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코딩을 안 한다고 컴공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진짜 중요한 것은 코딩 테크닉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는 안목’과 ‘비평적 사고’입니다.”
AI포스트 핵심 요약
- ✅ [‘바이브 코딩’의 명과 암 및 읽기·비평 능력의 대두] 자연어 대화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바이브 코딩 유행으로 구현이 쉬워진 반면, 금융·보안 등 프로덕션 환경의 1% 오류를 걸러내는 비평적 검증 능력과 '역량 과행' 격차 극복이 필수 과제로 부상.
- ✅ [서울대 컴공 커리큘럼의 ‘AI 네이티브’ 대개편] 학생들이 AI의 중간 배달원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답 찾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직접 문제를 정의하고 AI가 짠 코드를 크리틱(Critic)하는 'AI 네이티브 커리큘럼'으로 대대적인 평가 방식 전환 추진.
- ✅ [대체 불가능한 컴퓨터공학의 본질과 ‘기발자’ 시대] 컴공은 단순 코딩 기술이 아닌 계산적·알고리즘적 사고를 기르는 학문임을 강조하며, 코딩 스킬보다 도메인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정의하는 안목과 '기발자(기획자+개발자)' 트렌드의 중요성 역설.
인공지능(AI)이 사람 대신 코드를 작성하는 수준을 넘어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뚝딱 만들어내는 시대가 열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컴퓨터공학과(컴공)의 존립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울대학교 AI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이재욱 컴퓨터공학부 교수의 진단은 달랐다. AI발 거대한 변곡점은 컴공의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단순 구현 노동에서 벗어나 진짜 공학으로 도약하는 계기라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최근 서울대 공식 유튜브 채널 ‘샤로잡다’에 출연해 AI 시대 컴퓨터공학 교육의 체질 변화와 미래 개발자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에 대해 명쾌한 통찰을 내놓았다. 이 교수는 AI 분야 중에서도 인프라스트럭처 분야를 연구하는 업계 최고 전문가다.
“쓰는 건 AI, 인간은 비판적으로 읽는다”…바이브 코딩의 명과 암
이재욱 교수는 최근 연구 현장 및 교육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로 ‘읽기와 비평’의 중요성을 꼽았다. 과거에는 논문을 쓰거나 코드를 작성하고 슬라이드를 만드는 등 ‘쓰는(Writing)’ 행위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았지만, 이제는 AI 툴 덕분에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작업이 대단히 쉬워졌다.
이로 인해 생성된 결과물을 읽고, 검증하며,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코딩 지식 없이 자연어로 대화하며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명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 유행하면서, 행정 현장의 공무원이 대법원 판례와 규정을 비교·분석하는 AI를 직접 제작하는 등 긍정적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바이브 코딩이 가진 치명적인 한계도 명확히 지적했다. 실무 프로덕션 환경에서는 95%나 99%의 완성도로는 부족하다. 1%의 예외나 오류가 발생할 경우, 1,000만 명이 이용하는 서비스라면 10만 명에게 잘못된 결과가 전달되는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이나 보안 분야에서는 99%의 정확도조차 허술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최근 지적되는 ‘역량 과행(Capability Overhang)’ 현상을 언급하며, AI 모델의 성숙도는 급격히 발전하는 반면 일반 유저들의 활용 능력 추종 속도는 느려 파워 유저와 평균 유저 간의 생산성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워 유저가 되기 위해서는 AI가 잘할 수 있는 작업의 범주뿐만 아니라 ‘AI의 명확한 한계’를 파악하는 안목이 필수적이라는 진단이다.
서울대 컴공 커리큘럼의 ‘AI 네이티브’ 대개편
과거 텍스트북 기반의 전통적인 과제들은 이미 AI가 100% 정답률로 풀어내는 시대가 됐다. 이 교수는 현시점 교육계의 가장 큰 우려로 ‘학생이 교수와 AI 사이의 중간 배달원(Middleman)으로 전락하는 현상’을 꼽았다. 교수가 낸 문제를 학생이 입력창에 복사해 넣고 AI가 출력한 답을 다시 교수에게 전달만 한다면 진정한 학습은 단 1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서울대 컴공의 교육 및 시험 방식도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 계산기가 도입되었다고 해서 사칙연산을 가르치지 않는 것이 아니듯, 결과값의 의미를 해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지식의 임계점’을 넘기기 위해 핵심 개념 중심의 교육은 유지하되, 평가 방식을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전환한다.
첫째, 학생들을 ‘문제를 직접 정의하는 위치’에 세우는 것이다. 정형화된 정답이 있는 문제 대신 최소스펙과 미니멀한 제한 조건만 제시한 뒤, 과목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스스로 전체 구조를 설계하도록 유도한다.
둘째, ‘비평(Critic) 훈련’의 강화다. 모든 과목에서 AI 툴 사용을 기본 전제로 깔고, AI가 도출한 코드나 시스템 디자인을 보고 무엇이 좋은지, 어디가 왜 잘못되었는지를 평가하고 크리틱하는 능력을 키우는 'AI 네이티브 커리큘럼'으로 대개편을 추진 중이다.
“그래도 컴공에 가야 하는 이유”…26학번으로 돌아가도 컴공
“손코딩을 안 하게 된다면, 컴공의 가치는 떨어진 것 아닌가? 그래도 컴공에 가야 하나?”라는 직구 질문에 이 교수는 컴퓨터공학의 본질을 되짚었다.
컴퓨터공학은 단순한 ‘코딩 기술’을 가르치는 학과가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부딪히는 복잡한 문제들을 추상화하여 컴퓨터라는 툴로 해결할 수 있는 ‘계산적 해법’을 구하는 학문이라는 설명이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한 스텝으로 분해하는 ‘알고리즘적(계산적) 사고’와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추출하는 ‘데이터 기반 사고’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대체 불가능한 핵심 소양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만약 20살 서울대 컴공 26학번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컴공을 가겠느냐는 질문에 선뜻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현시점은 메디슨 황 디렉터의 말처럼 ‘위대한 평탄화’의 시기라는 이유에서다.
경력이 수십 년 된 베테랑이나 이제 막 입학한 주니어나, AI가 가져온 거대한 변화 앞에서는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 오히려 아이디어만 있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공간이 과거 어느 때보다 넓어진 흥미진진한 시대라는 해석이다.
미래 개발자, 코딩 테크닉보다 ‘안목과 문제 정의’가 가치 좌우
앞으로 커리어를 쌓아갈 개발자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코드를 빠르게 타이핑하는 테크닉이 아니다. AI 툴에게 업무를 적절히 위임하기 위해서라도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직접 구현해 본 단단한 엔지니어링 경험과 체화된 감각은 여전히 바탕이 돼야 한다.
하지만 그 위에서 빛을 발하는 핵심 역량은 바로 ‘어떤 문제를 정의할 것인가’와 ‘무엇이 좋은 솔루션인가를 판별하는 안목’이다.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수없이 버려보는 시행착오 속에서만 이러한 안목이 길러진다.
이 교수는 기획자와 개발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일명 ‘기발자(기획자+개발자)’ 트렌드에 깊이 공감했다. 최근 AI 공모전이나 혁신 사례를 보면, 거창한 코딩 스킬보다 특정 산업 도메인의 깊은 이해와 진짜 현장 니즈를 바탕으로 문제를 정의해낸 사람들이 우승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비전공자와 미래 세대를 향해 내가 가진 현실의 작은 문제라도 AI로 풀 수 있다고 전제하고 툴을 직접 써볼 것을 당부했다. 컴퓨터공학은 코딩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문제 해결 방식을 가르치는 곳이며, 불안해하기보다 변화를 적극 수용해 인간 중심의 기술로 만들어간다면 누구나 자신만의 거대한 가치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Copyright ⓒ AI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