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1차 컷오프 결과 당 대표 후보는 김민석·송영길·정청래 세 사람으로 압축됐다. 첫 관문을 뚫은 후보들은 저마다 차별화 전략을 펼치면서 표심 잡기에 나섰다. 당심을 사로잡은 최후의 필승 카드는 누구의 것일지 이목이 쏠린다.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후보는 ‘언더독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친명(친 이재명) 후보들의 폭격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드러내며 지지층의 동정심을 자극한 것이다. 정 후보는 연일 “지켜달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권리당원의 표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몸 낮추고…
최후의 보루?
그는 합동연설회에서 “2 대 1, 3 대 1로 때리면 맞겠다”면서도 “그러나 그 상처를 당원들이 지켜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앞서 정 후보는 자신의 SNS에 후원금 모금 성과를 공개하며 “경쟁도 싸움도 1 대 1이어야 하는데 2 대 1, 3 대1 거의 집단폭행 당하듯 하니까 지켜보던 사람들이 ‘정청래를 지키자’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선호투표제에 관한 갈등이 일었던 때에는 자신이 ‘다구리 맞는다’고 표현한 언론사의 만평을 공유하는 등 상대방을 공격하기 보다 스스로가 약자라는 점을 부각했다.
한껏 몸을 낮추던 정 후보는 김민석 후보가 2022년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지방선거 패배에 이재명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인터뷰했던 과거 기사를 공유하며 반격했다. 김 후보가 당 대표 예비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지난 선거에서 전국 주요 지역을 커버하지 못한 당 지도부가 2년 후 전국 총선에서 간판으로 작동하겠느냐”며 정 후보의 실책을 들추자 이에 대한 ‘정당방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정 후보는 “(이 기사는) 4년 전 기사다. 4년 전 전당대회 때 김 후보가 이재명 당시 의원을 공격했던 내용”이라며 “아무리 전당대회라 할지라도 이재명 의원을 공격하듯이, 또 지방선거 끝났다고 해서 모든 책임을 저 혼자 당 대표에게 책임이 있는 양 공격하는 것은 습관이고 버릇이라고 생각한다. 습관처럼 4년 전에는 이재명을 공격하고, 4년 후에는 정청래를 공격하고 이런 네거티브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직격했다.
최근에는 차량 피습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동정론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정 후보 측은 언론 공지를 통해 “어제(20일) 오후 7시경 전당대회 예비경선 합동연설회 후 이동하는 정 후보 차량을 발, 도구 등을 이용해 가격해 차량이 파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경찰 조사중임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정 후보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암살단에 이어서 차량 습격. 12·3 비상계엄 때는 노상원 수첩에 의해 죽을 뻔했는데, 참담하고 서글프다”고 썼다.
언더독 VS 친명 VS 외연 확장
본선 앞두고 커지는 목소리
정 후보는 개혁을 내세워 자신의 지지 기반인 강성 지지층 결집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민주당 검찰개혁의 깃발이고 상징”이라며 “깃발을 더 높이 들겠다. 상징이 얼룩지지 않도록 하겠다. 수사·기소 분리의 대원칙을 사수하겠다”고 말하는 등 전당대회 최대 쟁점인 보완수사권에 폐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강성 지지층을 하나로 묶을 또 하나의 카드는 정통성이다. 그동안 정 후보는 “오직 당심만 믿고 온갖 가시덤불을 헤치며 여기까지 달려온 정청래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의 역사를 자양분 삼아 이재명의 역사를 더욱 꽃피우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팬클럽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과 만나 “노무현이 좋아 노무현에게 감동받고, 노무현처럼 살고 싶은 우리의 열정은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한 우리”라며 끈끈한 관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정 후보는 자신이 한 번도 민주당을 떠나지 않은 점을 강조하며 나머지 두 후보와 차별화를 뒀다. 권리당원 다수가 포집된 호남을 찾은 날에도 “범민주 진보진영 통합을 이뤄내야 하고, 그게 총선 승리, 대선 승리 지름길”이라며 “그것은 한 번도 당을 떠난 적이 없고, 억울하게 컷오프 됐어도 당을 위해 헌신했던 제가 적임자”라고 했다.
이 발언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과정에서 탈당한 김 후보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불거지자 마찬가지로 탈당한 송영길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서는 지난해 전당대회가 겹쳐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8월 열린 민주당 임시 전당대회에서는 의원들의 지지를 받는 박찬대 당시 후보 쪽으로 친명계 지지세가 쏠렸으나, 정 후보가 ‘전 당원 1인1표제’를 내세우는 등 당심을 공략해 승기를 쥐었다.
이에 맞서는 김민석 후보는 이재명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점과 이재명 당 대표 시절 수석 최고위원을 맡은 경험을 부각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이 이미 씨앗을 심었고, 나는 물을 보탤 생각”이라고 언급하는 등 연일 이 대통령과의 화합을 강조했다.
리더십
교체론
반면 정 후보를 향해서는 “당과 대통령의 갈등이 1년 내내 언론에 보도되는 당 대표”라고 저격하면서 2028년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대표 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합동연설회에서 “명청대전을 끝내야 한다. 자기 정치와 사당화로 당정 갈등을 일으키는 당 대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는 “지난 선거에도 전국의 주요 지역을 커버하지 못한 당 지도부가 2년 후 전국 총선의 간판으로 작동하겠느냐”며 “사상 최대의 특보단을 임명한 당 대표의 사당화를 다음 총선 판에도 다시 허용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앞서 김 후보는 자신을 “당내에서는 (제가) 총선, 대선, 지방선거를 다 직접 총괄지휘해 보고 승리까지 이끌어 본 유일한 사람”이라고 칭한 만큼 선거를 앞두고 안정적 기조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김 후보는 “자기 과시 폭탄선언으로 합당 논의를 수렁에 빠뜨린 자기 정치로 과연 정교한 통합 논의가 가능하겠느냐”며 “5월에 끝낼 검찰개혁을 굳이 전대 시기로 넘기는 선사후당으로 제대로 된 개혁이 가능하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대중과 이재명만이 연임한 민주당에서 과연 선거 승리도 못하고 연임하려는 무책임이 용납돼야 하느냐”며 “김대중을 공격했듯 이재명을 공격하고, 노무현을 흔들듯 분열을 부추기는 거짓 평론에 노코멘트하는 당 대표에게 뭘 믿고 당을 맡기겠느냐”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는 정 후보의 언더독 전략도 꼬집었다. 그는 “온갖 기득권으로 힘을 쓰던 당 대표가 왜 갑자기 약자 행보를 하며 집단 폭행 운운하느냐”며 “대표 한 번 더 하자고 멀쩡한 당을 깡패소굴에 비유하는 자기 정치의 끝은 도대체 어디냐”고 비판했다.
“혹시 내가?”
뜻밖의 변수
이어 “저는 험난한 굴곡을 겪으며 젊은 시절의 실수와 오판을 반성하고 근 20년 야인 생활의 광야를 지나 오늘에 왔다”며 “하늘과 국민과 당원을 두렵고 감사하게 받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김 후보는 ‘이재명 후광’을 노리며 친명 결집에 힘을 쏟고 있다. 2024년 전당대회서 이 대통령이 지지자와의 소통 방송 중 “근데 왜 김민석 의원 표가 이렇게 안 나오는 거야”라고 말한 이후 친명 지지층이 김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다. 결국 김 후보는 전당대회에서 최다 득표로 수석최고위원이 됐고 이번 전당대회 역시 다시 한번 그들의 힘을 빌려 당권을 쥐려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금융·지방·사법·언론 등이 담긴 ‘4대 개혁’ 구상도 발표했다. 검찰개혁 이후 민생 중심의 ‘사회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 후보가 강력한 검찰개혁을 주장했다면 김 후보는 “국민 삶을 바꾸는 민생 중심의 사회개혁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논조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김 후보는 “당 대표가 되면 4대 개혁 과제와 함께 5·18 헌법 전문 삽입과 선관위 개혁과 관련한 개헌 과제를 핵심 과제로 추진하겠다”며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4대 혁신과 마찬가지로 이 4대 개혁에 대해서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되면 그 직후부터 가동되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송영길 후보도 정 후보 견제에 힘쓰고 있다.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여겨졌던 송 후보지만 최근 독자노선을 강조하며 자강에 나섰다. 송 후보는 자신을 ‘외연 확장 카드’라고 강조하며 이정부의 실용주의 기조에 발을 맞췄다.
지난 19일 송 후보는 부산 민주당원 타운홀 미팅에서 “적통이 분명한 사람은 외연 확장과 포용에 자유롭다”고 강조했다. 유시민 작가가 쏘아 올린 이른바 ‘증축·재건축론’ 등 당 노선 대립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송 후보는 이같이 말한 뒤 “자기 적통이 정확하지 않으면 움츠러들어 많은 사람을 포용하면 ‘변절자 아닌가’라는 공격을 받을 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 나 송영길은 가장 자유로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부터 노무현·문재인·이재명 대통령까지 하나의 길로 제가 가장 정확하게 걸어온 사람”이라며 “외연 확장에서 이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을 (내가 가장)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닮은 듯 다른 김민석·송영길
단일화 없다? 혼란의 전당대회
자신의 SNS를 통해서는 당 노선과 관련해 “우리는 진영의 울타리를 넘어 중앙으로의 대진격을 선포해야 한다”며 “이는 단순한 중도 확장이 아니다. 국격과 국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한민국 2.0’ 프로젝트”라며 전통적 지지층 결집을 우선시하는 정 전 대표와 차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송 후보는 연일 ‘정청래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정 후보가) 이 대통령을 깔보는 느낌이 있다” (정 대표가 당 대표가 되면 청와대는) 당 대표를 상대 안 할 것” 등 수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송 후보가 반정청래 결집에 앞장서자 정치권에서는 그가 김 후보의 부담감을 덜어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총리까지 역임한 김 후보가 직접 정 후보와 싸울 경우 내상을 입는 것은 물론 이정부에게도 타격이 갈 것이란 우려에서다.
‘목을 잘라야 한다’ ‘낙태’ 등 송 후보의 비판의 도가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확실하게 반정청래 전선을 세운 탓에 단숨에 존재감을 각인했다는 평도 나온다.
이 같은 기류는 당내 일각에서 제기된 김 후보의 ‘페이스메이커‘ 설에 선을 긋는 배경과도 연관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관련 설에 대해 “6선 최다선 의원인 내가 누구의 페이스메이커를 한단 말이냐”고 일축하는 등 선거 완주 의지를 밝히면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아울러 송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김 후보와 자신을 차별화할 전략을 묻는 말에는 “저는 대표 후보 중 광역자치단체장 경험을 가진 유일한 후보”라며 “김 후보는 총리를 경험하긴 했지만 그건 보좌 기관”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 역시 “당 대표와 외교부 장관 중 고르라고 하면 당연히 대권주자로 가는 당 대표를 고르지 않겠나. 처음 출마 당시에는 김 후보와 교감이 있었을지 몰라도 ‘생각보다 지지율이 나오네?’라는 쪽으로 바람이 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청래를 흔드는 김민석의 입’에서 ‘정청래를 흔드는 본체’라는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뿔뿔이
갈리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원은 송 후보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옥살이를 했지만 결국 무죄가 나왔고, 정정당당하게 살아 돌아온 서사를 쌓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송 후보는 민주당 주류 세력과 각을 세우는 대신 뉴이재명 진영에서 확실하게 호응을 얻는 쪽을 택했다”며 “세 후보의 교집합이 뚜렷한 만큼 개성 역시 강한 탓에 당원들의 전략적인 투표가 승패를 가를 수도 있다”고 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천지 띄우는 김민석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민석 후보가 연일 ‘신천지’를 화두로 띄우고 있다.
앞서 김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의 본질은 결국 위장한 반명(반 이재명) 분열주의 및 신천지와의 대회전”이라고 규정하는가 하면 “신천지와 관련해서 민주당의 전당대회에 개입하려는 분들은 지휘부든 중간이든 바닥 일선에 일반 당원의 형태로 계신 분들이 한 걸음도 안 움직이는 것이 좋다. 적정한 시기에 제가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김 후보가 정청래 전 대표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2019년 그가 2019년 신천지 위장 단체 논란을 받은 인물이 주최한 ‘평화의 노벨길 명명식’에 참석했던 만큼 정치권에서는 ‘신천지-정청래 커넥션’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김 후보 측의 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정 후보 측은 “황당한 네거티브”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김 후보가 과거 12·3 비상계엄 가능성을 가장 먼저 경고했던 만큼 신천지 논란 역시 주목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허위 사실일 경우 김 후보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어 본인 역시 해당 논란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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