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scia ch'io pianga
나를 울게 내버려 두소서
Mia cruda sorte
비참한 나의 운명이여
È che sospiri la libertà!
나의 (잃어버린) 자유에 난 한숨짓네!
È che sospiri
난 한숨짓네.
~~
~~~
Sol per pietà
그저 자비로서
Lascia ch'io pianga
나를 울게 내버려 두소서♩
그곳에 들어서니 헨델의 ‘울게 하소서’가 가슴을 에워쌌다. 창가 화분엔 아프리카 금잔디인 디모르포테카가 노랑 분홍으로 뒤섞여 노래했다.
우린 매월 마지막 날 저녁, 조촐한 음악 카페로 엄마를 보러 간다. ‘우리’란 엄마 잃은 동호회 사람들이다. 20~30대 회원으로 대부분 성인이 되기 전 엄마를 떠나보낸 이들이다.
카페 천장엔 오색실로 이은 엄마의 전신사진들이 모빌처럼 움직여 마치 살아 계신 듯, 금세 영민아, 지호야, 효린아~ 부르며 나타나실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매달 엄마와의 추억을 재현하는 이벤트가 있는데 오늘 행사는 살랑살랑 움직이는 엄마를 보며 미니 편지 쓰기다.
♥ 제가 일곱 살 때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가신 엄마. 검정 리본 두른 엄마 사진 보며 많은 사람이 울 때도 전 엄마 손을 영원히 못 잡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문상객들 상에 놓인 오징어포와 땅콩만 먹어대느라 부산했으니 어른들이 저를 얼마나 측은히 여겼겠어요? 하늘나라에서 병 고치고 다시 올 줄 알았는데……. 20년 흐른 지금까지도 왜 못 오시는지요?
이젠 조금 알 것 같아요. 모습만 떠났을 뿐 엄마 이미지가 각인되어 젊은 모습 그대로 저와 함께 숨 쉰다는 것을. 제가 성인이 되면서 엄마는 거꾸로 아기가 되신 것 같아요. 이젠 제가 돌봐드릴게요~^^
- 엄마께 패랭이꽃 달린 머리띠 선물한 아들 올림
♥ 뭐든지 당신 뜻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셨던 엄마를 난 싫어했죠. 예쁜 옷 잔뜩 사놓고 매일 당신이 좋아하는 옷 입히셨던, 그것이 싫어 앙탈하면 가위로 옷을 싹둑싹둑 잘라 버렸죠. 완벽한 성격만큼 명을 다 채우지 못하고 가신 어머니. 그 당시엔 엄마의 단점만 보였는데 자녀 교육 또한 열성이셨던 당신 덕에 지금 피아노 선생으로 가르치는 기쁨과 가정에 도움 주는 엄마로 살아가니 감사할 뿐입니다.
- 제가 뜨개질한 미사 보를 엄마 사진 위에 걸어드립니다.
♥ 군대 생활만 끝내면 칸 영화제 레드 카펫처럼 멋진 인생이 쫙~ 펼쳐질 줄 알았는데 말년 휴가 때 엄만 항암치료로 민머리에 곰팡이 낀 듯 짓무른 손톱과 발톱, 구역질하시는 처참한 모습, 이루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막다른 골목에서 저도 엄마 따라가고 싶었어요. 눈뜨는 아침이 끔찍했고요.
그러나 시간은 또 다른 인생 선배로 자리매김하네요. 행·불행이 함께임을 깨달았어요. 동호회 들어와 보니 그나마 전 엄마 사랑을 충분히 받은 나이였네요.
- 엄마가 좋아하는 현금 드릴 테니 친구들과 꽃게탕 맛있게 사 드세요.
♥ 중환자실에서 혼수상태로 누워 계신 지 보름 만에 떠나신 엄마. 아직도 실감 나지는 않으나 인생의 새로운 비밀을 알게 됐어요. 엄마는 빛 되시어 우리 형제를 위해 엄마 친구들, 밖에서 만나는 모든 분 몸을 빌려 제게 이야기해 주시며 인도하신다는 걸……. 저도 마음으로 그분들에게 ‘어머니’라 부르며 따릅니다. 요즘엔 재미있는 여친도 생겨 힘이 납니다. 엄마가 보내주신 선물이겠죠?
- 리본 달린 하이힐 드리오니 또각또각 걸으시어 제 꿈속으로 오세요.
우린 편지 쓴 것을 배경음악과 함께 낭독한 뒤 와인 잔을 들고 “엄마, 엄마, 엄마" 크게 불렀다. 천장에 있던 모빌 엄마들도 답례로 신나게 춤을 춘다.
“걱정 말고 춤추듯 살렴 〜〜 우린 너희들 백댄서야 ♬♪. 우린 너희들 백댄서야 ♬♪.”
여성경제신문 윤신숙 수필가·한국미니픽션작가회 회원
sabina45@hanmail.net
☞미니픽션=아주 짧은 분량 속에 완결된 서사를 담아낸 초소형 소설을 말한다. '한 뼘 소설', '손바닥 소설(掌篇小說)', '플래시 픽션(Flash Fiction)' 등으로도 불리며 주로 설명은 생략하고 상징이나 묘사를 통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끝맺는다. 짧은 틀 안에 소설적 재미와 철학을 압축해 놓은 '문학의 에스프레소'라고 할 수 있다.
윤신숙 작가·수필가·배우
2004년 한국미니픽션작가회 창립 멤버로 참여해 다수의 미니픽션집을 발간했으며, 2007년 <한국산문> 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극단 <날좀보소> 의 창단 단원으로서 매년 꾸준히 무대 공연을 이어오는 열정적인 배우이기도 하다. 양천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 종로복지회관 크리에이터반에서 연기와 대본 집필 활동을 병행하며 예술적 삶을 실천하고 있다. 날좀보소> 한국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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