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갈고리와 암컷 배가 만든 하트 형상…건강한 습지 생태계 증명하는 신호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사랑은 잠자리처럼 완벽하게."
연일 폭염이 기세를 부리는 요즘 강원 강릉시 경포가시연습지 수풀 사이와 물가, 연꽃이 만발한 연꽃정원에서는 폭염보다 뜨거운 잠자리들의 구애와 번식 활동이 한창이다.
습지 곳곳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두 마리의 잠자리가 몸을 이어 완벽한 하트(♥) 모양을 만든 신비로운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자연이 그려낸 가장 아름다운 구애이자 잠자리 특유의 사랑법이 완성한 이 '하트' 형상에 습지를 찾은 방문객들의 탄성이 이어지고 있다.
시각적으로는 유난히 로맨틱해 보이는 이 하트 자세 속에는 종족 번식을 향한 잠자리만의 매우 특이한 신체 구조와 생태학적 이유가 숨어 있다.
수컷이 배 끝의 갈고리로 암컷의 목 뒷부분을 잡으면, 암컷이 배를 위로 말아 올려 수컷의 가슴 아래쪽 생식기에 교미기를 맞대면서 자연스럽게 하트 모양이 형성된다.
잠자리는 하트 상태를 유지한 채 함께 날아다니며 새나 포식자의 공격을 피하고 짝짓기가 끝난 뒤에도 암컷이 안전하게 알을 낳도록 수컷이 수호자 역할을 자처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완벽한 하트 모양도 늘 평화롭지만은 않다.
주변에는 짝을 찾지 못한 수컷 잠자리들이 눈을 번뜩이며 기회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합 상태인 잠자리 커플을 향해 다른 수컷들이 무작정 돌진하거나 떼어 놓으려 공격적인 방해 공작을 펼치는 모습도 심심찮게 포착된다.
이처럼 짝짓기를 둘러싼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경포가시연습지 관계자는 "여름철 습지에서 관찰되는 잠자리의 하트 모양 짝짓기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습지 생태계가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중요한 지표"라며 "생명의 연속성을 향한 잠자리들의 강렬한 본능과 자연의 신비를 현장에서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폭염 속에서 피어난 번식을 향한 잠자리들의 진한 생명력이 경포가시연습지를 찾는 이들에게 색다른 울림을 더해주고 있다.
yoo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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