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경찰청 순환근무 등에 대해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동일 경찰서 장기근무 경감 이하 경찰관 비율이 지역별로 최대 9배 이상 차이를 보이면서, 경찰청이 도입을 예고한 일률적인 순환인사 확대가 향후 실질적 자치경찰제 도입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경찰청이 전국 공통의 순환인사 기준을 먼저 확정할 경우, 자치경찰의 인사 자율성이 제한되거나 제도 시행 과정에서 인사체계를 다시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동일 경찰서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감 이하 경찰관은 전국적으로 1만 7130명이었고, 지역별 장기근무 실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전체 경감 이하 경찰관 중 장기근무자 비율은 전북이 23.8%로 가장 높았고 충북 21.7%, 충남 21.2%로 뒤를 이었다. 반면 서울은 8.4%, 광주는 2.6%에 그쳤다.
대전경찰청의 경우 10년 이상 동일 경찰서 근무자는 경사 133명, 경위 90명, 경감 45명, 경장 2명 등 모두 270명이다. 세종을 제외한 17개 시도경찰청 가운데 광주와 제주, 대구에 이어 네 번째로 적었다.
대전 전체 경찰공무원 3200여 명을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8%대에 그쳐, 장기근무자 비율이 20%를 넘는 충남·충북·전북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10년 이상 동일 경찰서 장기 근무 현황. 표 오른쪽부터 경장, 경사, 경위, 경감, 총원 순. (자료=이상식 의원실·경찰청·연합뉴스 제공)
특히 경찰 유착 의혹이 불거진 광주의 장기근무자 비율이 전국 최저 수준이었다는 점은 단순히 장기근무자 전체를 순환시키는 방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시도경찰청 전체의 장기근무 비율보다 특정 경찰관의 동일 관서 재전입 여부와 수사·단속 보직 근무 기간, 사건 관계인과의 연고 등을 세밀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지역 간 편차를 반영하지 않고 전국에 동일한 순환 기준을 적용할 경우 장기근무 문제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지역까지 불필요한 인사이동이 확대될 수 있다.
순환인사 확대는 2028년 전면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인 자치경찰제의 방향과도 다소 엇갈린다. 자치경찰제는 지역별 치안 여건과 주민 요구를 반영해 인력과 정책을 자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치경찰의 조직과 인사권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가 마무리되기 전에 중앙 중심의 순환인사 체계가 먼저 굳어질 경우, 향후 지역 여건에 맞게 인사를 운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대전경찰 한 간부는 "장기근무 실태와 관서 구조가 지역마다 크게 다른데도 전국에 같은 순환인사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을 수 있다"며 "자치경찰제의 취지를 살리려면 지역이 인력 운용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수사·단속 등 유착 우려가 큰 보직을 중심으로 순환 기준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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