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4일 보완수사권을 비롯해 검사의 직접 수사를 금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인하고 이르면 30일 본회의 처리를 예고하면서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도 조만간 사의를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법무 투톱'이 모두 사퇴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변호사단체도 정치색과 무관하게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與, 檢보완수사권 폐지 당론 확정…30일 본회의 처리 수순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홍기원·김남희…"당론 따를 것"
민주당은 지난 24일 의원총회를 열고 검사의 직접 수사와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회의 후 "홍기원·김남희 의원 안을 포함해 TF 안에 대한 수정 요구가 의미 있었다"며 "그대로 반영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취지를 공감했고 반영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수사·기소 분리 원칙 유지 ▲검사의 직접 수사 금지 ▲피해자 보호 장치 확대 ▲수사기관 상호 견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아동학대·성범죄·가정폭력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는 전건 송치 의무를 부여해 검찰이 사건을 다시 점검하도록 했다.
또한 피해자의 자료 제출권, 검사의 의견 제출·청취권,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신설하고, 고소인에게 수사 기록 열람·등사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중대범죄수사청에는 사회적 약자 범죄 전담 부서를 설치해 보완수사·재수사 요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폐지되지만, 검사와 특별사법경찰관 간 협력 의무 조항과 특사경의 협력 요구권이 신설된다. 모든 수사 과정 자료는 전자화해 형사사법시스템에 기록되며, 검사가 다른 범죄 단서를 발견하면 사법경찰관에게 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송치·불송치 사건 각각에 대해 보완수사 시정조치를 실질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르면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해당 개정안이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반대 입장을 보였던 홍기원·김남희 의원도 당론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기원 의원은 27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에 전건 송치를 반영했고, 검사 면담권·의견 청취권 등 경찰 견제 장치도 강화됐다"며 "당론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발의한 취지를 지도부와 법사위가 숙의해 여러 부분을 반영해 준 것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김남희 의원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치열한 토론과 논의를 통해 당론을 채택했으니 민주당은 이를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보완수사권이 없어지는 대신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는 모두 검찰에 송치해 다시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며 "중대범죄수사청 내 보완수사 전담팀 설치 등 보완수사 요구권도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 李 대통령에 사의 표명…보완수사권 폐지 반발?
靑 "정성호 장관 사의 표명 사실 아냐"
이런 가운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최근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정 장관은 그간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며 "경찰의 수사 독점은 사건 암장 위험을 키운다"며 전건 송치 제도의 부활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법무부와 검찰 내부에서는 "7대 범죄 전건 송치만으로는 보완수사권 폐지의 부작용을 막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장윤기 사건 등 최근 사례를 계기로 보완수사권 존치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대안 없이 폐지를 밀어붙인 데 대해 정 장관은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청와대는 최근 정 장관의 사의 표명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법무부 장관의 공식적인 사의 표명은 확인된 바 없다"며 관련 보도를 부인했다. 이어 "사의 표명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포함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이번 주 처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어떤 결정이든 존중할 것"이라며 "결론 이후 상황에 대비하고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정 장관의 사의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0월 검찰청의 공소청 전환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 장관직을 유지해 달라는 취지다.
정성호, 李 만류에도 "새 술은 새 부대에"
청와대의 해명과 이 대통령의 만류에도 정 장관은 사퇴 뜻을 굽히지 않는 모습이다.
정 장관은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신의 사의표명설과 관련해 "언론에 저의 거취와 관련된 기사가 나온 것은 상당히 뜻밖"이라면서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을 김민석 전 총리의 보완수사권 폐지 발표 전부터 해왔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에게 직접 사의를 표명할 계획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정 장관은 "장관의 거취는 임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정부 안에서의 책임도 있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당시 가장 큰 과제로 검찰개혁을 꼽으며 "공소청과 중수청 설치로 검찰개혁의 95%는 달성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기본 원칙이 보완수사권 폐지라는 점이 선언된 상황에서 피해자 보호 장치가 잘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최근 건강 문제도 언급했다. "수개월 동안 심각한 수면장애가 있었고 개인적인 문제도 있어 대통령 주변 인사들과 많이 의논해왔다"고 밝혔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대통령 귀국 후 사퇴 의사를 전할 것이냐"고 묻자, 정 장관은 "대통령께서 해외 출장 중인데 관련해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회의 출석 전 기자들과 만나서도 그는 "대통령께서 국익을 위해 외국에 가 계신데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국민의 관심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도 사의 표명 가능성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 이어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도 조만간 사의를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사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하고 이달 중 처리 방침을 공식화한 데 따른 후폭풍이라는 분석이다.
법조계와 검찰 안팎에 따르면 구 직무대행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지켜본 뒤 거취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그동안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정치권에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무력감을 호소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구 직무대행은 이미 지난 4월 조작기소 국정조사 당시에도 사의를 고민했으나, 조직 안정 필요성 때문에 만류 의견이 많아 거취를 유지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심우정 전 검찰총장, 11월 노만석 전 대검 차장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한 뒤 대검 차장으로 임명돼 8개월여 동안 검찰 조직을 이끌어왔다.
만약 정 장관과 구 직무대행이 모두 물러날 경우,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시행령 개정·조직 개편·인사·사건 이관 등 후속 절차를 주관할 수뇌부가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거취를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에서는 구 직무대행의 사의 표명 여부에 따라 고위 간부나 일부 평검사들 사이에서도 사직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민주당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추진 강력 비판
국민의힘은 27일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추진을 두고 "정청래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향수를 자극하며 검찰 악마화를 선동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저질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보완수사권을 놓고 진짜로 선동하는 집단은 민주당 전·현직 지도부"라며 "민주당은 이를 검찰 기득권 지키기라고 주장하지만, 검찰 보완수사는 억울한 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법무부도 사례집을 통해 이를 인정했다"며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이재명 정부가 검찰 기득권을 지킨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을 향해 "보완수사권 폐지에 신중한 입장이었지만 갑자기 민주당 강경파 뜻에 따라 동의했다"며 "이는 대통령의 공소취소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소취소 의도가 없다면 국민 앞에서 '공소취소는 절대 없다'고 약속하면 된다"고 촉구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여당이 임명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조차 최소한의 보완수사권 필요성을 주장하다 사의를 밝혔다"며 "자신들이 임명한 장관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개혁이 개혁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보완수사권은 검찰 권한이 아니라 부실수사를 바로잡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정 장관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대통령의 공소취소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라며 "앞으로 이재명 피고인의 곁을 떠나는 이탈자는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그만 국민을 괴롭히고 공소취소를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법조계, 진보-보수 한목소리 반대 "피해자 보호 장치 무너진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 추진을 두고 법조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변호사단체들은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보완수사권이 사라질 경우 범죄 피해자가 사법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수사기관에 대한 외부 견제가 사라지면 사건의 실체가 묻히고 국민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며 "보완수사권은 수사기관을 견제하는 핵심 장치"라고 강조했다. 변협은 장윤기 사건을 사례로 들며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치명적 판단 누락과 증거인멸 정황이 묻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수성향 변호사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27일 성명에서 "민주당은 '위헌적 보완수사권 폐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고, 정부는 재의를 요구하여 헌법 수호 책무를 다하라"고 밝혔다.
한변은 "이번 개정안은 경찰 수사에 대한 최소한의 사법적 통제 수단인 보완수사권마저 박탈해 사실상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는 단일 기관에 수사권을 독점시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혁의 외피를 쓰고 있으나, 그 실상은 형사사법 체계를 근저에서부터 붕괴시키는 입법"이라며 "'수사권 없는 검사가 어떻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가'라는 헌법적 의문에 어깃장으로 답하고 있는 위헌적 입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진보성향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도 지난 7일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면 경찰의 부실수사와 위법수사를 바로잡을 실질적 장치가 사라져 피해자에게 그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 역시 장윤기 사건과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을 거론하며 "보완수사 요구권만으론 사건 핑퐁과 수사 지연을 막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앞서 민변이 회원 4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7%가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제수사까지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도 64.9%였다.
비영리 단체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형사사법의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고 국민 권리구제 장치를 해체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당론 채택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잘못된 수사를 보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이는 실체적 진실을 밝힐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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