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절기가 변하면 보건도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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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절기가 변하면 보건도 변해야 한다

경기일보 2026-07-27 19:04: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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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경열 보건학박사·경기도장애인체육회 이사
목경열 보건학박사·경기도장애인체육회 이사

 

입추가 지나도 폭염은 계속되고 처서를 넘겨서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일이 이제는 일상이 됐다. 24절기는 단순한 옛 농경사회의 풍습이 아니다. 변화하는 계절에 맞춰 삶의 마디를 점검하고 건강을 정비하던 선조들의 지혜로운 ‘선제적 건강 관리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기후의 법칙이 흔들리면서 수천년간 이어져 온 절기의 시계 또한 본궤도를 벗어나고 있다.

 

이러한 절기 교란의 배경에는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지구 온난화와 한반도의 아열대화가 자리하고 있다. 기상청의 자료를 보면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의 봄과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졌다.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절기를 나누던 체계가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절기와 실제 날씨 사이에 점점 큰 간격이 생기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기상 예측뿐 아니라 질병 발생 시기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하는 보건당국에도 새로운 부담이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절기의 교란이 단지 날씨 예측이 틀어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곧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새로운 형태의 보건 위기로 직결된다. 봄철 조기 폭염이나 한여름에 터지는 이례적인 독감 유행, 늦가을까지 이어지는 모기 매개 감염병 등은 “겨울엔 독감, 여름엔 온열질환”이라던 기존 보건 공식의 균열을 보여준다.

 

물론 보건당국도 계절별 대응체계를 꾸준히 보완해 왔다. 그러나 많은 제도는 여전히 달력과 행정 일정에 맞춰 운영된다. 기후가 먼저 변하고 질병이 그 뒤를 따르는 지금의 환경에서는 이런 방식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 9월 말이면 종료되는 온열질환 감시 체계나 백신 수급 일정상 10월에야 본격 시작되는 독감 접종 체계가 대표적이다. 날씨와 질병이 이미 달력을 무시하고 움직이는 상황에서 기존의 정형화된 일정표만으로는 늦가을 폭염이나 한여름 독감 같은 보건 사각지대를 완전히 막아서기 어렵다.

 

전통적으로 서늘했던 영국 런던이 사상 처음으로 40도를 돌파하고 프랑스 파리가 42도가 넘는 폭염으로 보건 비상사태를 겪었듯이 기후 이상 현상은 전 세계의 보건 체계를 흔들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기상기구(WMO)와 주요 선진국은 단순 기상예보를 넘어 실시간 기후 데이터와 응급실 진료 현황, 취약계층 데이터를 결합한 ‘기후 연동형 보건 경보(Heat-Health Early Warning System)’를 확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날짜가 아니라 실제 위험도를 기준으로 준비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국내 역시 기상청의 기후 데이터와 질병관리청의 감염병·응급실 감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계하는 정교한 예측 모델 구축이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다. 특히 홀몸노인과 저소득층처럼 기후 변화에 취약한 계층일수록 더 빠르게 보호망이 작동해야 한다. 시민들 역시 실시간으로 위험 정보를 받고 적절한 건강수칙을 실천할 수 있도록 보건당국의 소통 체계도 더욱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절기의 순환은 예전과 달라졌지만 그 안에 담긴 ‘미리 알고 대비한다’는 지혜는 여전히 유효하다. 절기가 더 이상 계절을 정확히 알려주지 못하는 시대라면 그 빈자리를 채워주는 것은 실시간 기후정보와 이에 발맞춘 보건행정이다. 기후가 변한 만큼 보건행정도 함께 변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후 위기 속에서도 시민의 일상과 건강을 지켜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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