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시즌 토요타 가주 레이싱 6000 클래스 그리드에는 6개 팀, 15대가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와 같은 숫자다. 그러나 두 팀이 떠난 자리를 새로운 두 팀이 채운 결과라는 점에서 이를 안정적인 유지로 보기는 어렵다. 15대라는 외형은 그대로지만 참가 기반까지 단단해졌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슈퍼 6000은 최근 5~10년 동안 최대 24대에 이르며 대체로 20대 안팎의 그리드를 채웠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을 거친 뒤 2024시즌 18대, 2025시즌 15대로 줄었고 올해도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숫자는 같지만 팀 구성은 달라졌다. 2025시즌을 끝으로 원레이싱과 브랜뉴레이싱이 떠났고 드림레이서와 찬스레이싱 by NH투자증권이 합류했다. 올해 오네 레이싱과 서한GP, 준피티드는 각각 3대, 금호 SLM과 찬스레이싱 by NH투자증권, 드림레이서는 각각 2대를 운영한다.
현재 그리드는 6개 팀이 2~3대씩 출전하는 구조다. 팀별 복수 출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참가 대수 감소와 팀 이탈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한 팀이 빠질 때 전체 그리드가 받는 충격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15대가 안정된 기반이라기보다 소수 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구조로 보이는 이유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슈퍼레이스는 재정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기존 팀과 신규 팀의 참가를 돕기 위해 후원사를 연결하고 대회 관련 비용 부담을 일부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퍼레이스 측은 이 같은 지원이 단순히 참가 대수를 맞추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신규 팀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안정적인 출전을 돕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새로운 팀이 최상위 클래스에서 경험과 성과를 쌓고 자체 후원 기반을 마련하도록 연결고리를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신규 팀 두 곳을 유치해 당장의 그리드를 지킨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다만 지원을 받아 진입하는 것과 이후 독자적인 운영 기반을 확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드림레이서와 찬스레이싱 by NH투자증권은 첫 시즌에 운영 경험과 데이터를 쌓고 경기력을 높여 장기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를 이어가려면 참가 의지만이 아니라 시즌 성과와 후원 계약, 안정적인 운영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실제로 한국컴피티션과 볼가스 레이싱, AMC, L&K, 원레이싱, 브랜뉴레이싱 등 여러 팀이 시기와 배경은 달랐지만 슈퍼 6000을 떠났다. 경영 상황과 조직 개편, 후원 계약, 운영 방향 등 각 팀이 처한 사정은 달랐다. 다만 업계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운영비와 후원 확보의 어려움, 참가에 따른 노출과 사업 효과의 불확실성을 공통적인 부담으로 꼽는다.
슈퍼 6000에 참가하려면 경주차와 부품 관리, 인건비, 참가비, 물류비와 테스트 비용 등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다. 업계의 소식에 따르면 작업 공간과 기본 설비를 갖춘 팀도 경주차 2대를 한 시즌 운영하려면 약 7억~8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한다. 사고 수리비는 포함하지 않은 금액이다. 기존 상위 팀은 연간 2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이 경기력을 직접 보장한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충분한 테스트와 부품 관리, 인력 운용, 사고 복구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준비 여건의 차이를 만든다. 신규 팀이 기존 상위 팀과의 차이를 단기간에 줄이기 어려운 배경 가운데 하나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슈퍼레이스가 참가팀에 이 비용을 감당할 만큼의 후원 가치와 미디어 노출, 사업 연계 기회를 제공하고 있느냐다. 슈퍼 6000 팀의 재원은 타이틀·서브 스폰서와 드라이버 후원, 운영 주체의 투자에 크게 의존한다. 일부 팀은 제조사와 타이어사의 지원을 받거나 기업 행사, 드라이빙 프로그램, 레이싱스쿨, 콘텐츠 제작 등으로 수익원을 넓히고 있지만 최상위 클래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재원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후원사는 단순한 로고 노출보다 방송과 온라인 콘텐츠, 현장 접점, 사업 연계 등 실질적인 효과를 요구한다. 기대한 성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후원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고 테스트와 개발 여력도 줄어들 수 있다. 경기력이 정체되거나 하락하면 다시 후원 가치가 낮아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 문제를 신규 팀의 자립 의지에만 맡길 수는 없다. 팀의 자립을 주최자가 대신할 수는 없지만 참가에 상응하는 가치를 만들어 팀이 독자적인 운영 기반을 구축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주최자의 책임이다.
더욱이 슈퍼 6000은 슈퍼레이스를 구성하는 여러 클래스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슈퍼레이스의 메인 이벤트이자 방송·홍보와 주요 후원 노출이 집중되는 대표 클래스다. 참가 대수와 경쟁력이 약화되면 대회의 핵심 콘텐츠 가치와 팀·후원사의 참여 유인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
그 영향은 최상위 무대를 목표로 하는 드라이버의 성장 경로와 다른 클래스에 대한 관심, 관중과 미디어의 주목도에도 이어질 수 있다. 슈퍼 6000의 문제를 한 클래스의 참가 대수 감소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필요한 것은 15대라는 외형을 지키는 단기 대응이 아니라 슈퍼 6000을 국내 모터스포츠의 지속 가능한 최상위 무대로 유지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이다. 매년 떠난 팀의 자리를 새로운 팀으로 채우는 방식만으로는 참가 기반을 넓힐 수 없다.
슈퍼레이스는 신규 팀이 지원 이후에도 독자적인 운영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참가 가치를 높이고 지속적인 출전을 유도할 구조를 마련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팀의 교체를 반복하며 같은 숫자를 유지하는 것은 클래스의 안정과 다르다.
슈퍼 6000이 흔들리면 그 영향은 참가팀과 드라이버를 넘어 후원사와 관중, 하위 클래스와 국내 모터스포츠 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의 15대는 안정의 증거가 아니다. 숫자가 가린 참가 기반의 취약성을 직시하고 대표 클래스의 지속 가능성과 운영 방향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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