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국무총리는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주재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가졌던 '부동산 국민대토론회'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것이다.
이날 한 총리는 "부동산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고, 부동산에 대한 국민 여러분 개개인의 다양한 고민을 경청하면서 합의점을 찾아내야 하는 어려운 숙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려있는 자원을 생산적인 부분으로 재배치하자는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분들이 만족할 규칙을 잡아내는 예술을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의 연장선상에서 개최되는 것으로 청년과 신혼 부부 등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확대 방안과 세제·금융 등이 논의됐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2030 세대의 부동산에 대한 분노를 달래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
토론회에는 금융감독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부동산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 20여명과 학계 및 전문가 20여명, 대학생·신혼부부 등 일반 국민 45명, 부동산 관련 인플루언서와 공인중개사 10여명, 총리실과 재정경제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관계자 25명이 참석했다.
한 총리 "결혼 페널티·청년 주거환경 관련부처 협의…조만간 답 드릴 것"
한성숙 국무총리는 이날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 모두발언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국민의 어려움과 마음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2025년도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가계 순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1.9%에 달한다"며 "거주 공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문제는 5천만 국민 모두가 직접 이해관계를 가진 중차대한 현안"이라며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합의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토론회에서 부족했던 논의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 관계자, 학계·전문가, 일반 국민 등 130여 명이 참석해 공급, 세제, 대출 등 주택시장 전반을 논의했다.
한 총리는 청년 주거정책과 관련해 "부모 재산 규모와 상관없이 같은 조건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며 "결혼 페널티와 청년 주거 환경 문제를 세부적으로 검토해 조만간 답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생애 최초 주택담보대출 요건에 대해서도 "지원 방안을 정리해야 한다"며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정부는 공급 확대를 위해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활성화 대책을 마련 중이며, 금융당국과 협의해 조만간 결론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와 기업형 임대 등 다양한 공급 주체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보유세 인상에 따른 양도세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며 "거주하지 않는 집을 오래 들고 있는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세 부담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마무리 발언에서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린 자원을 생산적인 분야로 재배치하는 데 이견은 없다"며 "공정한 규칙을 통해 더 많은 국민이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억원 "가계대출 규제는 엄격하게…청년·신혼·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엔 핀셋 지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방향과 관련해 "엄격한 기조를 유지하되 청년·신혼부부·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핀셋 조치로 불편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수도권은 과열, 지방은 침체라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며 "수도권 LTV는 40%지만 지방은 70%다. 지방 규제 완화는 정부 기조인 만큼 추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방향과 관련해 엄격한 기조를 유지하되, 청년, 신혼부부,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해선 '핀셋' 조치로 불편을 해소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잔금대출 등 입주를 앞두고 새로운 규제를 받을 경우에는 경과조치에 따라 차주들이 종전 규정을 원활히 적용받도록 은행과 협의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 무주택자들이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요건에서 불합리하게 제외되지 않도록 은행 여신 심사 유연화 방안도 시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주택금융에 대한 다양한 건의사항이 제기됐다. 지방에 대해서는 대출규제를 더 완화해달라는 의견과 잔금대출에 대해선 규제를 제외해달라는 건의가 나왔다. 또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를 풀어달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 위원장은 "수도권은 과열되어 있고 지방은 침체됐는 게 현실이라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현재 수도권 LTV는 40%이지만 지방은 70%다. 지방 규제 차등화는 정부 기조인 만큼 다른 부분을 더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추가 완화하는데에는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 위원장은 "이미 수도권 스트레스금리가 3%고, 지방은 0.7%로 차등화했는데 이마저도 없애달라고 하는 것은 (DSR에 대한) 기본 원칙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 조금 어렵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대출규제로 잔금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진 것에 대해선 "현재 경과조치에 따라 규제 이전 입주자에 대해선 종전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규제를 맞추고 추가적으로 조이다보니 그런 것이지, 사실 규정상으로는 당연히 대출이 돼야 하는 부분이다. 은행권과 신속하게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갭투자 방지로 금지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에 대해선 "갭투자가 부동산 시장 과열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어 규제를 한 것"이라며 "전반적인 취지나 시장 전체를 봐야 하지만, 개별 사례 등 안타까운 부분이 있는 만큼 밸런스를 어떻게 맞출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이 무주택자로 취급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세대 내 소득요건 때문에 가족 중 누가 집이 있으면 무주택자로 취급이 안되는 부분이 있다"며 "이같은 청년 실상을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주택 지분 상속을 가지고 있어 생애최초 요건에 충족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선 "은행 여신심사위원회에서 의견을 듣고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출을 허용해주는 방식으로 원칙과 개별 사정을 조화롭게 담을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금융 부문 발제를 맡은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수자요 중심의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청년층 금융 지원 확대, 전세대출 목적 외 이용 축소, 이주비대출 규제 합리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실수요자 선별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세대출은 무주택 서민의 주거 복지를 위해 도입된 제도이지만 원래 의도와 달리 다른 목적으로 전용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의도치 않은 사용에 대해서는 점진적인 감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부세·양도세 개편, "초고가 1주택 공제 한도 설정" 제안
강성훈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교수는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관련해 초고가 거주용 1주택에 대해서는 공제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을 추진 가능한 개편 방향으로 제시했다.
강성훈 교수는 이날 수렴된 국민 의견을 바탕으로 종부세와 양도세의 '추진 가능한 개편 방향'을 정리해 소개했다.
강 교수는 국민 의견을 ▲적정 세부담 ▲초고가 주택 ▲비거주 주택 ▲보유세와 양도세 간 관계 ▲부작용 우려 등 5가지 논점으로 정리했다.
적정 세부담과 관련해서는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양도세는 근로소득과의 과세 형평성을 고려해 세부담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초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세부담을 강화하고, 종부세와 양도세 모두 공제 한도를 설정해 공제 혜택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강 교수는 "초고가 주택의 기준은 시가 10억원에서 100억원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비거주 주택과 관련해서는 종부세 세액공제와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에 거주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보유세와 양도세 간 관계를 두고는 보유세를 강화할 경우 양도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양도세 부담으로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 이른바 '매물 잠김'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다주택자 중과를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령 은퇴자를 배려해 종부세 납부유예 요건을 완화하고, 지방으로 이주할 경우 양도세를 감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는 양도세 부담을 강화해야 한다는 앞선 의견과는 상반된 주장이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를 강화하더라도 중저가 주택시장 안정에는 기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견과 종부세 부담이 임대료 인상 등을 통해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강 교수는 이 같은 국민 의견을 바탕으로 종부세 개편 방향으로 ▲일정 가액 미만 거주용 1주택의 세부담 유지 또는 완화 ▲초고가 거주용 1주택 공제 한도 설정 ▲비거주 주택 및 다주택 세부담 정상화 ▲고령자 거주용 1주택의 납부유예 요건 완화 등 4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추진 가능한 개편 방안으로 초고가 거주용 1주택에 대해 공제 한도를 설정할 수 있다"면서도 "초고가 주택의 기준은 다양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년·신혼부부 공공주택 확대, "인허가 간소화·금융 지원 절실"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사업자 금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일진 도시이야기 대표이사는 "정부가 지식산업센터를 주거형 오피스텔로 전환해 LH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지만,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려면 인허가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용도 변경 절차에 통합심의·패스트트랙 도입을 제안하며 "구조·소방·안전은 철저히 검토하되 관련 절차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LH 매입약정 등 공공성이 확보된 사업은 통합심의 대상으로 지정하고 명확한 처리 기한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인허가, LH 매입약정, HUG 보증 심사, 금융 심사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사업자의 금융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국토부·LH·HUG·금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원스톱 지원체계를 구축해 병행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길주 대신이엔디 회장은 민간 주택 공급 위축의 원인으로 금융 규제와 악화된 사업성을 지적했다. 그는 "토지 확보와 택지 조성에 수년이 걸리지만 브리지론·본PF 등 자금 조달이 사실상 막혀 있다"며 "착공 이후에도 분양률 조건 때문에 중도금 대출이 어렵고, 준공 후 입주율 저조로 잔금 납부가 지연돼 시행사·건설사가 경영난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또 "자재비·인건비 상승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사업장은 추진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민간 사업자가 안정적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금융과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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