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2주간 이어온 무력 공방을 일단 멈추고 물밑 외교 탐색전에 들어갔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극도로 끌어올렸던 양국의 정면충돌은 일단 둔화됐으나, 종전 합의안(MOU)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차와 역내 정세의 복잡한 변수로 인해 완전한 평화 정착까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26일(현지시간) 악시오스 등 주요 외신과 미 군사 당국에 따르면, 미군은 지난 11일부터 이란 본토 및 호르무즈 해협 일대를 대상으로 진행해 온 대규모 공습 작전(작전명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을 24일부터 일시 보류했다.
앞서 미군은 이란군의 상선 공격에 대응해 핵심 군사 시설과 사회간접자본을 표적 삼아 맹폭을 가했고, 이란군 역시 미군 동맹국 기지를 겨냥해 탄도미사일과 무인기 공격으로 맞서며 미군 4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 사태가 심화된 바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가 공습 승인을 유예하고 이란군 역시 이에 발맞추어 보복 타격을 멈추면서, 현지 정세는 2주 만에 ‘고요 속 대치’ 국면으로 전환됐다.
▲미군 수뇌부의 경고… “작전 한계 다다르고 방공 자산 고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습 중단 결정 배경에는 백악관 안보 회의에서 나온 미 군 수뇌부의 실용적 경고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를 이끄는 브래드 쿠퍼 해군 대장은 최근 백악관과 국방부에 “2주간의 공습으로 이란의 상선 공격 능력을 현저히 약화시켰고, 당초 설정한 주요 표적의 80%를 타격했다”며 “전면전으로 작전 수위를 높이지 않는 한 기존 방식의 공습을 지속하는 것은 작전 효율성 측면에서 무의미하다”고 보고했다.
이와 함께 댄 케인 미국 합동참모의장과 제이디 밴스 부통령 역시 방공 자산 소진 문제를 강력히 지적했다. 케인 의장은 중동 지역 방어망의 핵심인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 등 방공 자산 재고가 급속히 고갈되고 있어, 중동 내 미군 기지 및 동맹국을 보호하는 방어망에 치명적인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의 맞응수… “맞보복 멈추되, 재공습 시 전면전”
미국의 공습 중단 조치에 발맞추어 이란 군 당국과 정부 역시 대화와 경고를 병행하는 이중적 태도로 대응에 나섰다.
모하마드 아크라미니아 이란군 대변인은 “미군의 공습이 보류되었고, 이란의 작전은 자국 방어와 맞보복에 목적이 있었던 만큼 미군 동맹국 및 기지에 대한 타격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호세인 케르만푸르 이란 보건부 대변인 역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 본토에 대한 미군 공습이 멈춘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란 군 수뇌부는 강경 대응 기조를 허물지 않았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측은 “미국이 군사적 피로감과 한계로 공격을 멈춘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만약 미국이 공습을 재개하거나 전면전 수준으로 수위를 높일 경우 중동 전역을 겨냥한 전면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외교 라인 가동… 해상 봉쇄·통제권 주도권 싸움은 팽팽
군사적 압박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양국은 외교적 타협점을 찾기 위한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는 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이란과의 대화에 어느 정도 여지를 두고 있으며, 실무진부터 최고위급까지 모든 단계에서 소통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역시 오만 중재 아래 24일과 25일 테헤란에서 차관급 회담을 열고 호르무즈 해협 내 안전 통항을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스마엘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번 회담을 두고 “해협 통항 안전 관리를 위한 기술적·정치적 협의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군사적 대치는 해상에서 여전히 팽팽하다. 미 중부사령부는 26일 공식 발표를 통해 대(對)이란 해상 봉쇄가 전면 유효함을 분명히 하며, 봉쇄망을 무시하려던 상선 12척을 회항시키고 경고를 무시한 2척을 무력화했으며 2척에 대한 강제 검수 승선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란 혁명수비대 역시 해협 내부에서 자체 지침을 따르지 않는 상선에 대해 경고사격을 가하는 등 통제권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외교 전문가는 “이번 소강상태는 양측 모두 전면전의 부담과 군사적 자산 고갈을 피하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단계”라며 “오만 협상안에 대한 미국의 수용 여부, 이란의 해협 통제권 고수, 이스라엘이라는 핵심 역내 변수가 얽혀 있어 언제든 재충돌의 뇌관이 터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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