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합리화위가 던진 일침…네이버·두나무 빅딜이 남긴 ‘디테일’의 교훈[김현아의 IT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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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합리화위가 던진 일침…네이버·두나무 빅딜이 남긴 ‘디테일’의 교훈[김현아의 IT세상읽기]

이데일리 2026-07-26 19:05: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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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네이버(NAVER(035420))의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100% 자회사 편입은 올해 국내 ICT·핀테크 업계 최대 인수합병(M&A) 가운데 하나다. 디지털 자산과 플랫폼, 인공지능(AI)이 결합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탄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도 작지 않다.

그런데 이 대형 M&A가 추진 과정에서 뜻밖의 규제 암초를 만날 뻔했다. 가상자산 사업과는 성격이 다른 과거 부동산 플랫폼 운영 과정에서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가 입법 심의 과정에서 제동을 걸며 제도 개선 방향이 마련됐다. 아직 시행령 개정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번 사례는 금융 규제의 조문 하나와 예외 규정 하나가 산업의 미래와 대규모 투자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규제합리화위가 던진 일침…네이버·두나무 빅딜이 남긴 ‘디테일’의 교훈[김현아의 IT세상읽기]


◇공정거래법 위반과 대주주 적격성…핵심은 ‘비례성’

네이버는 과거 ‘네이버 부동산’ 운영 과정에서 확인매물 정보를 경쟁사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혐의로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물론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면서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살피는 것은 시장 질서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절차다. 문제는 금융위원회가 추진했던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안 원안의 경직성에 있었다.

원안은 법인의 양벌규정 적용이나 위반의 경중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주주 결격사유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도록 설계됐다. 만약 그대로 시행됐다면 네이버는 가상자산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과거 플랫폼 사업의 벌금형 리스크 때문에 두나무 인수 과정에서 상당한 법적 불확실성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었다.

자금세탁을 방지하고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입법 취지가, 세밀한 예외 규정의 부재로 산업 재편과 투자 위축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었던 셈이다.

법은 모든 위반을 똑같이 취급하지 않는다. 형법과 행정법은 물론 금융 관련 법률도 위반의 경중과 고의성, 공익 침해 정도를 함께 고려한다. 규제 역시 목적뿐 아니라 비례성의 원칙 위에서 작동해야 하는 이유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특혜 아닌 ‘형평성 회복’

다행히 규제합리화위원회는 이 문제를 짚어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특금법에만 유독 예외 규정이 없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고, 위원회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의견을 청취한 뒤 자본시장법 수준으로 제도를 정비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를 요구한 것이 아니다. 이미 은행법과 자본시장법 등 기존 금융 관계법에는 법인의 양벌규정 적용이나 경미한 위반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이는 기업 활동을 불필요하게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금융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입법적 균형 장치다.

반면 특금법만 이런 예외 규정을 두지 않는다면 동일한 금융 규제 체계 안에서도 가상자산 산업에만 상대적으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결과가 된다. 규제합리화위원회의 권고는 특혜가 아니라 법 체계의 형평성과 균형을 회복하자는 제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규제는 무기가 아니라 정교한 잣대여야 한다

이번 사례는 우리 규제 시스템이 앞으로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수록 규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특히 가상자산처럼 투자자 보호와 시장 투명성이 핵심인 분야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규제는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비례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위반의 경중과 사안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인 기준만 적용한다면 산업의 혁신과 투자까지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는 AI와 디지털 자산, 금융 플랫폼이 융합하는 새로운 경쟁에 돌입했다. 플랫폼 기업들은 AI와 금융 서비스를 결합하며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 역시 단순한 기업 인수를 넘어 국내 디지털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시도로 평가받는다.

이번 특금법 시행령 논란에서 규제합리화위원회가 바로잡으려 한 것은 하나의 M&A만이 아니다. 산업 현실과 맞지 않는 획일적 규제가 혁신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제도의 균형을 되찾자는 것이었다.

규제의 목적은 기업을 넘어뜨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신뢰를 지키는 데 있다. 신뢰는 엄격함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엄격해야 할 곳에는 엄격하고, 예외를 둘 곳에는 합리적인 예외를 두는 정교한 규제가 혁신과 건전성을 함께 만든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은 규제를 설계할 때 더욱 절실하다. 좋은 규제는 산업을 겨냥하는 칼이 아니라 위험을 정확히 재는 잣대여야 한다. 이번 특금법 시행령 논란이 우리 입법과 규제 정책에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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