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의 꼬치꼬치] "AI 쓰면 편해진다?"···빨라진 업무, 줄지 않은 노동 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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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의 꼬치꼬치] "AI 쓰면 편해진다?"···빨라진 업무, 줄지 않은 노동 강도

여성경제신문 2026-07-27 15:30:00 신고

3줄요약

다들 그렇다는데, 그게 사실인가요? 우리는 수많은 '당연한 말' 속에서 살아간다. 어떤 선택은 현명하고 어떤 삶은 뒤처졌으며 특정 집단은 사회 문제의 원인이라는 판단이 반복된다. 여러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설명은 점차 생략되고 어느새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게 된다. 하지만 널리 퍼진 말이 곧 사실인 것은 아니다. 익숙한 명제가 언제 어떤 맥락에서 생겼는지, 무엇을 근거로 유통되는지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김민의 꼬치꼬치]는 사회에서 사실이나 정답처럼 받아들여지는 명제를 다시 들여다본다. 통계와 제도, 시장 구조와 실제 사례를 통해 그 말이 어디까지 맞고 어디서부터 과장되거나 왜곡되는지 따져본다. 무조건 반박하거나 냉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과 사회가 어떤 판단과 대응을 할 수 있을지 모색한다. [편집자 주]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한 근로자의 업무시간이 일주일에 평균 1시간 30분가량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을 빨리 처리한다고 해서 업무 강도가 완화되는 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챗GPT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한 근로자의 업무시간이 일주일에 평균 1시간 30분가량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을 빨리 처리한다고 해서 업무 강도가 완화되는 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챗GPT

직장인 A씨는 업무 시작 전, 습관처럼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연다. 중요한 일은 스스로 해도 방대한 자료 조사나 정리, 외국 논문 번역 시에는 AI를 통해 작업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그러나 업무 효율성이 좋아졌다고 해서 그가 처리하는 업무량이 증가한 건 아니다. 회사 근로 시간도 여전히 9 to 6으로 고정돼 있어 업무 시간이 줄어들지도 않았다. 애초에 효율성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는지도 모르겠다.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늘릴 것이란 얘기도 A씨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일이다.

오늘의 명제

"AI를 쓰면 일이 편해진다."

생성형 AI가 자료를 검색하고 보고서 초안을 쓰면서 이 말은 빠르게 상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실제로 AI를 이용하면 반복 업무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한국은행 조사에서는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한 근로자의 업무시간이 일주일에 평균 1시간 30분가량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을 빨리 처리한다고 해서 업무 강도가 완화되는 건 아니다. AI가 초안을 작성해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오류를 수정하는 일은 사람이 해야 한다. 최종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도 결국은 근로자다. 줄어든 시간만큼 처리해야 할 업무가 늘거나 성과 기준이 높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 조사에서도 AI 도입이 생산성과 정확도는 높여도 근로자가 느끼는 노동 강도를 뚜렷하게 낮추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AI를 쓰면 편해진다'라는 명제가 맞는지를 판단하려면 AI가 없앤 일뿐 아니라 그 자리에 무엇이 들어왔는지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업무 속도는 단축, 생산성 향상은 실패

한국은행이 2025년 5~6월 만 15~64세 취업자 5512명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63.5%가 생성형 AI를 한 번이라도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목적으로 한정해도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근로자는 전체의 51.8%로 절반에 달했다.

AI가 업무 속도를 높이는 효과도 확인됐다.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근로자는 같은 일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평균 3.8% 줄였다. 주 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일주일에 약 1시간 30분을 절약한 셈이다. 특히 경력이 짧은 근로자와 AI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에게서 시간 절감 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업무를 더 짧은 시간에 수행할 경우 이는 '생산성 향상'으로 해석되곤 한다. 이렇듯 AI의 등장은 능숙하게 사용한다면 퇴근을 빠르게 하고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실제 조사에서 업무시간 절감률과 업무 처리량 증가율의 상관계수가 '0'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특정 작업의 빠른 처리가 전체 업무 처리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

한국은행은 해당 현상을 AI가 개별 작업의 효율은 높였지만 조직 전체의 생산량 증가로 확장되지 못한 '생산성 단절'로 설명했다. AI 사용법을 배우고 유료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직장인의 일이 줄거나 기업의 생산성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닌 셈이다.

해당 결과는 AI가 줄여준 시간이 주로 개별 과업에 필요한 시간이며 기업 전체의 업무 절차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 초안을 30분 빨리 작성하더라도 내용을 검토하고 상사의 결재를 받아 다른 부서와 협의하는 과정이 그대로라면 업무 전체가 끝나는 시간에는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생산성이 증대되지 않았다고 해도 줄어든 업무만큼 근무자에게는 여유가 생겼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 역시 실제 조사 결과 현실과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가 사실과 다른 정보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추가적인 검토와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챗GPT
생산성이 증대되지 않았다고 해도 줄어든 업무만큼 여유가 생겼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 역시 실제 조사 결과 현실과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가 사실과 다른 정보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추가적인 검토와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챗GPT

단축된 시간만큼 검토 길어져

생산성이 증대되지 않았다고 해도 줄어든 업무만큼 근무자에게는 여유가 생겼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 역시 실제 조사 결과 현실과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AI가 기존 직무의 일부 과업을 대신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56.6%였고 AI 도입으로 기존에 없던 업무가 생겼다는 응답은 35.1%였다.

자료 분류와 초안 작성을 AI에게 맡기더라도 AI에 넣을 데이터를 정리하고 적절한 명령을 작성하며 결과물을 검증하는 업무는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한다. 생성형 AI가 사실과 다른 정보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은 이제 AI가 만든 결과가 사실인지, 사내 기준과 법규에 맞는지, 타인의 저작권이나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았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AI가 노동을 대체하기보다는 노동을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해석했다.

근로자 노동 강도 완화 효과, 불투명

이 외에도 한국노동연구원은 AI 도입이 생산성과 업무 정확도를 높였을지는 몰라도 신체적·정신적 노동 강도를 낮추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AI 도입에 대한 기업과 근로자의 평가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노동연구원의 2024년 조사를 분석한 결과 AI 도입을 통한 직무 만족도 평가에서 근로자는 2.67점으로 2.88점을 기록한 기업보다 낮게 나왔다.

AI가 육체적 노동 강도를 낮춰준다는 데 동의하지 않은 근로자는 71%였고 정신적 부담을 낮춰준다는 데 동의하지 않은 근로자도 56%였다. 해당 결과는 AI 도입을 통해 직장인의 일이 편해졌다는 의견과는 대치된다.

AI가 직원 한 명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을 늘리면 기업은 같은 인원으로 더 많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이 업무 목표 상향이나 인력 충원 감소로 이어진다면 근로자가 체감하는 여유는 늘어나지 않는다. OECD가 살펴본 해외 사업장 사례에서도 AI 도입 이후 성과 목표가 높아지거나 남은 업무가 복잡해지면서 노동 강도가 커진 사례가 확인됐다.

결국
결국 "AI를 쓰면 일이 편해진다"라는 명제는 처리 속도에 관해서는 맞지만 노동 부담에 관해서는 아직 맞지 않는다. /연합뉴스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의 경계

AI가 모든 업무에서 같은 효과를 내는 것도 아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소속 컨설턴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해외 실험에서는 AI가 처리하기 적합한 과제를 수행할 때 이용자들이 일을 더 빨리 끝냈고 결과물의 품질도 높아졌다. 반면 AI의 능력 범위를 벗어난 과제에서는 AI를 사용한 참가자들의 정확도가 오히려 낮아졌다. AI가 내놓은 그럴듯한 답을 신뢰하면서 잘못된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AI를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자료 요약이나 일정한 형식의 문서 작성처럼 결과를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업무에서는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정답이 명확하지 않거나 맥락과 책임 있는 판단이 필요한 업무에서는 AI가 만든 오류를 찾아내는 데 더 많은 시간이 들 가능성도 존재한다. AI가 잘못된 답을 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면 절약한 시간보다 더 큰 오류 비용을 부담할 수도 있다.

결론 : AI 사용이 노동 부담을 완화하지는 않는다

AI를 이용한 시간 절감이 실제 생산 증가로 이어진 집단이 없는 건 아니다. 한국은행 조사에서는 자영업자와 전문직, AI를 자주 사용하는 집단에서 업무시간 감소와 업무 처리량 증가 사이에 유의미한 관계가 나타났다.

이들은 업무 순서와 시간 배분을 직접 결정할 수 있거나 추가 성과가 소득과 보상으로 연결되기 쉬운 집단이다. 자영업자는 한 업무를 빨리 끝내면 고객을 더 받거나 영업시간을 줄일 수 있다. 업무 자율성이 높은 전문직 역시 절약한 시간을 다른 업무에 투입할지 휴식에 사용할지 결정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반면 정해진 시간과 절차에 따라 일하는 임금근로자는 업무를 빨리 마쳐도 퇴근 시간을 앞당기기 어렵다. 남은 시간에 다른 업무가 배정된다면 AI가 줄인 것은 노동시간이 아니라 한 가지 일을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일 뿐이다. 추가 생산에 따른 보상이 없다면 기업의 생산성은 높아져도 근로자의 생활은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결국 "AI를 쓰면 일이 편해진다"라는 명제는 처리 속도에 관해서는 맞지만 노동 부담에 관해서는 아직 맞지 않는다. AI는 반복 업무를 줄이고 경험이 부족한 근로자의 작업 속도를 높이는 도구이지만 동시에 검증과 수정이라는 새로운 일을 만들고 더 높은 성과와 숙련을 요구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AI가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지는 단순 시간 절약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기존 업무가 실제로 사라졌는지 새로 생긴 검증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 빨라진 속도가 업무량 증가로 돌아왔는지 생산성 향상의 보상이 근로자에게도 배분됐는지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

AI가 아낀 시간이 휴식과 더 가치 있는 업무로 이어질지, 더 많은 일을 채우는 빈칸이 될지는 기술 자체가 정하지 않는다. AI 도입에 맞춰 기업의 노동 환경과 업무 흐름도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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