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존경받는 군주나 대통령은 드물고 존경받는 과학자는 많은 것일까. 얼마 전 한 학회에서 교수와 박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질문이다. 정치지도자는 강한 권력을 가질수록 이해관계의 중심에 서게 되고, 그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가 부족하면 비판과 갈등도 커진다. 이른바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지위는 스스로 견제하기 어렵다.
경제학도 같은 교훈을 말한다. 1998년 미국 정부는 PC 운영체제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독점은 가격을 올리고 생산을 줄여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거래를 사라지게 만든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사중손실(死重損失·dead weight loss)’이라 부른다. 독점의 문제는 기업의 규모 자체가 아니라 경쟁과 견제가 사라질 때 시장의 효율성과 공정성이 함께 훼손된다는 데 있다.
이러한 원리는 공공기관에도 적용될 수 있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부실한 선거 관리, 채용 비리, 보안 취약성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 물론 선관위는 헌법이 독립성을 보장한 기관이며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 정치적 중립이 필요하다. 그러나 독립성은 책임성과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선거를 통해 국민의 평가를 받고 정부는 국회와 감사원의 감사를 받으며 사법기관도 법률과 절차에 따라 견제를 받는다. 독립적 기관일수록 그에 걸맞은 투명성과 외부 검증 장치를 갖추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길이다.
최근 금융시장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단일종목 상장지수펀드(ETF)와 관련 레버리지 상품의 확대로 특정 종목의 변동성이 커졌고 주가지수의 변동성 증대와 불필요한(?) 하락의 원인이 됐다. 7월16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8.8%, 11.5% 급락하자 이들을 추종하는 2배 레버리지 ETF는 하루에 20% 안팎의 손실을 기록했다. 금융당국도 제도 운영에 대한 보완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새로운 제도는 혁신을 가져오지만 충분한 검토와 다양한 의견 수렴이 부족하면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최근 정부가 개최한 부동산 대토론회는 그나마 순기능이 있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듣고 정책에 반영하려는 과정 자체는 견제와 균형의 한 방식이다. 정책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때보다 다양한 시각을 검토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때 시행착오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정책도 시장도 견제와 균형 속에서 발전한다.
영국의 정치사상가 액턴 경은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으며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말했다. 이를 경제학적으로 바꾸면 “독점은 견제받지 않을수록 비효율과 부작용을 낳는다”는 말이 된다.
기업의 독점은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공공기관의 독점은 국민의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 스포츠 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여러 논란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운영의 투명성과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도, 대한축구협회도 국민의 신뢰 위에서 독립성과 자율성이 존중돼야 한다. 그만큼 투명성과 책임성도 함께 요구된다. 권력이든 시장이든 조직이든 견제와 균형이 작동할 때 비로소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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