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차세대 AI GPU 'GB300'이 처음으로 미국에서 생산되기 시작했다. 다만 핵심 공정인 첨단 패키징은 아직 대만에서 이뤄지고 있어 AI 반도체 공급망의 완전한 미국 내 구축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 경제일보(Commercial Times)에 따르면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 팹 21(Fab 21)에서 4나노 공정을 적용한 엔비디아 GB300 GPU 생산을 시작했다. 이는 엔비디아 AI GPU가 미국에서 제조된 첫 사례 가운데 하나다.
다만 생산이 완료된 GPU 다이가 곧바로 완제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애리조나에서 생산된 웨이퍼는 대만으로 운송돼 CoWoS(Chip-on-Wafer-on-Substrate) 첨단 패키징 공정을 거친 뒤 AI 서버 제조업체로 공급된다.
현재 AI GPU는 첨단 패키징이 전체 생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GPU와 HBM(High Bandwidth Memory)을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하는 CoWoS 기술이 있어야만 AI 가속기로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웨이퍼 생산만 미국에서 이뤄지더라도 첨단 패키징을 해외에 의존하는 한 공급망은 완전히 미국 내부에서 완결되지 않는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자립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GPU 제조와 서버 조립은 미국에서 가능해졌지만, 공급망의 마지막 퍼즐인 첨단 패키징이 아직 대만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걸림돌이다. 특히 CoWoS는 현재 AI 반도체 생산에서 가장 병목이 심한 공정이다. 패키징 생산능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웨이퍼 생산을 늘려도 최종 AI GPU 출하량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현재 TSMC는 미국 내 생산 역량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미국에 총 1,65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애리조나에는 신규 반도체 공장뿐 아니라 CoWoS와 SoIC(System on Integrated Chips) 첨단 패키징 시설도 함께 구축된다. 패키징 공장이 완공되면 엔비디아 블랙웰(Blackwell)과 차세대 루빈(Rubin) GPU까지 웨이퍼 생산부터 패키징에 이르는 전 공정을 미국에서 수행할 수 있다.
TSMC는 2028년까지 2나노(N2)와 A16(1.6nm) 공정도 미국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AI 서버 생산기지도 미국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폭스콘(Foxconn)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GB300 AI 서버 생산기지를 구축했으며, 위스트론(Wistron)도 텍사스주 댈러스에 서버 조립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미국 내 CoWoS와 SoIC 생산시설이 본격 가동되는 시점부터 엔비디아 AI 반도체 공급망이 비로소 미국 내에서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상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공급망 자립 전략에서도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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