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을 어긴 건 아니다. 선례가 없지도 않다. 다만 문제가 되는 건 행위의 주체가 대통령이라는 사실이다. 정부 정책의 최종 책임자가 대다수 국민은 감히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을 감행했다. 정상화를 위한 조치였다고 항변했지만 여론은 싸늘하게 식었다. 대통령의 ‘집테크’를 배워야 한다는 조롱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역대 정권의 난제였다. 정부는 집값 하락의 효과를 기대해 정책을 펼치지만 예상대로 움직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 ‘부동산은 심리’라는 업계 격언처럼 시장은 욕망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요동친다. 그렇기에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일관성을 꼽는다. 정부가 같은 방향으로 꾸준하게 시장에 신호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되지만
이재명정부는 이 과정에서 이미 한 차례 패착을 겪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부동산에 크게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문재인정부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정권을 내준 경험을 ‘반면교사’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실제 이 대통령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진 이유로 꼽히는 게 서울에서 밀렸다는 점인데, 서울은 부동산에 가장 민감한 지역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부동산 규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부동산에 몰려 있던 돈을 주식시장으로 옮기겠다는 ‘머니 무브’를 꾀하는 과정에서 각종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당연하게도 시장은 크게 반응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SNS 등을 통해 끊임없이 내놓은 ‘시그널’은 부동산 시장을 온통 뒤흔들었다.
이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은 ‘매수세를 꺾으면 매도자가 집을 싸게 내놓을 것이고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결국 전체적으로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귀결된다. 동시에 ‘집은 한 채만 있으면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 실제 사는 집 외에 다른 집을 가질 이유가 뭐가 있느냐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즉, 집은 주거의 공간이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시장에 강하게 인식시키려 했다.
정부는 주택 마련 자금을 위한 대출을 줄였고 일부 지역에서는 집을 사는 과정에 지자체의 허가가 필요하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다주택자를 위한 세금 혜택을 줄였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 투자’를 제한했다. 보유세 등 세금 부과를 예고하면서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게 손해’라고 주입했다.
문제는 정책 효과가 부정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다주택자는 집을 파는 대신 버티기에 들어갔다. 매물이 잠기기 시작한 것이다. 공급이 줄어들자 하루라도 빨리 집을 사야 한다는 분위기가 시장을 잠식했다. 수요가 늘어나는데 공급이 없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마련됐다.
매물이 씨가 마르니 전세도 사라지는 추세로 바뀌었다. 집주인들은 전세 대신 월세로 속속 바꾸었고 세입자의 집세 부담은 천정부지로 높아졌다.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월세를 내느니 집을 사는 쪽이 낫다는 인식이 팽배했고 다시 수요는 늘어났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 외곽 지역까지 집값이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 대통령의 ‘근저당 논란’은 이런 상황에서 불거졌다. 이 대통령이 보유하고 있던 분당 집을 파는 과정에서 10억원대의 근저당을 설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정부가 펼친 정책대로 집값을 낮춰서 매수자를 구한 게 아니라 일종의 ‘사금융’을 이용해 집을 판 것이다. 이 대통령은 ‘사연이 있는 집’을 팔았다는 것 외에 그 어떤 손해도 보지 않았다.
집값 낮춰서 팔라더니
본인은 제값대로 팔아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보유했던 집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아파트 164㎡형으로, 지난 14일 29억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16일 소유권이 이전됐다. 문제는 등기부등본에서 확인된 17억7000만원의 근저당권이다. 채무자는 매수자, 채권자는 이 대통령 부부였다. 매도자가 집을 담보로 잔금을 유예해준 것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이런 사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흔하진 않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맺는 계약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 이 대통령 부부가 사용한 방법은 강남 등 고가 주택이 많은 지역에서 암암리에 이뤄지던 매매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수자는 정부 정책 등으로 은행 대출이 어렵고 매도자는 시세대로 팔고 싶을 때, 즉 양측의 ‘니즈’가 맞닿을 때 이 같은 방법이 사용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여러 가지 전제 조건이 붙는다. 일단 파는 사람이 매물 외에 살 곳이 있어야 하고 잔금을 유예해 줄 수 있는 경제적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매수자와의 신뢰는 기본 조건이다.
이 대통령이 매매 과정에서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이 알려지고 일반 국민이 일종의 박탈감을 토로한 이유다. 보통 집을 팔고 그 돈으로 다른 집에 가야 하는 일반인으로선 언감생심 꿈도 꾸기 어려운 방식이라서다. 또 이 대통령의 매매 과정이 지금까지 정부가 펼쳐왔던 정책의 ‘사각지대’를 정확하게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배신감을 토로하는 의견도 나왔다. 대통령이 나서서 정책의 ‘우회로’를 홍보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다주택자 혹은 비거주 1주택자에게 권한대로 매수자가 없으면 집값을 낮춰서 팔았으면 끝날 일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해당 아파트의 시세대로 거의 제값(29억원)을 받았다. 정부 정책이 조여오자 집값을 몇억 원 낮춰 ‘급매’ 형태로 집을 내놨던 매도자들이 허탈함을 느낄만한 대목이다.
사업시행자 고시 전까지 소유권이 이전돼야 재건축 조합원 지위가 양도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아파트가 위치한 양지마을 재건축 현장의 사업시행자 고시는 이번 달 말로 예정돼있다. 이 시기가 지나면 이 대통령이 소유한 아파트는 ‘물딱지’ 즉, 재건축 프리미엄이 사라진 집이 된다. 집값이 내려가는 것이다. 매도자의 사정을 십분 고려한 조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론이 악화하고 야권에서도 공세를 펼치자 청와대는 연일 해명을 내놓고 있다. 골자는 매수자의 사정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 21일 “대통령 자택은 이 대통령 부부가 28년간 실거주했던 1주택으로 부동산 시장 정상화의 의지를 보이고자 시세보다도 낮게 재건축으로 기대되는 이익을 포기하고 처분했다”고 밝혔다. 근저당권에 대해서는 “10월 말에 처리될 미지급 잔금에 대한 근저당”이라며 “매수인의 사정을 배려해 등기 이전을 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논란은 계속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이 근저당권에 대한 이자를 받지 않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증여 논란’이 추가로 제기됐다. 이 또한 이 대통령의 배려라는 게 청와대의 해명이다. 무이자에 따른 증여세 문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항간에 불거진 매수자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사적인 인연이 있다거나 특수 관계라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너는 안 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뒤흔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나올 부동산 정책을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냐는 설명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이 대통령은 정상적인 거래라고 말하지만 이미 많은 국민이 ‘꼼수’로 인식했고 ‘내로남불’로 판단했다. 이제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놔도 불신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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