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을 비롯한 주요 시민단체들이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정책을 주제로 한 공개토론을 공식 제안했다. 최근 열린 국민 대토론회에서 이 대통령이 선거 표심과 민원 우려를 이유로 토지임대부 주택 도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집값정상화시민행동, 토지+자유연구소는 지난 24일 공동 성명을 내고 “토지임대부 주택은 이상적인 정책이 아니라 부동산 시장 과열기에 서민들에게 필요한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대통령과의 공개토론을 요구했다.
▲“선거 때 분양 요구 버틸 자신 없다”… 대통령의 ‘표 계산’ 논란
이번 논란의 발단은 지난 23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였다. 당시 토론회에 참석한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집값 안정을 위해 토지임대부 주택의 적극적인 공급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장점에 대해서는 더 얘기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정치적·선거적 현실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나중에 해당 지역 선거 때 (시민들이) ‘토지 분양할 거냐 안 할 거냐’라고 요구하면 버틸 자신이 없다”며 “결국 정치적 압박에 무너질 것”이라고 밝혀 정책 추진 의사가 없음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통령이 과거 2021년 대선 후보 시절 핵심 공약으로 토지임대부 형태의 ‘기본주택’을 대대적으로 주장했던 점을 지적하며, 정작 국정을 책임지는 자리에 오르자 선거 표 계산에 갇혀 미래를 위한 필수 정책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어려움을 감수하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표를 계산하며 합리적인 정책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에 필요한 것은 표심 눈치 보기가 아닌 지속적인 공급 의지다.” — 시민단체 공동성명 中
▲법적·실무적 우려 일축… 시세 32% 수준 분양 입증돼
시민단체들은 이 대통령이 언급한 재건축 시 토지 매각 모호성 및 법적 난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법근거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현행 주택법 제79조에 따르면, 공공이 입주자에게 토지를 매각하지 않고도 재건축이 가능하며, 재건축된 주택 역시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재공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이미 마련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서울에는 다수의 토지임대부 주택이 있다. 이미 일반에 잘 알려진 것만 해도 이 대통령이 언급한 강남 브리즈힐을 비롯해 , 1967년 준공된 종로 3가 낙원아파트, 올 하반기 입주를 앞두고 있는 강동구 고덕강일 3단지와 강서구 마곡지구 17단지 등 2100여 세대의 SH 백년주택이 그것이다. 아파트 외에도 여의도 IFC몰은 서울시가 토지를 99년 임대하는 방식의 토지임대부 건물이다. 싱가포르의 경우는 무려 10채 중 7채가 토지임대부 방식의 아파트다. 하지만, 아직 주민들이 토지 분양을 요구하거나 이로 인해 소유주가 변경된 사례는 찾아볼 수 없어 기우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실련 관계자는 특히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웃돌고, 평당 아파트 가격이 도쿄의 2.5배에 달하는 상황에서 토지임대부 주택의 실효성은 이미 현장에서 증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12월 사전예약이 진행된 고덕강일 3단지 토지임대부 주택(전용 59㎡)의 분양가는 약 3억 6천만원으로, 인근 시세 대비 32%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마곡지구는 주변 시세의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아울러 이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당시 지어진 강남 브리즈힐(700여 가구)의 시세차익 부정적 사례만 언급하고, 올해 입주를 앞둔 SH공사의 ‘백년주택’(2,100여 세대) 등 성공적 추진 사례를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백년주택은 토지임대료를 적절히 부과함으로써 과도한 시세차익을 차단하고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청년과 무주택 서민이 거액의 대출 없이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라며 “대통령이 가진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즉각 공개토론에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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