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노동계와 경영계가 일제히 이의제기에 나섰다. 노동계는 인상 폭이 생계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부담이 과도하다며 재심의를 요구하면서 정부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과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소공연)는 이날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2027년도 적용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는 지난 14일 제14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380원(3.7%) 인상한 시간당 1만700원으로 의결했다. 이를 월 환산액(월 209시간 기준)으로 계산하면 223만6300원으로, 올해보다 7만9420원 늘어난 수준이다. 이로써 사상 첫 1만원을 돌파한 데 이어 최저임금은 3년째 상승 흐름을 이어가게 됐다.
논의 당시 공익위원들은 노사 간 요구안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협상 타결을 유도하기 위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인 2.7%를 하한으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5.25%를 상한으로 하는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했다. 이후 공익위원들은 3.9% 인상안을 권고했지만 노사 합의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표결 끝에 사용자위원안인 3.7% 인상안이 최종 의결됐다.
그러나 의결 이후에도 노사는 모두 최저임금 수준에 반발하며 공식 이의제기에 나섰다. 노동계는 인상 폭이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안정을 담보하기에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용자 측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을 이유로 재심의를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와 사용자 측이 같은 연도 최저임금안에 대해 동시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2022년 이후 4년 만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3.7% 인상으로는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를 만회하기 어렵고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도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배달라이더 등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별도 최저임금 적용안이 무산된 것을 두고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향한 열망을 좌절시킨 것”이라고 규탄했다.
앞서 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은 올해 최임위 심의요청서에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방안을 심의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이에 노동계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사회보험료 등을 제외한 순수입을 실제 노동시간으로 나눠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산식을 제안하며 도급제 노동자에도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안건은 표결 결과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부결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반영되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배달라이더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판결을 근거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필요성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토대로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방안을 재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공연도 같은 날 정부세종청사 노동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의제기서를 냈다. 이들은 이번 최저임금 추가인상이 물가상승률을 뛰어넘어 인건비 부담 증가와 경영난 심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이들은 당초 동결 또는 최소한의 인상을 주장했으나 소상공인의 지불 여건이 심의 과정에서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논의 당시 소공연 추천 사용자위원인 금지선·이기재 위원은 지난 9일 진행된 제13차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이 추가 수정안 제출을 요구하자 이에 반발해 회의장에서 퇴장하기도 했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근로자 또는 사용자를 대표하는 자가 고시된 최저임금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고시일부터 10일 이내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장관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동부가 지난 16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하면서 올해 이의제기 접수 기한은 오는 27일까지다. 장관은 이의제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거나 최임위가 제출한 안대로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인정할 경우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재심의가 요청되면 최임위는 장관이 정한 10일 이상의 기간 내에 다시 심의한 뒤 그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재심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노동계와 경영계가 최저임금안에 이의를 제기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노동부 장관이 이를 받아들여 최임위에 재심의를 요청한 전례는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년에도 2023년도 적용 최저임금(9620원)을 둘러싸고 민주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소공연 측이 모두 이의제기를 제기한 바 있지만 당시 노동부는 최저임금법의 취지와 최임위의 심의·의결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최저임금 이의제기의 인정 요건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재심의가 이뤄진 전례가 없는 데다 이번 사안에서 절차상 중대한 하자나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이의제기 자체는 가능하지만 실제 재심의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도급제·플랫폼 노동자의 경우에는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아니라 적용 방식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반면 개인사업자(3.3%) 형태의 비임금 노동자는 현행법상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입법이 선행돼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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