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에 불과하다'… 장관 사임 후에도 계속되는 인도 Z세대의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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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에 불과하다'… 장관 사임 후에도 계속되는 인도 Z세대의 시위

BBC News 코리아 2026-07-27 18:49: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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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 속에서 커다란 인도 국기를 흔드는 젊은 여성의 모습
Getty
인도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는 교육부 장관이 사임한 이후에도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집권한 지난 12년 동안, 내각에서 사임한 장관은 단 한 명뿐이었다. 성 비위 의혹이 불거진 경우였다.

그런데 일주일 넘게 이어진 격렬한 거리 시위 끝에 지난 25일(현지시간)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이 사임했다. 이는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됐고, 많은 청년들은 드문 승리로 받아들이며 환호했다.

델리의 학생 운동가인 사키(22)는 "처음으로 시위를 통해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프라단 장관의 사임 직후, SNS에서는 오래전 모디 정부의 한 고위 장관이 "우리 정부에서는 사임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자랑하는 영상이 다시 화제가 됐다. 이는 장관의 사임을 요구하며 전국적으로 시위를 벌여온 청년들의 자신감을 보여준다.

사키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반대 의견이 얼만 중요한지 가르치는 교과서를 읽으며 자랐지만, 모디 정부 시절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사키는 인스타그램에 경찰이 시위대를 폭행하고 연행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과 영상과 더불어 경찰관들을 조롱하는 릴스(짧은 영상) 영상을 게시했다. 그가 올린 수많은 게시물은 조회수 수백만 회를 기록했다.

그는 정부가 시위의 소통방식과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 시위의 기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이 정부는 주류 언론과 페이스북, 왓츠앱 등은 장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은 놓쳤습니다."

구호를 외치고 있는 사키
Sakhi
사키의 인스타그램 릴스(짧은 영상) 게시물은 조회수 수백만 회를 기록했다

교육 제도와 관련해 벌어진 최근 시위는 지난 5월, 인도 최대 의과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NEET'가 시험지 유출 사태로 인해 취소되면서 촉발됐다. 이로 인해 학생 200여 명은 시험을 다시 치러야 했고, 학생 20여 명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가족은 이번 부정 사태가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분노는 이른바 '바퀴벌레 국민당(CJP)'을 통해 표출됐다. CJP는 풍자적인 온라인 운동으로, 과거 인도 대법원장이 실업자와 '가짜 학위' 소지자들을 바퀴벌레에 비유한 발언에서 이름을 따왔다.

CJP 운동을 처음 시작한 이들은 델리에서 농성을 벌이며 프라단 장관의 사임, 교육 제도 개혁, 유가족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초기에는 이 시위에 큰 관심이 쏠리지 않았다. 그러던 7월 18일, 델리 경찰이 단식 투쟁 중이던 교육자 소남 왕축을 강제로 연행해 병원으로 이송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틀 뒤, CJP의 호소에 따라 수만 명이 의회로 행진했고, 경찰은 강경 진압에 나섰다. 경찰이 시위대를 곤봉으로 진압하고, 최루탄과 고무탄을 사용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며 대중의 분노를 부추겼고, 이는 시위를 잠재우기는커녕 오히려 더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았다.

시위 현장에서 경찰에 둘러싸인 소마야 코르드
Somaya Korde
소마야 코르드는 온라인에서 시위 참여를 촉구한 뒤 자택에서 경찰에 연행됐다

인도 청년들이 품고 있는 불만과 이를 거리로 나와 직접 표현하려는 용기는 전국 다른 지역으로도 퍼져 나갔다.

소마야 코르드(26)는 온라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7월 20일 뭄바이에서 열리는 시위에 참여해달라고 촉구했다가 자택에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후로도 며칠간 여러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교육부 장관의 사임은 "끝이 아닌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많은 청년들이 생애 처음 시위에 나서고 있다"는 그는 "하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논의해야 할 더 큰 사안들이 많고, 우리는 그러한 문제들에 대해 계속 이야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족 중 처음으로 법학 학위를 취득한 여성이자 최근에는 지방선거 후보로도 나섰던 그는 역사적으로 사회적·경제적 불이익을 겪어온 탓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취약 계층'으로 분류된 집단 출신이다.

다른 많은 인도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코르드 또한 교육이 더 나은 삶을 보장해주리라 여겼으나, 이번 NEET 시험지 유출 사건로 인해 노력하면 보상이 따른다는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한다.

그는 "학교와 대학은 민영화되고 있고, 시험지 유출 사건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그렇게 학업을 마친다고 하더라도 사회에는 일자리가 많지 않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 모든 문제는 정부에 대한 책임을 묻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차량 뒷자리에서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고 있는 하르슈바르단 카담
Harshvardhan Kadam
하르슈바르단 카담은 경찰관으로부터 마약 소지 혐의를 뒤집어씌우겠다고 협박받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게시했다. 해당 영상은 인터넷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코르드의 이같은 좌절감은 인도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을 반영한다.

인도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청년 인구를 보유하고 있지만, 정부 통계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전년 동월 13.8%에서 올해 6월 16.2%로 뛰어올랐다.

대졸자조차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아짐 프렘지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구직자 중 1년 이내에 정규직에 취업한 비율은 7% 미만이었고, 사무직에 취업한 비율은 4%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시위는 청년들이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좌절감을 표출할 수 있는 결집의 장이 됐다.

그중 한 명이 18세 청년 하르슈바르단 카담(18)이다. 그는 지난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를 부양하고자 학교를 마친 뒤 노트북 판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7월 23일, 카담이 뭄바이에서 열린 시위 행진 도중 촬영한 영상이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다. 현재 조회수 1000만 회를 기록하고 있는 이 인스타그램 릴스 영상에서 그는 경찰차로 연행되고 있다. 영상 속 경찰은 그에게 마약 소지 혐의를 뒤집어씌우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해당 경찰관은 이후 정직처분을 받았다.

카담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정직 처분을 받기를 바란 건 아니었다"며, "단지 평화로운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기록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프라단 장관이 사임한 현재, 그는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가 목소리를 높일 때 정부가 다음번에는 두려워하게 될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바루니 푸르바
Varuni Poorva
교수를 꿈꾸는 바루니 푸르바는 거의 10년 동안 학생 운동가로 활동해 왔다

인도 북동부 아삼주 구와하티 출신의 시나리오 작가인 스와라지 프리요(29)는 모디 정부 집권 이후 수년간 시위가 벌어져도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현실에 환멸을 느껴왔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번 시위를 통해 다시 희망의 불씨가 살아났다는 설명이다.

"이 운동은 (정부에) 의문을 제기하고 반대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공간을 되찾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모디 정부가 점점 압박받고 있다는 분위기는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전국 각지의 시위 현장에는 이제 "프라단은 한 예시일 뿐이다. 다음은 모디의 차례"라고 적힌 포스터들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낙관론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인도 북부 비하르주 파트나 출신으로 10년 가까이 학생 운동가로 활동해 온 바루니 푸르바(30)는 프라단 장관의 사임이 모디 정부도 "무릎 꿇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정부가 시위를 조직하거나 참여한 이들에게 보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를 대상으로 한 "마녀사냥"이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실제로 그는 지난 일주일 혹시 모를 체포에 대비해 보석 예비 신청을 했다. 현지 경찰은 l이미 시위 참가자 100여 명을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한 상태이며, 4명 이상을 체포했다.

시험지 유출 중단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는 학생 3명
Reuters
앞으로 몇 년간 Z세대가 인도 정치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

한편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는 "모디 정부 하에서 인도 당국이 "날조된 대테러법 및 혐오 발언 관련 법률을 이용해 시민운동가, 언론인, 평화적 시위자들을 반복적으로 기소해왔다"고 지적했다.

많은 학생들의 학부모들이 강경 진압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지만, 푸르바는 이번 시위가 청년에게 새로운 자신감을 심어주었다고 믿는다. 이들이 품어온 깊은 좌절감이 해소되지 않은 한 정부가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델리의 한 시위 현장에는 이러한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벽 낙서가 남겨져 있다.

"우리에게는 일자리가 없다. 이 낙서를 지워도 우리는 내일 다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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