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박재형 기자 |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가계와 기업의 대출 상환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데 이어 부실채권 규모도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 은행권 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차주의 상환 부담은 당분간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공개한 팩트북 등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 단순 평균은 0.33%로 집계됐다. 1분기 말(0.32%)보다 0.0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2016년 1분기 말(0.36%)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평균 0.30%였던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해 들어 1분기 0.32%, 2분기 0.33%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0.32%로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NH농협은행도 0.48%로 2014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우리은행은 전 분기보다 상승한 반면 KB국민은행은 소폭 하락했고, 신한은행은 전 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가계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상환 부담도 커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단순 평균은 지난해 말 0.49%에서 올해 1분기 0.57%, 2분기 0.58%로 상승했다. 우리은행은 0.75%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신한은행도 2017년 이후 최고치인 0.49%를 나타냈다. 일부 은행의 연체율은 전 분기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전체적으로는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
연체 증가와 함께 부실채권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연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NPL)은 2분기 말 5대 은행 기준 7조4331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1조원 증가하며 2018년 이후 약 8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평균 0.40%로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으며, 가계와 기업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은행권은 고금리와 내수 부진이 연체율 상승의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경기 둔화로 가계 가처분소득이 줄었고, 원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 부진이 겹치면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임대업 차주의 상환 여력도 약화됐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금융 부담이 당분간 더 커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인상하며 3년 반 만에 긴축 사이클에 진입했다.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시장금리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24일 4.531%로 6월 말보다 0.29%포인트 상승했고,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연 4.84~7.57%까지 높아졌다.
은행권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과 자산가격 조정이 맞물릴 경우 가계와 기업의 상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빚투'가 늘어난 상황에서 증시 조정까지 이어질 경우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부실이 확대되고, 한계기업의 연체 역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기준금리가 오르고 주가 등 자산가격 조정이 발생할 경우 가계대출 연체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면서 "기업대출도 한계기업 부실이 현실화하면서 연체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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