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다주택자 규제가 낳은 똘똘한 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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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의 핫스팟] 다주택자 규제가 낳은 똘똘한 한 채

여성경제신문 2026-07-27 16:5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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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만 가자."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이런 처세술을 조기 이수한 우리는 영혼 없는 끄덕임과 '모르는 척'으로 무장한 생존의 고수들이다. 퇴근길 소주 한 잔에 "오늘도 버텼다"며 스스로를 마취하고, "받은 만큼만 일한다"며 핏대 세우는 걸 훈장처럼 여긴다. 그런데 이상하다. 성공했다는 이들의 삶은 왜 우리와 이토록 딴판일까. 어쩌면 우린 그저 거대한 '펜듈럼(Pendulum)'의 진동판 위에서 시키는 대로 춤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공력을 낭비하며 '잉여 포텐셜'을 공급하는 건전지 신세로 말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도덕 교과서 대신, 왜 이 지겨운 장면이 무한 반복되는지 그 메커니즘이 궁금했다. 내게 그 프리즘을 빌려준 바딤 젤란드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의 '트랜서핑' 이론을 메스 삼아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김현우의 핫스팟]을 시작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200억원 세금 감면 프레임과 여론 몰이에 갇혀 고가 1주택자 때리기로 변질됐다. 투기꾼이라는 가상의 적을 만드는 대신 강남 수요를 분산할 실질적 인프라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챗GPT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200억원 세금 감면 프레임과 여론 몰이에 갇혀 고가 1주택자 때리기로 변질됐다. 투기꾼이라는 가상의 적을 만드는 대신 강남 수요를 분산할 실질적 인프라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챗GPT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조용한 은퇴촌(HOA·입주자대표회의)에서 벌어진 일이다. 어느 날 동네 미관을 해친다며 '1가구 차량 3대 이상 주차 금지'라는 엄명이 떨어졌다. 평소 법 없이도 살던 주민 존(John) 영감은 며칠 밤낮을 고민했다. 결국 마당에 세워뒀던 낡은 중고차 세 대를 헐값에 팔아치우고, 대신 크고 아름다운 럭셔리 픽업트럭 '포드 F-150' 딱 한 대만 새로 뽑았다.

그런데 웬걸. 며칠 뒤 관리소장이 집 문을 부서져라 두드렸다. "당신, 저 거대한 트럭 한 대가 차 세 대보다 공간을 더 잡아먹잖아! 이 얌체 같은 주차 투기꾼!" 존 영감은 어안이 벙벙했다. 아니, 세 대 갖지 말라며? 그래서 똘똘한 한 대만 샀더니, 이제 와서 나보고 마을의 평화를 깨는 적폐란다.

바다 건너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벌어지고 있는 사례다. 러시아 물리학자 바딤 젤란드가 주창한 '트랜서핑(Transurfing)'의 안경을 끼고 작금의 부동산 세제 논쟁을 들여다보면, 현실은 한 편의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한국 부동산 시장을 지배해 온 펜듈럼의 먹이는 언제나 대립이었다. 강남 대 비강남·다주택자 대 무주택자·투기꾼 대 실수요자다. 정부는 펜듈럼에 올라타 다주택자를 맹렬히 때려잡았다. 살기 팍팍해진 시장 참여자들은 살길을 찾아 합법적 우회로를 택했다.

세금 폭탄을 맞느니 가치가 오를 만한 핵심지에 모든 자본을 집중하는 생존 전략인 이른바 똘똘한 한 채의 탄생이다. 한데 여기서 프레임의 마법이 시작된다. 처음엔 시장의 생존 본능이었던 이 단어가 어느 순간 똘똘한 한 채 문제로 둔갑하더니 급기야 똘똘한 한 채 투기로 변모했다.

강남에 집 한 채 덜렁 들고 수십 년 살아온 할아버지가 하루아침에 세제 혜택을 얄밉게 빨아먹는 투기꾼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펜듈럼은 적이 사라지면 굶어 죽는다. 그러니 끊임없이 새로운 적을 창조해야 한다. 다주택자라는 과녁이 너덜너덜해지자 이제는 고가 1주택자를 새로운 제물로 삼아 광장에 끌어낸 셈이다. 정부가 만든 선택지를 택했을 뿐인데 다시 그 선택을 정부가 문제 삼는 지독한 역설이다.

<리얼리티 트랜서핑> 이 꼽는 가장 위험한 상태는 사안에 과잉 중요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감정이 이성을 집어삼키고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집 한 채 팔고 세금을 200억원이나 깎아줬다." 정치권이 던진 이 숫자는 기가 막힌 떡밥이다.

평범한 직장인 입장에선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비현실적인 액수다. 여기서 정책적 이성은 마비된다. 상위 0.1%의 극단적 예외 사례를 마치 제도의 본질인 양 포장해버린다. 물가 상승률이 얼마인지·실거주 기간은 며칠인지·공제액 중앙값은 얼마인지 따위의 팩트는 증발한다. 남는 것은 "저런 부자들까지 깎아줘야 해?"라는 맹렬한 분노뿐이다.

급기야 국세청장은 고가 주택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두고 "역진성의 끝판왕"이라는 자극적인 딱지를 붙였다. 찬성하는 쪽은 통쾌해하고 반대하는 쪽은 분노한다. 표면적으로는 싸우는 것 같지만 <리얼리티 트랜서핑> 관점에서 이들은 똑같이 부동산 전쟁이라는 펜듈럼에 아낌없이 장작을 대고 있는 동업자들일 뿐이다.

댓글로 짓는 농사 그리고 길을 잃은 목표

더 가관인 것은 국무회의에서 오간 댓글 투표 논란이다. 초고가 주택 기준이나 양도세 체계 같은 초정밀 조세 정책을 네티즌 댓글 반응으로 정하려 든다. 군중 심리의 폭주인 유도 전이의 전형이다. 심판석에 앉아 경기를 조율해야 할 정부가 훌리건들 틈에 섞여 같이 소리를 지르며 여론의 눈치나 보고 있는 꼴이다.

<리얼리티 트랜서핑> 은 목표와 그 목표로 들어가는 문을 헷갈리지 말라고 경고한다. 애초에 정부의 목표는 국민의 주거 안정 아니었나. 그런데 어느 순간 강남 집값 때려잡기로 변질되더니 이제는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가 지상 최대의 과제가 되어버렸다. 들어갈 문짝을 붙잡고 씨름하느라 원래 가려던 방이 어디였는지 까맣게 잊어버린 맹구 같은 상황이다.

거울을 닦을 것인가 내 얼굴을 씻을 것인가

강남 아파트를 규제하고 세금을 몽둥이질한다고 해서 강남을 원하는 인간의 본초적 욕망이 사라질 리 없다. 교육 직장 인프라 문화. 이 압도적인 현실의 조건들이 굳건히 버티고 있는 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길을 찾아 이동한다.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의 숯검정을 지우겠다고 거울 표면을 아무리 벅벅 닦아봐야 팔만 아프다. 내 얼굴을 직접 씻어야 한다. <리얼리티 트랜서핑> 이 말하는 내부 의도다.

"사람들이 왜 강남 한 채를 그토록 욕망하는가?" 정부는 이 질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투기꾼이라는 허수아비와 섀도복싱을 멈추고 사람들이 굳이 강남의 똘똘한 한 채에 목매지 않아도 될 만큼 매력적인 선택지들을 도처에 만들어내는 것. 그것만이 이 지긋지긋한 펜듈럼의 주술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해법이다. 투기꾼이냐 아니냐 핏대 세우며 싸울 시간에 묻고 싶다. 캘리포니아의 존 영감에게 필요한 건 과태료 고지서였을까 아니면 마음 편히 주차할 수 있는 넉넉한 공용 주차장이었을까.

☞펜듈럼: 책 <리얼리티 트랜서핑> 에 나오는 용어로 사람들의 집단적 감정과 생각 에너지를 먹고 자라는 가상의 구조체를 뜻한다.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부동산을 3년 이상 오래 보유한 사람에게 양도소득세를 깎아주는 세제 혜택이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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