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성장세를 되찾고 있지만 국내 배터리업계 체감 회복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유럽과 신흥 시장이 상승을 이끄는 사이 대규모 생산기지가 몰린 북미에서는 전기차 판매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친환경 정책 복원 기대도 나오지만 선거 결과만으로 보조금 공백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K배터리 회복 여부는 북미 순수전기차(BEV) 수요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전환 성과에 달렸다는 평가다.
▲ 글로벌 전기차 시장, 中·유럽 성장세…美는 감소세 뚜렷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세계 전기차(BEV·PHEV) 판매량은 약 775만4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3.5% 증가했다. 연초 역성장에서 벗어났지만 회복세는 지역별로 엇갈렸다.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 집계에서 지난 5월 유럽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23% 늘어난 반면 북미는 26% 감소했다. 미국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종료와 완성차 업체들 전동화 속도 조절이 수요를 끌어내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2300만대에 이르며 신차 시장 중 28%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성장 중심축은 유럽과 중국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배터리 시장 외형은 빠르게 커지는 추세다. 올해 1~5월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469.2GWh로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했다. 반면 국내 배터리 3사 입지는 오히려 좁아졌다.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합산 점유율은 같은 기간 28.4%로 1년 전보다 8.7%포인트 하락했다.
중국 업체들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 진출을 확대, 글로벌 수요 증가가 K배터리 실적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 경영 부담은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삼성SDI는 1분기 배터리 부문에서 매출 3조3544억원, 영업손실 1766억원을 기록했다. SK온도 매출 1조7912억원에 영업손실 3492억원을 냈다.
업계 전반적으로 전분기보다 적자 폭은 줄었어도 낮은 북미 공장 가동률과 고정비 부담은 여전했다.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가 손익을 일부 보완하고 있지만 보조금 효과를 뺀 본업 회복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11월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를 K배터리 반등 기회로 보는 일부 시각에도 신중론이 제기된다. 미국 정치권과 여론 조사 기관, 베팅 마켓 등에서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이른바 ‘블루웨이브’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면 트럼프 행정부 친환경 정책 후퇴를 견제하고 전기차 지원책 복원을 추진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 美 중간선거로 민주 다수당 될까…글로벌 산업 영향 ‘촉각’
그러나 지난해 9월 말 종료된 30D 신차 세액공제가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되살아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민주당이 양원에서 복원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상·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이를 뒤집을 수 있다.
이는 중간선거 승리만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운 의석이다. 민주당 의회 장악은 추가적 정책 후퇴를 막는 방어선이 될 수 있으나 소비자에게 최대 7500달러를 지원했던 세액공제를 바로 부활시키는 것까지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책이 복원되더라도 북미 전기차 시장 제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 완성차 시장 특징으로는 넓은 국토와 부족한 충전망,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픽업트럭 선호 현상 등이 꼽힌다.
하이브리드차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배터리업계에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세계 평균 배터리 탑재량은 BEV가 대당 68.9kWh, 하이브리드차는 1.0kWh였다. BEV 한 대가 하이브리드차 약 69대와 맞먹는 배터리를 사용하는 셈이다. 완성차 업체가 하이브리드 판매로 수익성을 방어하더라도 배터리 셀 업체 유휴 생산능력까지 채우기는 어렵다.
K배터리 3사가 북미 전기차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 합작사 얼티엄셀즈는 테네시 공장 일부를 LFP 기반 ESS 생산라인으로 전환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 스타플러스에너지에서 올해 4분기 LFP ESS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SK온도 미국에서 자체 ESS 제품인 ‘그리드온’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전력망 투자로 저장장치 수요가 늘어난 점을 활용, 가동률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다만 ESS가 전기차 배터리 부진을 모두 상쇄할 수 있다고 낙관하기는 어렵다. EV용 고니켈 배터리와 ESS용 LFP 배터리는 제품 설계, 원가 구조가 다른 데다 중국 업체 대비 가격 격차도 크다. 여러 업체가 동시에 ESS 생산능력을 늘릴 경우 공급 과잉과 판가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라인 전환에 따른 초기 비용 감수와 수율 안정화, 고객 인증을 거친 실제 이익 시현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11월 중간선거는 미국 친환경 산업정책 향방을 가를 변수지만 K배터리 실적 회복 ‘만능 카드’와는 거리가 있다”며 “국내 배터리업계 하반기 성적표는 ‘블루웨이브’보다 북미 BEV 판매 회복, ESS 전환 수익성 및 투자비 관리에서 갈릴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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