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곽호준 기자 | 현대차그룹이 제조와 로보틱스, 데이터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낸다. 엔비디아·웨이모·구글 딥마인드 등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을 확대하면서 미국 샌프란시스코 혁신 생태계를 거점으로 연구개발과 인재 확보를 강화해 미래 모빌리티를 넘어 인공지능(AI) 기반 산업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자동차 제조기업을 넘어 피지컬 AI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자동차와 로봇 등 개별 디바이스의 지능화를 시작으로 AI 팩토리와 스마트시티를 거쳐 도시 단위의 통합 지능화를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축적한 △글로벌 제조 역량 △로보틱스 기술 △데이터 플라이휠 체계를 피지컬 AI 시대 핵심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글로벌 생산체계와 품질관리, 공급망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AI를 제조 현장에 빠르게 적용하고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중심으로 로봇 기술 고도화에도 나선다. 제조와 차량, 물류, 로봇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하는 데이터 플라이휠 체계로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의 경계를 넘어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AI 팩토리 등 피지컬 AI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자동차와 로봇 등 개별 디바이스의 지능화를 넘어 도시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운영되는 도시 단위의 통합 지능화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글로벌 빅테크 동맹 강화…AI·로봇·자율주행 협력 본격화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도 확대한다. 엔비디아와는 제조 디지털 트윈과 AI 인프라,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양사의 기술을 결합한 '로봇 레퍼런스 플랫폼'을 공동 구축한다. 대학과 연구기관, 스타트업에 연구용 로봇 플랫폼을 제공해 국내 AI·로봇 생태계 조성에도 나설 예정이다.
정 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해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측은 지난 6월 젠슨 황 CEO의 방한 당시 논의했던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제조 AI, AI 데이터센터, 새만금 AI 밸리 구축 등의 후속 협력 방안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모와는 자율주행 파운드리 협력을 이어간다.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자율주행 특화 사양이 적용된 아이오닉 5를 생산해 공급할 계획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구글 딥마인드와 협력해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8년까지 미국에서 연간 3만 대 규모의 로봇 생산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국내 투자도 병행한다. 현대차그룹은 전북 새만금 약 112만4000㎡ 부지에 약 9조원을 투입해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 클러스터, 수전해 플랜트, AI 수소 시티 등을 갖춘 '새만금 AI 밸리'를 조성한다. 영남권에는 향후 10년간 42조원을 투자해 AI 기반 제조 허브와 미래 항공·우주,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첨단산업 거점을 마련한다.
샌프란시스코 혁신 생태계와의 협력도 확대한다. 현대 크래들과 'AVP(첨단차플랫폼)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미래 모빌리티 연구개발 거점을 강화한다. 오는 9월 개최하는 'HMG 테크 탤런트 포럼'에서는 AI와 소프트웨어, 로보틱스 분야 글로벌 인재 확보에도 나선다. 지난 4월 현대차그룹은 샌프란시스코 체험형 과학관 '익스플로라토리움'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오는 2032년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에 체험형 과학관을 조성하기로 하는 등 기초과학과 미래 인재 육성 기반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혁신 생태계와의 협력을 확대해 미래 모빌리티를 넘어 피지컬 AI 시대를 선도할 것"이라며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인류와 미래 사회에 기여하는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 제조 경쟁력·전기차·로보틱스는 강점…외부 플랫폼 종속은 과제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이번 전략을 전기차와 로보틱스,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피지컬 AI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 단순히 AI 기술을 차량이나 로봇에 접목하는 수준을 넘어 제조와 이동 수단, 로봇, 데이터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는 설명이다.
피지컬 AI의 출발점은 전기차(EV)라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전기차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이동하는 것은 물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로 성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수 있어 피지컬 AI가 가장 먼저 구현될 분야로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에 더해 로보틱스 역량까지 갖추고 있어 완성차 업체 가운데 상대적으로 유리한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이 그룹의 피지컬 AI 전략을 한층 앞당길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AI와 반도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갖춘 반면 한국은 자동차와 로봇을 비롯한 제조·양산 역량이 강한 만큼 양국의 경쟁력이 결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와 로보틱스, 제조 기반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피지컬 AI 시장에서 유리한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이번 협력이 확대될수록 특정 기업의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은 과제로 지적된다. 가령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의존하듯 차량 소프트웨어도 외부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다.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는 동시에 자체 차량용 운영체제(OS)와 핵심 AI 모델을 독자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와 로보틱스, 제조 경쟁력을 모두 갖춘 만큼 피지컬 AI 시대를 선도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며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을 확대하더라도 독자적인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를 확보해 플랫폼 종속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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