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20대 대선 당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형이 확정될 경우 국민의힘이 반환해야 할 선거비용 397억원을 놓고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끌어들이며 반격에 나섰고, 범여권은 일제히 국민의힘을 향해 사과와 선거비용 반환을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법, 윤 전 대통령에 징역형 집행유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순표)는 27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대선 후보 시절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다.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해당 후보가 소속된 정당은 국고에서 지원받은 선거비용을 반환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20대 대선 당시 보전받은 선거비용은 397억원에 달한다. 국민의힘 자산이 약 1200억원대로 알려진 만큼, 최종심까지 1심 판결이 유지될 경우 자산의 상당 부분을 반환해야 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여의도 당사를 매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직후 "재판부 판단에 오류가 많다고 생각한다"며 판결문을 검토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을 기소한 김건희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 측은 "충실하게 심리한 재판부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짧게 논평했다.
굳은 표정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 뉴스1
국민의힘 "이재명 대통령 사건부터 매듭지어라"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정면으로 소환하며 맞불을 놓았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결코 예외일 수 없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이미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판단이 내려진 사안"이라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아직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는 만큼, 그 결과를 엄중히 지켜보겠다"면서도 "남은 절차가 마무리되어 형이 확정되면 민주당은 국민 혈세로 보전받은 대선 선거보전금 434억 원을 반드시 반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4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는데, 이후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관련 재판이 중지된 상태다.
박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사안"이라며 "반면 이재명 대통령 사건은 이미 대법원의 판단이 내려진 만큼, 더 이상 지연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은 권력자의 방탄막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 사건에 대한 후속 재판도 신속히 재개해 결론내야 한다"며 "형이 확정되는 즉시 민주당은 선거보전금을 국민께 반환하라. 법 앞에 성역은 없으며, 책임 앞에 예외도 없습니다. 그것이 법치이고,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국민의힘 의원들도 판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권영세 의원은 SNS에 "이 대통령에 대한 2020 대법원 판결(친형 정신병원 감금 관련)에 의하면 이 사건도 당연히 무죄여야 한다"며 "상급심에서 바로잡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2020년 7월 대법원은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 후보 시절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느냐"는 질문에 부인하는 취지로 답변한 발언을 두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며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권 의원은 "만에 하나 이 판결이 유지된다면 2025년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김문기 관련 골프 발언 및 백현동 관련 발언)도 바로 재개돼야 한다"며 "그것이 공정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범여권, 한목소리로 "397억 즉각 반환하라"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은 이날 일제히 국민의힘을 향해 사과와 선거비용 반환을 촉구했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이번 1심 판결은 윤석열이 후보 시절 자신의 당선을 위해 거짓으로 국민을 속이고 대선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법원이 명확히 한 것"이라며 "징역 1년 6개월은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며, 윤석열은 탄핵 이전에 이미 대통령의 자격이 없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이어 "2심, 3심을 지켜봐야 한다며 시간 끌기에 나서거나, 윤석열 개인의 탓으로 어물쩍 넘길 생각을 하고 있다면 커다란 오산"이라며 "즉각 국민께 사죄하고 혈세로 보전받은 397억 원의 선거비용 반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지난 몇 년간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선거비용 반환을 겁박해 왔다"며 "자신들이 내뱉은 말을 지켜야 할 것이다. 꼼수로 선거비용 보전액 징수를 회피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길"이라고 적었다. 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송영길 후보는 "윤석열은 국민을 속여 권력을 얻은 사람이라고 사법부가 선언한 것"이라며 "내란으로 나라를 위태롭게 하고 거짓말 유죄까지 선고된 자를 내세웠던 국민의힘 대국민 석고대죄부터 하십시오"라고 밝혔고, 김민석 후보 역시 "국민의힘은 397억 반환논의 개시합니까"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조국혁신당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정춘생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거짓에 기반한 선거로 지급받은 선거비용 보전금, 이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국고로 되돌려 정상화해야 한다"며 장동혁 대표 등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했다.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은 페이스북에 "2025년 12월 공직선거법 추가 기소를 촉구했던 사람으로 보람을 느낀다"며 "현재 국민의힘 재산 상황을 볼 때 적어도 여의도 당사를 매각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혈세로 지원받은 선거보조금 397억원을 반환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고 가세했다.
겹악재 만난 국민의힘, 사법 리스크 현실화
이번 판결로 국민의힘의 '사법 리스크'는 한층 짙어지는 분위기다. 5선 권성동 의원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형이 확정되면서 이미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권 잠룡'으로 꼽히던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여기에 추경호 대구시장의 '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 재판, 윤 전 대통령 체포 방해 혐의로 수사를 받는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의 사건까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당내 긴장감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선거비용 반환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24년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민주당도 434억원의 선거비용 반환 위기에 몰린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대선에서 승리하며 재판이 중지돼 위기를 넘겼다. 당시 국민의힘은 선거 보전금 미반환 시 경상보조금을 차감하는 '선거비용 먹튀 방지법', 최종심 확정 전 정당 재산을 가압류하는 '강제집행 면탈 방지법' 등을 발의한 바 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 법안들을 겨냥해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내뱉은 말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재차 압박했다.
윤 전 대통령 사건은 항소심에서 다시 다퉈질 예정이며, 대법원 확정 판결은 이르면 내년 1월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