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메탄올이 차세대 선박 연료로 주목받았지만, 최근 선사들의 발주는 LNG 추진선에 집중되고 있다. 친환경성 못지않게 연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선박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박을 운용하는 동안 연료 공급과 환경규제 변화에 대비해 다른 연료도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설계하는 기술도 중요해지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탄올 추진선 발주가 늘어난 배경에는 연료를 보관하기 쉽고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메탄올은 상온에서 액체로 저장할 수 있어 기존 액체연료 저장·운송시설을 일부 활용할 수 있다. 바이오메탄올이나 재생에너지 기반 e-메탄올을 사용하면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다.
노르웨이선급(DNV)에 따르면,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메탄올 추진선 발주는 2022년 35척에서 2023년 138척으로 급증해 LNG 추진선 130척을 앞섰다. 그러나 2024년 LNG 추진선이 264척 발주되며 메탄올 추진선 149척을 다시 앞지른 데 이어 지난해에도 LNG 추진선 188척, 메탄올 추진선 61척으로 격차가 이어졌다.
특히 올해 상반기 LNG와 기존 선박용 연료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LNG 이중연료선’은 73척 발주된 반면, 메탄올 추진선은 2척에 그쳐 최근 선박 발주가 LNG 추진선에 집중되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졌다.
선사들이 LNG 추진선을 선택하는 주요 배경은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실제 선박 운항을 통해 관련 기술이 검증됐기 때문이다. 국제 해운산업 민간단체인 국제해운회의소(ICS)도 세계 선사들이 친환경 선박 투자를 결정할 때 연료 가격과 공급 가능성을 핵심 요소로 꼽고 있다.
실제로 LNG는 메탄올이나 암모니아보다 상용 공급망이 넓게 구축돼 있다. 국제산업연합체 (SEA-LNG)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 세계에서 LNG 추진선에 연료를 공급하는 벙커링선은 67척이 운항 중이며 42척이 추가로 발주돼 있다.
또한 LNG 추진선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하는 LNG 이중연료선은 LNG를 공급받을 수 있는 항만에서는 벙커링선을 통해 연료를 채우고, 공급이 어려운 항만이나 항로에서는 저유황유 또는 선박용 경유를 사용할 수 있다. 선사 입장에서는 연료 공급 상황에 따라 두 연료를 선택할 수 있어 운항 차질을 줄일 수 있다.
반면 메탄올 추진선으로 온실가스를 실질적으로 줄이려면 바이오메탄올이나 e-메탄올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연료는 아직 생산량과 공급 항만이 제한적이고 가격도 높다. 현재 세계에서 생산되는 메탄올 대부분은 천연가스나 석탄으로 만든 화석연료 기반 제품이다.
화석 메탄올도 기존 선박용 중유보다 황산화물과 미세먼지 배출을 줄일 수 있지만, 연료 생산부터 선박 운항까지 고려하면 탄소중립 연료로 보기 어렵다. 메탄올 추진선의 기술적 장점이 실제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
최근 발주가 늘어난 LNG도 완전한 친환경 연료는 아니다. 메탄이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일부는 타지 않은 채 대기로 빠져나가는 ‘메탄 슬립’ 문제도 남아 있다.
이처럼 메탄올과 LNG 모두 한계가 있는 데다 선박은 건조된 뒤 20년 이상 운항한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현재 LNG를 사용하면서도 향후 규제와 공급 여건에 맞춰 메탄올이나 암모니아를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설계한 ‘대체연료 준비선박’을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한화오션이 지난해 9월 대만 양밍해운에서 수주한 컨테이너선 7척이 대표적이다. 이 선박들은 LNG와 기존 연료를 사용하지만, 향후 엔진과 탱크 등을 개조해 암모니아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공간과 구조를 설계에 반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선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한국 조선산업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조선소의 수주잔량 가운데 대체연료선 비중은 62.6%로 세계 평균인 28.8%보다 높다. 기존 연료 선박 가운데 상당수에도 대체연료 준비설계가 적용됐다.
특히 대체연료 준비설계는 향후 엔진과 연료탱크 등을 개조해 다른 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로이드선급도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를 위해 관련 기술과 조선소의 시설·작업 능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외 조선·해운업계도 향후 연료 선택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해 실제 선박 개조 역량에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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