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경기도의 한 공동주택에 사는 A씨는 4년째 이어지는 욕실 누수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이미 관리주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누수 원인은 '옥상 공용부분 배관'으로 최종 확인됐다. 관리사무소장과 입주자대표회의 역시 공지문 등을 통해 '공용부분 누수'임을 스스로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7월 집중호우로 같은 곳에서 누수가 재발하자 관리사무소는 돌변했다. A씨가 수리를 요청했지만 관리사무소는 "민사소송 중이고 누수 원인이 공용부분인지 전유부분인지 알 수 없다"며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A씨는 내용증명을 포함해 총 6차례나 수리를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 결국 A씨는 관할 시청에 관리사무소를 신고하고, 관리소장을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4년 묵은 누수 방치, 형사처벌 가능할까…변호사들 "고의 입증 어려워"
A씨는 관리소장의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일을 일부러 하지 않음)'가 재물손괴에 해당한다고 보고 형사 고소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형사 처벌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성립하려면 '고의'로 타인의 재물을 파손하겠다는 의사가 인정돼야 한다. 단순히 수리를 미루거나 조치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고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규희 변호사는 "관리소장 입장에서는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핑계를 대며 법적 다툼을 이유로 조치를 미룬 것이라 주장할 경우 형법상 손괴의 고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과실로 재물이 파손된 경우를 처벌하는 '업무상 과실재물손괴죄'라는 죄명은 일반적인 누수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규희 변호사는 "업무상 과실재물손괴죄는 화재나 폭발 등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처벌 조항이 존재하고, 일반 누수로 인한 재물 파손은 처벌 규정 자체가 없다"고 짚었다.
법률사무소 일로 채민수 변호사 역시 "재물손괴죄는 원칙적으로 고의가 필요하므로 단순히 수리를 지연했다는 사정만으로 부작위에 의한 손괴가 인정되기는 쉽지 않다"고 봤다.
형사고소 어렵다면? "시청 조사 결과가 민사소송 핵심 증거"
비록 형사 처벌의 문턱은 높지만, A씨가 취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있다. 변호사들은 A씨가 성남시청 주택과에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으로 신고한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시청 조사 결과 관리소장의 법 위반이 인정되면 과태료 등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이는 형사 처벌과 별개지만, 진행 중인 민사소송에서는 관리주체의 과실을 입증하는 매우 강력한 증거가 된다.
법무법인 랜드로 신지수 변호사는 "시청 조사 결과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는 민사소송에서 관리주체의 의무 위반을 입증하는 강력한 자료가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관리주체가 과거 '공용부분 누수'라고 스스로 인정한 사실은 A씨에게 매우 유리한 정황이다.
신지수 변호사는 "관리주체가 공지문 등에 공용부분 누수라고 적시한 점은 스스로 하자를 인정한 결정적 자료"라며 "이제 와서 '알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기존 입장과 모순돼 민사소송에서 강력하게 다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새율 윤준기 변호사는 "행정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고소하는 것보다, 위반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후 고소장을 작성하는 것이 수사 진행 가능성을 높인다"며 시청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봤다.
이미 진행 중인 소송, '추가 피해'도 받아낼 수 있다
그렇다면 A씨는 집중호우 이후 발생한 추가 피해에 대해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현재 진행 중인 민사소송의 청구 내용을 변경해 추가된 손해까지 함께 청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규희 변호사는 "현재 진행 중인 민사 손해배상 소송에서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집중호우 이후 발생한 추가 누수 피해액과 관리소의 방치로 인해 확대된 손해까지 청구 금액을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아파트 관리주체는 공용부분에 대한 유지·보수 의무가 있다. 이미 공용부분 누수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면, 이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명백한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법무법인 한강 김전수 변호사는 "이 사건은 민사와 행정절차, 형사절차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며 "변호사와의 구체적인 상담을 통해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 방향을 종합적으로 설계해 보시길 권유한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로톡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