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 도시의 경계를 넘어설 때마다 휴대전화에서 안전안내문자가 울린다. 한낮에는 외출과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부득이하게 밖에서 일해야 한다면 물을 자주 마시고 그늘에서 충분히 쉬라는 당부가 이어진다. 노약자와 어린이 등 온열질환에 취약한 이웃의 안부를 살피고 농촌에서는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시간대의 밭일을 멈춰 달라는 내용도 빠지지 않는다. 한때 여름이면 으레 견뎌야 했던 더위는 이제 생명을 위협하고 일상까지 멈춰 세우는 위험이 되고 있다.
이에 경기지역 지자체들의 폭염 대응도 달라졌다. 번화가와 카페, 광장, 공공시설 등 시민들이 평소 오가는 생활 동선 곳곳에 냉방공간과 식수 등을 마련해 일상에서 곧바로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땀을 식힐 공간과 시원한 물 한 병, 뜨거운 햇볕을 가릴 양산이 절실한 순간에 시민들의 하루와 이동 경로를 따라 마련된 세심한 대책들이 잠시 숨을 돌릴 틈을 내주고 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꽂힌 군포 산본로데오거리 한복판에 록페스티벌장에서나 볼 법한 대형 냉방천막이 등장했다. 열기를 피해 천막 안으로 들어서자 바깥의 후끈한 공기 대신 에어컨에서 뿜어져 나오는 찬바람이 온몸을 감쌌다.
시민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쉼터를 찾았다. 땀에 젖은 시민들은 에어컨 앞에 서서 옷 앞섶을 연신 펄럭였고, 휠체어를 탄 한 어르신은 찬바람이 닿는 자리에 앉아 한동안 더위를 식혔다. 보호자의 손을 잡고 들어온 한 어린이는 에어컨 앞에 서자 “밖에는 너무 더웠는데 여기는 엄청 시원해요”라고 외치며 두 팔을 벌린 채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았다.
출입구 옆에 마련된 만족도 조사판에는 이용객들이 붙인 스티커가 빼곡했다. 특히 ‘매우 만족’을 뜻하는 별 다섯 개 칸은 빈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약속 장소로 향하거나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이 잠시 들어와 땀을 식히는 모습이 이어지면서 번화가 한복판에 마련된 냉방쉼터는 폭염을 몸으로 견디던 시민들에게 짧지만 확실한 휴식처가 되고 있었다.
“툭.” 부천역 마루광장 한복판에 놓인 ‘폭염 속 오아시水’ AI 생수자판기 아래로 차가운 생수 한 병이 떨어졌다. 기기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본인인증을 마친 시민은 허리를 굽혀 생수를 꺼낸 뒤 병을 이마와 목덜미에 번갈아 대며 열기를 식혔다. 이어 뚜껑을 열어 물을 들이켠 뒤 “하루 한 병으로 제한하니 더 많은 사람에게 골고루 돌아갈 것 같다”며 “더운 날 길을 가다가 바로 이용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 자판기는 AI 기반 운영시스템을 통해 ARS 인증 기록을 확인하고 한 사람이 하루에 한 병만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장소와 시간대별 이용량도 분석해 생수 보충과 공급량 조절에 활용한다.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거나 QR코드를 인식할 필요 없이 전화 한 통으로 이용할 수 있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도 어렵지 않게 생수를 받을 수 있다.
부천시는 부천역 마루광장을 비롯해 중앙공원과 소사청소년경찰학교, 원종사거리 부천축산농협 등 유동인구가 많은 4곳에서 AI 생수자판기를 운영하고 있다. 자판기마다 오전 9시와 오후 1시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00병씩 하루 최대 400병의 생수가 채워진다.
생활 속 공간을 활용한 폭염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안양시는 카페와 제과점 등 지역 민간업체의 참여를 받아 ‘착한 더위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참여 업소에서는 음료나 물건을 구입하지 않아도 잠시 머물며 더위를 피할 수 있다. 오는 8월31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현재 안양지역 31개 업소가 동참하고 있다.
광명시는 지난해 시작한 ‘양심양산’ 대여를 올해도 이어간다. 시청과 동 행정복지센터, 도서관 등 공공시설에 양산을 비치해 미처 준비하지 못한 시민들이 빌려 쓸 수 있도록 했다. 갑작스럽게 외출한 시민도 가까운 공공시설에서 양산을 빌려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 있다.
폭염 안전안내문자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울리는 여름이다. 경기지역 지자체의 대응도 행동요령을 알리는 데서 나아가 거리와 생활공간에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폭염이 일상이 된 만큼 기존 방식에 머물지 않고 시민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새로운 대응이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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