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미국 플랫폼 기업 우버가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배민)을 품는다. 모빌리티에 이어 음식 배달까지 사업을 넓혀온 우버는 이번 인수로 서비스 간 연계를 강화하는 ‘크로스 플랫폼’ 전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전략이 규제 당국에 가로막힐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시장지배적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는 가운데, 쿠팡 역시 유사한 전략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심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쿠팡이츠가 공격적 투자로 배민을 바짝 뒤쫓고 있는 시점에 등장한 이번 인수는, 배달앱 시장의 판도 변화까지 예고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우버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대해 주당 41.50유로의 공개매수를 제안했다. 이번 제안은 DH의 기업가치를 148억달러(약 22조원)로 평가한 것이다. 우버는 기존 보유 지분(직접 보유 24.77%, 파생상품 11.74%)에 DH의 대주주 프로서스의 지분 17% 등을 더해 약 53%의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DH 자회사 우아한형제들(배민 운영사)의 최대주주도 우버로 바뀐다. 인수는 내년 하반기 완료 예정이며, 그 전까지 배민은 독립 운영된다.
우버는 배민을 비롯해 아시아의 푸드판다, 중동의 탈라밧, 남미의 페디도스야 등 DH가 운영해온 50개국 사업을 편입할 계획이다. 기존 우버이츠와 사업 영역이 겹치는 스페인, 튀르키예 등 14개국 사업은 미국 투자회사 SSW파트너스에 16억달러(약 2조4000억원)에 별도로 매각하기로 했다.
배민, 6년 만에 또 주인 바뀐다
배민 입장에서 보면 이번이 두 번째 주인 교체다. 첫 번째는 2019년이었다. 당시 DH는 이미 한국에서 요기요를 운영하며 배민과 경쟁하고 있었는데, 시장 1위였던 배민마저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한 회사가 배달앱 1·2위를 동시에 손에 쥐게 되는 셈이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동을 걸었고, 결국 DH는 배민을 인수하는 대신 요기요를 다른 회사에 넘기는 조건으로 승인을 받아냈다. 이번엔 DH 자체가 우버에 넘어가면서, 배민은 6년 만에 다시 새 주인을 맞게 됐다.
우버에 한국은 유독 인연이 없던 시장이다. 2013년 출시한 차량 공유 중계 서비스 ‘우버엑스’는 택시업계의 극심한 반발과 정부의 반대로 좌초했고, 2017년 우버이츠도 배민의 아성을 넘지 못해 결국 2019년 철수했다. 이후 2021년 티맵모빌리티와 합작해 만든 택시 호출 서비스 우티(現 우버)는 카카오택시에 밀려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결국 우버는 직접 진출 대신 ‘인수’로 우회해 한국 시장에 재도전하는 셈이다.
일본에서도 먹힌 전략
우버 최고경영자(CEO) 다라 코스로샤히는 지난 16일 투자자 발표에서 “크로스 플랫폼 기회를 대폭 확대해 모빌리티와 배달을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우버 원’ 멤버십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이번 인수 이후 전략을 밝혔다.
우버가 강조하는 ‘크로스 플랫폼’은 모빌리티와 배달, 두 서비스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 게 핵심이다. 이를 실현하는 도구가 통합 멤버십 ‘우버 원’이다. 멤버십 가입자에게 두 플랫폼 이용 시 할인이나 적립 등 혜택을 주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한 앱으로 여러 서비스를 쓰고, 점주는 더 넓은 고객에 노출되며, 기사와 배달원은 두 업무를 넘나들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우버의 설명이다. 코스로샤히 CEO는 “고객이 두 서비스를 모두 이용하면 플랫폼 유입 빈도가 늘고 락인(소비자가 앱에 묶이는) 효과도 강화된다”고 말했다.
이 전략이 실제로 통한 곳이 일본이다. 지난 2014년 한국과 마찬가지로 차량 공유 서비스로 진출했다가 규제 벽에 막혀 실패한 우버는 2016년 우버이츠로 방향을 틀었고, 코로나19를 거치며 폭발적으로 성장해 일본 1위 배달앱에 올랐다. 이를 발판 삼아 우버택시도 함께 성장했다. 우버 재팬에 따르면 일본 모빌리티 취급액은 2021년 대비 10배 이상, 2025년엔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우버택시 신규 이용자의 약 4분의 1은 우버이츠 앱을 경유해 유입됐고, 두 서비스 동시 이용자는 단일 서비스 이용자보다 7.5배 빠르게 늘었다.
이 공식을 한국에 대입하면 우버의 계산이 읽힌다. 배민이 이미 시장 1위인 만큼, 우버이츠를 다시 들여올 필요 없이 배민의 이용자 기반으로 국내에서 고전해온 우버 택시를 키우면 된다는 것이다.
기시감 드는 전략
우버의 전략이 한국에 제대로 안착할지는 불분명하다.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규제 당국이 결합 전략에 제동을 거는 사례가 이미 있기 때문이다. 쿠팡이 대표적이다. 쿠팡은 와우멤버십에 쿠팡이츠·쿠팡플레이를 묶어 제공한 이른바 ‘끼워팔기’ 행위로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심의를 받고 있다.
끼워팔기가 성립하려면 두 서비스가 별개의 상품이어야 하는데, 배달 서비스인 배민과 모빌리티 서비스인 우버 택시는 사실상 별개의 상품으로 볼 수 있어 이 요건은 충족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대윤 변호사는 “우버 택시 호출이 배민과 연계되면서 이용자가 원치 않는데도 한쪽 서비스 구입이 사실상 강제되는 구조라면, 공정거래법상 끼워팔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물론 우버 택시가 당장 같은 잣대를 적용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해서다. 하지만 배민은 변수가 될 수 있다. 모바일인덱스 기준 올해 3월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배민 약 2249만명, 쿠팡이츠 약 1249만명, 점유율은 배민이 약 58%, 쿠팡이츠가 약 32% 수준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쿠팡이츠에 뒤쫓기고는 있지만 배민은 여전히 압도적 1위다.
핵심 쟁점은 배민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하는지, 이 결합이 플랫폼 간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를 냈는지 등이다. 김 변호사는 “이런 연계의 제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시장지배력과 결합이 자영업자 등 서비스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버 관계자는 “배달의민족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인 외식업 파트너와 배달 파트너에 대한 지속적 투자를 이어가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안정적인 수익 기회를 뒷받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관련 법과 규제를 철저히 준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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