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모든 요구사항 수용…우리의 승리"
"모디 정권이 여론에 양보한 보기 드문 사례"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인도에서 의대 입학시험 문제 유출 사태에 항의해 시위를 벌여온 Z세대 단체 '바퀴벌레국민당'(CJP)이 모든 요구사항을 정부가 수용했다며 한 달 넘게 벌여온 시위를 끝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자가트 프라카시 나다 인도 보건가족복지부 장관 등 정부 대표들과 CJP 지도자들은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CJP의 모든 요구 항목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아슈토시 란카 CJP 대변인은 "결론은 우리가 승리했다는 것이다. 여러분의 투쟁과 노력, 인내가 결실을 봤다"며 "우리 팀이 제기한 모든 요구사항이 수용됐으므로 시위대 여러분은 시위를 철회하고 평화롭게 귀가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CJP는 문제 유출 사태 책임자인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의 퇴진을 비롯해 의대 입학시험 제도 개혁, 문제 유출과 관련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수험생들 유족에 대한 보상, 시위대에 대한 사법 처리 중단 등을 요구해왔다.
이와 관련해 전날 프라단 장관이 물러나면서 핵심 요구사항이 관철되자 CJP는 승리를 선언했다.
프라단 장관의 사직서를 수용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신재생에너지부와 소비자문제식품공공배급부 장관을 겸직 중인 프랄라드 조시를 신임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뉴델리 도심의 '정부 지정 시위장소' 잔타르 만타르에 집결해 집회를 벌여온 CJP 시위대 수천 명은 프라단 장관의 퇴진 소식에 구호를 외치고 사탕을 주변에 나눠주며 승리를 자축했다.
CJP 창립자 아비지트 딥케(30)는 시위대의 환호성 속에 "우리가 해냈다"고 선언했다.
CJP를 지지하며 26일간 단식투쟁을 벌인 유명 환경·교육 활동가 소남 왕축(59)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프라단 장관의 사임은 "평화, 인내, 끈기의 승리"라고 썼다.
인도국민회의(INC) 소속 라훌 간디 야당 지도자는 프라단 장관의 퇴진이 "교육시스템 개혁을 향한 중대한 진전"이라며 모디 총리가 학생·청년에게 사과하고 이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5월 220만여명이 응시한 전국 의대 입학 자격시험(NEET)에서 문제 유출·부실 운영 문제가 불거진 뒤 재시험 압박을 견디지 못한 수험생 1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같은 달 실업 청년을 바퀴벌레에 비유한 수리야 칸트 인도 대법원장의 발언을 풍자하면서 창설된 CJP는 교육부 장관 퇴진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시위를 시작했다.
이는 심각한 청년 실업을 비롯한 민생고, 모디 정권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 등에 대한 불만 등과 결합해 2020∼2021년 농민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로 발전했다.
급기야 지난 20일 수천 명이 뉴델리 의회로 행진을 시도했다가 최루탄과 곤봉을 동원한 경찰의 진압으로 시위가 한층 격해졌으며, 동부 서벵골주와 남부 텔랑가나주·카르나타카주·타밀나두주 등지로도 시위가 확산했다.
이번에 정부가 CJP의 요구를 수용한 것은 2014년 들어선 모디 정권이 정부 비판 시위·여론에 양보한 보기 드문 사례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또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장·차관급이 여론에 밀려 물러난 것은 2018년 '미투' 운동 당시 M.J. 악바르 당시 외교부 차관이 성희롱 혐의와 관련해 사임한 이후 이번이 2번째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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