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무력 공방이 2주 만에 소강 국면을 보이면서 중동 지역 긴장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다.
현재 미국과 이란 모두 중재국을 통한 대화가 진행 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등을 놓고 양측 인식차가 워낙 컸던 만큼 포성을 잠시 멈춘 기간 동안 휴전 및 종전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트럼프, 이란 공습 중단 지시…사흘 째 공습 중단
이란 "미국이 공습 멈춰 보복 작전 중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대(對)이란 공습 중단을 지시했다. 그날 미군으로부터 공습 계획을 보고받았으나 승인하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양국 간 물밑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미군으로부터 공습 계획 보고를 받았으나 승인하지 않았으며,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진지한 대화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저녁 백악관 기자협회 행사에서도 "나는 기꺼이 (이란의 제안에) 귀를 기울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왈츠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NBC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은 대화에 어느 정도 여지를 주고 있다"며 "실무진부터 최고위급까지 모든 레벨에서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역시 미국의 공습 중단에 맞춰 보복 공격을 멈췄다고 밝혔다. 모하마드 아크라미니아 이란군 대변인은 "미군의 공격이 이틀 전 밤까지 이어졌으나 최근 이틀 동안은 멈췄다"며 "우리도 보복 작전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양국 간 메시지 교환과 중재국들의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오스트리아 ORF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는 "이슬라마바드 합의(MOU)는 단 14개 조항으로 구성된 짧은 문서일 뿐인데, 미국은 이를 반복적으로 위반하며 외교적 배신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美중부사령관, 트럼프에 '호르무즈 제한 공습' 중단 권고
합참의장도 방공 요격미사일 부족 경고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이유로 공습 중단을 지시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공습을 지속할 실익이 없고, 여력도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이란 군사작전의 최전선 책임자인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부 사령관이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진행된 제한적 공습의 효과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하며 사실상 공습 중단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습 일시 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27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쿠퍼 사령관이 최근 국방부와 합참, 백악관에 이 같은 권고안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이를 두고 "군사행동, 특히 공군력에 의존한 작전만으로는 달성할 수 있는 성과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참모진이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쿠퍼 사령관은 약 2주간 이어진 공습으로 이란의 선박 공격 능력이 크게 약화됐으며, 주요 공습 목표도 대부분 이미 타격돼 소진됐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공격하지 않은 목표물 약 20%를 타격하기 위해 대규모 전투를 재개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전면적 공격을 재개하지 않는다면 같은 수준의 공습을 이어가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강조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고위 참모와 군 수뇌부로부터 향후 군사작전 방향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호르무즈 해협 일대 공습을 일시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회의 전까지는 대규모 전투 재개 쪽으로 기울어 있었으나, 23일 저녁부터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댄 케인 합참의장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공 요격미사일 부족이 중동 주둔 미군과 동맹국의 방어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비공개 경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파키스탄에 미·이란 중재 요청…"호르무즈 충돌 불만"
중국이 미국과 이란의 중재를 요청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24일 중국이 파키스탄에 직접 접촉해 중재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 측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6일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상하이를 방문했을 때 미·이란 갈등 완화를 위한 새로운 중재 노력을 요청했다. 한 파키스탄 당국자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걸프 국가들에 대한 공격은 중국의 이익에도 타격을 준다"며 "중국은 현재 상황에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중국과 파키스탄은 미국과 이란의 조속한 휴전과 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파키스탄은 자국을 방문한 이스칸다르 모메니 이란 내무장관과 만나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 재개를 시도하며, "회담이 재개되려면 이란이 사우디와 기타 걸프 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 항로의 안정적 유지에 큰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미·이란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양측은 사실상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전 상황으로 돌아갔고, 해협 통항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특히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와 충돌하며 홍해 지역 통항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겹쳤다. 후티 반군이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할 경우 사우디뿐 아니라 중국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은 이란을 향해 종전 MOU 이행과 협상 재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외교장관 회의에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을 만나 "걸프 지역 정세가 다시 긴장되고 악화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란·오만, 호르무즈 해협 통항 협의 '진전' 발표
최근 들어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 내 선박 안전 통항 문제를 논의하며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룬 것도 의미 있는 대목이다.
이란 국영 IRIB 방송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25~26일 테헤란에서 오만과 외무차관급 회담을 여러 차례 진행했다고 전했다. 양측은 상대국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전제 아래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위한 공통 원칙과 운영 메커니즘을 폭넓게 논의했다는 것이다.
바가이 대변인은 "이번 논의는 매우 생산적이었으며 유의미한 진전이 있었다"며 "양국 간 기술적·정치적 협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 상황에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이번 전쟁 발발 이후 오만과의 협상을 통해 향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 성격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을 시도해왔는데 이 부분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NYT "트럼프, 이란전에 갇혔다"…권력 한계 직면
미국과 이란의 물밑 대화가 이어지고 있으나 다시 휴전이나 종전에 이를 의미 있는 협상이 이뤄질 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양측 모두 잠시 숨을 고른 뒤 재차 공습을 주고받는 충돌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합의가 안 될 경우 즉각적인 군사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미군이 이번 공습을 중단한 한 가지 이유가 이란의 보복 공격을 막아낼 미군의 방공 미사일이 급속히 소진되는 상황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어 요격 미사일 재고가 채워지면 언제든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 '트럼프가 이란전에 갇힌 것 같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전쟁의 장기화 속에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좌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을 압송하는 군사작전을 감행하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현재는 이란과의 무력 충돌이 5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유가 상승과 증시 불안, 호르무즈 해협·홍해·바브엘만데브 해협 등지의 긴장 고조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확전을 통해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지만 여론 부담과 불확실성 때문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권력에 한계가 없다고 생각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한계를 발견했다"며 "각각의 선택지가 저마다 다른 이유로 그의 구미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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