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하의도는 1004개 섬이 있다고 해서 천사섬이라고 불린다. 그 천사섬에는 317점의 천사 조각상이 있어서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특히 그 천사상은 세계적인 조각가의 작품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그 작가의 경력은 가짜였고 더 기가 막힌 사실은 20억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한 조각품이 거의 다 중국에서 제작한 가짜였다는 사실이다.
천주교 신자이면서 세계적인 공모전의 입상 경력이 있는 작가라는 그의 가짜 경력에 속아 비싼 조각품을 설치한 천주교 여러 성당에도 난리가 난 모양이다. 특히 경기 안성 미리내성지의 김대건 신부 묘소에 설치돼 있는 피에타상도 그의 작품이라고 한다.
천사섬의 천사상을 배경으로 한 그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하의도는 김대중 대통령의 생가가 있고, 그분의 사상이 평화와 사랑이었고, 제 작품의 주제와 맞아떨어지고, 제가 고향 없이 세계를 떠돌아다니면서 조각만 하다가 이곳을 고향으로 느끼고 싶어서...” 그는 현재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어 복역 중이다.
천사섬 천사상 논란을 보면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몇 가지 있다. 가장 기본적인 작가에 대한 경력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군청의 시스템이다. 또한 317개의 작품을 어디서 누가 제작하는지 현장을 확인한 관계 공무원이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거제시 조선해양문화관에 전시되어 있던 ‘1592 거북선’이 가짜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혈세 20억원을 쓴 그 거북선은 애초 국산 소나무를 사용하도록 한 시방서와 달리 거의 외산 목재를 사용했고 방부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썩어들어갔다고 한다. 결국 철거하기로 했고 철거폐기물은 7번의 유찰 끝에 154만원으로 낙찰되었는데 그마저도 낙찰자가 인도를 포기하는 바람에 거제시에서 철거했다고 한다.
사실 이 기사를 보면서 의문이 드는 것은 애초 국산 소나무인지 외산 소나무인지 거제시 관계자 누구도 확인하지 않았고 방부처리가 제대로 된 건지 확인하는 시스템도 없었다는 것이다. 국민 혈세로 예산을 집행하는 자들은 책상에 앉아 서류만 뒤적이고 있는 모양이다. 이 사건도 천사섬의 참사와 다를 바 없다.
창원에는 빅트리라는 거대한 나무 조형물이 있다. 무려 344억원이 들어간 전망대 기능의 조형물인데 공사를 마치고 나서 보는 이들이 모두 흉물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그러자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시장이 이렇게 흉물이 된 과정 전체를 전면 재조사하겠다고 하고 창원시에서는 감사 후 공사를 진행한 민간사업자를 사기와 배임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한다.
기사를 찾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애초 공개된 빅트리의 조감도와 공사가 마무리된 후의 실물이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과연 흉물이다. 이런 어이없는 프로젝트의 탄생은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이라는 특혜사업의 민낯이라고 해석된다. 즉, 민간사업자가 창원시에 있는 대상공원에 시민을 위한 몇 가지 시설을 설치한 후 창원시에 기부채납하고 그 대가로 대상공원 부지 일부에 아파트를 개발하는 사업방식이 특례사업이다. 빅트리도 그 특례사업에 속한 시설이다.
여기에 답은 뻔하지 않은가. 기부채납 할 시설에 온 정성을 기울일 민간사업자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사업비를 부풀려서 욕먹지 않을 만큼의 시설만 만들어 기부채납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잘못 걸린 것 같다. 그 결과물이 누가 봐도 험한 욕이 나오는 흉물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민간사업자도 그렇지만 창원시도 이 논란에 자유로울 수 없다. 빅트리가 애초에 제시된 조감도 대로 공사가 진행이 되는지 관심을 가진 관계공무원은 한 사람도 없었다고 봐야 한다. 그들은 이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손을 놓고 있다가 시민들이 흉물이라고 하니까 추가로 돈을 들여 디자인 개선을 위한 공모를 하겠다고 한다. 답답한 것은 이렇게 한심한 혈세 낭비를 사전에 차단할 시스템이 지자체마다 전혀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경제신문 손웅익 건축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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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웅익 건축사·수필가
한양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오랜 기간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해 온 환경·생태 전시 설계 전문가로 코엑스아쿠아리움 부사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건축가의 여행스케치> , <건축가의 아침산책> , <작은집이야기> 등이 있으며, 일상에서 접하는 건축물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다. 점차 잊혀가는 마을과 도시의 풍경을 스케치와 글로 남기는 작업을 지속하며 도시의 기억을 기록하고 있다. 작은집이야기> 건축가의> 건축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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