 비트코인 물량이 수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줄어든 것과 달리, 1년 넘게 움직이지 않은 물량은 증가했기 때문이다. 매도 압력이 약해지고 장기 보유 성향이 강해진 것이다.
다만 미국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자금 유출과 금리 인상, 강 달러세가 남아 있어 상승 전환이라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2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코인베이스는 지난 14일 발간한 ‘차팅 크립토 3분기’ 보고서를 통해 3분기 가상자산 시장 전망을 ‘중립’으로 유지했다. 비트코인이 가격 조정 국면에서 저가 매수 국면으로 옮겨가는 징후는 나타났지만, 장기간 유지될 저점이 확인된 단계는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콜린 바스코 코인베이스 기관투자자 부문 정량분석 전략가는 “일시적인 강세를 추격하기보다 인내심을 갖고 위험을 제한하면서 투자 비중을 늘리는 접근이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단기 반등 때 한꺼번에 매수하기보다 감당할 수 있는 손실 범위를 정한 뒤 나눠 접근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코인 시총 12% 감소···대기 자금은 스테이블코인으로
이 같은 신중론은 2분기 가상자산 시장에서 나타난 자금 이동에 근거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2분기 약 12%가 줄었다. 이는 가격 조정이 길어지면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주요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위축된 영향이다.
하지만 시장의 자금이 모두 빠져나간 것이라 단정할 순 없다. 같은 기간 달러 등 법정화폐에 가격이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공급량은 사상 최대 규모로 늘었다. 콜린 바스코 코인베이스 기관투자자 부문 정량분석 전략가와 글래스노드 분석팀은 보고서를 통해 “일부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자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옮겼다”고 분석했다. 가상자산을 판 돈을 현금화하지 않고 시장 안에 남겨 향후 재매수에 대비한 것이다.
바스코 전략가는 일부 투자자가 가격 변동성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리면서 향후 재매수에 사용할 자금을 시장 안에 남겨둔 것으로 분석했다. 스테이블코인 공급 증가는 대기 자금이 늘었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위험자산을 피하려는 심리가 강해졌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비트코인이 더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신뢰가 형성되고 금리와 달러 여건까지 개선돼야 이 같은 자금이 실제 매수세로 이어질 수 있다.
▲ 팔려는 물량 줄었다···ETF·금리는 여전히 부담
시장에 대기 자금이 쌓인 가운데 비트코인 온체인 지표에서는 매도 압력이 낮아지는 흐름이 나타났다. 최근 3개월동안 움직인 비트코인 물량은 2분기 중 수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반면에 1년 이상 거래되지 않은 물량은 증가했다. 이는 단기 차익을 노린 거래가 줄고 장기 보유자의 이탈도 제한적이란 이야기다.
투자 심리를 나타내는 순미실현손익(NUPL)도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이 지표는 비트코인 보유자들이 현재 가격에서 어느 정도 이익이나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2분기에는 ‘낙관·불안’ 구간에서 ‘희망·공포’ 구간으로 내려왔으며 분기 말에는 대규모 손절 매물이 쏟아지는 ‘항복’ 구간에 가까워졌다. 이는 과거엔 약세장 후반이나 가격 저점 부근에서 자주 나타난 흐름이다.
비트코인 시장가격을 전체 투자자의 온체인 평균 매입가격과 비교하는 MVRV도 1에 접근했다. MVRV가 1이면 시장가격과 평균 매입가격이 비슷하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의 평가이익이 상당 부분 사라지면서 가격 부담이 낮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익을 내는 비트코인 물량의 비중도 통계적 하단선 아래로 떨어졌다. 콜린 바스코 전략가는 이를 역사적으로 저가 매수가 유입된 구간에 들어선 신호로 해석했다. 채굴자 수익성을 보여주는 푸엘 멀티플은 0.7 안팎에 머물렀다. 채굴 수익이 최근 1년 평균보다 약 30% 낮다는 의미다. 과열보다는 저평가 국면에서 주로 관찰된 수치다.
다만 장기 보유자의 움직임을 일방적인 매수세로 해석하기엔 아직 이르다. 4월과 5월에는 장기 보유 물량이 증가하고 거래소 잔액은 줄어 저가 매수가 우세했다. 6월 들어서는 장기 보유 잔액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일부 비트코인이 거래소로 돌아왔다. 향후 매도될 수 있는 물량이 늘면서 저가 매수의 강도가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시장 내부의 수급이 개선됐어도 외부 자금은 아직 반등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는 상반기 순유출을 기록했다. 최근 자금 이탈 속도가 둔화됐지만 지속적인 순유입으로 돌아섰다고 평가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보고서의 판단이다.
파생상품 시장도 아직 안심하기 어렵다. 전체 미결제약정은 지난해 말의 정점보다 낮아 과도한 빚투로 인한 연쇄 청산 위험이 조금 줄었다. 최근에는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매수 포지션이 다시 늘고 있다. 가격이 추가로 하락하면 강제 청산 물량이 한꺼번에 나오며 낙폭을 키울 수 있는 구조다.
바스코 전략가는 "비트코인이 단순히 지지선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위쪽의 주요 저항선을 확실히 넘어야 추세 전환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온체인 지표가 저점 형성 가능성을 보여주더라도 현물 ETF 자금과 파생상품 수급이 함께 개선되지 않으면 반등의 지속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거시경제 변수의 영향도 커졌다. 비트코인과 미국 증시의 하루 수익률 상관계수는 지난해 4분기 0.58에서 올해 2분기 0.12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금과의 상관계수는 0.57로 올라갔다. 비트코인이 주식시장과 따로 움직이는 대신 금과 마찬가지로 높은 실질금리와 강한 달러에 민감해진 것이다.
다만 그는 “물가가 다시 오르거나 ETF 자금 유출과 레버리지 청산이 겹치면 비트코인은 다시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며, “매도 물량은 줄었지만 신규 자금 유입과 주요 저항선 회복이 확인되기 전까지 상승 추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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