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병은의 빌런 연기는 봐도 봐도 새롭다. 내지르지 않아도 서늘함을 자아내는 냉소가 순식간에 시청자를 소름 돋게 한다. ‘암살’, ‘무빙’에 이어 ‘아파트’에서도 굵직한 빌런의 존재감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JTBC 토일드라마 ‘아파트’는 아파트 속 눈먼 돈을 접수하기 위해 입대의회장 선거에 출마한 오아시스파 전직 보스 박해강(지성)이 주민들과 함께 비리를 타파해 가는 이야기를 담은 휴먼 드라마로, 지난 11일 첫 방송했다. 박병은은 극중 빌런인 이충원으로 분했다.
이충원은 박해강이 입대의회장이 되려고 하는 아파트 트루밸류의 펜트하우스 입주민으로, 자수성가한 건설사 대표다. 부드럽고 젠틀한 이미지로 트루밸류 주민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은 인물인데, 실상은 아파트 내 카르텔을 형성하고 비리를 주도하고 있는 실세다. 이충원은 극 초반엔 친절한 듯하다가 박해강이 동대표를 거쳐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 회장 자리까지 올라서려고 하자 점점 본색을 드러낸다.
이때 박병은은 화를 참고 참다가 기괴한 방식으로 감정을 분출하는 연기를 펼친다. 자신이 꿈꾸는 신도시 개발 사업이 차질을 빚자, 시장의 입에 다금바리와 초장을 욱여넣는 장면은 엄청난 긴장감을 안겼다. 그런가 하면 자신이 빼돌리고 있는 장충금을 입대의 회장이 된 박해강이 추적하려고 하는 걸 알게 됐을 땐 어린아이처럼 갈비뼈를 부여잡고 과장된 웃음을 터뜨리며 광기를 폭발시켰다. 내뱉는 대사 자체는 평범하고 예의 바른 듯 하지만, 찰나에 스쳐 지나가는 눈빛과 미세한 입꼬리 경련 등은 캐릭터의 감정을 생생히 전달했다.
박병은은 그간 꾸준히 빌런 연기 내공을 쌓아왔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암살’에서 일본인 장교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후 디즈니플러스 ‘무빙’의 안기부 팀장 마상구, OCN드라마 ‘보이스3’의 살인마 카네키 마사유키까지 다채로운 변주로 악함을 그렸다. 그간의 내동은 ‘아파트’ 속 때론 아이처럼 깨발랄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단숨에 공포를 심어주는 입체적인 빌런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특히 ‘아파트’ 속 박병은의 빌런 연기는 동시기 방영 중인 KBS2 토일드라마 ‘결혼의 완성’에서 보여준 캐릭터와는 대비를 이뤄 더욱 이목을 끈다. ‘결혼의 완성’에서 박병은은 납치범에게 아내를 잃게 된 전직 강력계 형사 역을 맡아 범인을 찾으려는 절박함과 처절함을 연기하며, 자신과 같은 비극을 겪은 의사 강태주 역의 남궁민의 조력자로 활약했다.
‘아파트’는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4회 최고 시청률 6% ,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톱 10 시리즈’ 4위(27일 오후 12시 30분 기준) 등의 기록으로 시청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극이 전개될수록 지성과 박병은의 대립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박병은표 빌런이 또 어떤 예측 불허 상황을 만들어낼 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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