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韓美 AI 동맹, '투자 발표' 넘어 공급망 재편 신호탄…한국, AI 생산기지 시험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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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韓美 AI 동맹, '투자 발표' 넘어 공급망 재편 신호탄…한국, AI 생산기지 시험대 올랐다

비즈니스플러스 2026-07-25 21:42: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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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램프 레스토랑에서 열린 글로벌 AI 리더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 회장,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하드웨어 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이재명 대통령,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램프 레스토랑에서 열린 글로벌 AI 리더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 회장,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하드웨어 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이재명 대통령,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미국 주요 기업들의 초대형 AI 협력이 단순한 투자 발표를 넘어 글로벌 AI 공급망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기지였던 한국이 AI 인프라와 제조, 서비스가 결합된 'AI 생산 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지 여부가 이번 협력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은 단순한 경제행사가 아니었다. 글로벌 AI 산업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미국 빅테크와 한국 대표 기업들이 한 자리에 모여 향후 수년간의 투자와 공급망 전략을 동시에 공개했다는 점에서 AI 산업의 새로운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발표한 협력 규모는 약 9500억달러(약 1390조원). 삼성전자와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 등 국내 대표 기업과 엔비디아, 브로드컴, 오픈AI, 앤트로픽,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AI 기업들이 반도체 공급망부터 AI 데이터센터, AI 팩토리, 로보틱스, 자율주행까지 전방위 협력에 나선다.

이번 발표는 지난달 정부가 제시한 '3대 AI 메가프로젝트'를 산업 현장에서 구체화하기 위한 첫 실행 단계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번 협력에서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AI 산업의 중심축이 반도체 단품 경쟁에서 전체 공급망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성형 AI 초기에는 엔비디아 GPU 확보가 경쟁력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GPU뿐 아니라 △HBM 공급 △파운드리 생산 △데이터센터 구축△전력 확보 △AI 모델 운영 △기업용 AI 서비스 △로봇과 자율주행까지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되고 있다.

이번 협약 역시 이러한 흐름을 그대로 반영한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AI 공급망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미국 빅테크는 AI 모델과 플랫폼, GPU 생태계를 제공하는 구조다.

AI 시대 공급망을 둘러싼 한미 간 역할 분담이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기업별 전략도 명확하게 구분된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과 2030년까지 약 2000억달러 규모의 AI 메모리 및 첨단 파운드리 협력을 추진한다. 브로드컴이 설계하는 AI 가속기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를 공급하는 동시에 첨단 공정을 활용한 AI 칩 생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메모리 공급 계약을 넘어 AI 반도체 제조 생태계 전체를 함께 구축하는 성격이 강하다.

삼성SDS 역시 앤트로픽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기업용 생성형 AI 시장 공략에 나섰다. 공동 마케팅과 기술검증(PoC), 신규 사업 발굴뿐 아니라 클로드 구축과 운영을 담당할 응용형 AI 엔지니어 양성까지 포함했다. AI 모델 자체보다 기업 환경에 실제 적용하는 역량이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상황을 반영한 행보다. 현재 삼성SDS는 삼성 관계사 20곳, 약 7만명에게 클로드 엔터프라이즈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내부 운영 경험을 외부 기업 고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SK그룹은 AI 인프라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 엔비디아와 5000억달러 이상 규모의 포괄적 협력을 추진하며 국내 2GW 규모 AI 클라우드와 AI 팩토리 구축에 나선다. AI 팩토리에는 엔비디아 DSX 플랫폼과 SK하이닉스 HBM4가 적용된 차세대 AI 컴퓨팅 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장기 HBM 공급 계약을 기반으로 AI 메모리 분야의 우위를 더욱 강화하게 된다.

네이버는 이번 협력에서 AI 인프라 운영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존 55MW 규모였던 AI 팩토리 구축 계획을 200MW로 확대했고, 장기적으로는 1GW까지 늘리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엔비디아의 투자와 브룩필드의 자금 지원이 결합되면서 민간 AI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네이버는 AI 인프라뿐 아니라 AI 에이전트, 오픈모델, 피지컬 AI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한다. 이는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중심으로 추진해 온 소버린 AI 전략을 글로벌 AI 생태계와 연결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제조기업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피지컬 AI 전략을 제시했다. 엔비디아와 로봇 레퍼런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웨이모와 자율주행 협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새만금 AI 밸리 등을 중심으로 국내 피지컬 AI 산업 기반 조성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AI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제조와 로봇 산업으로 확산되는 흐름을 겨냥한 전략이다.

이번 협력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변수는 전력이다. 정부가 제시한 AI 데이터센터 규모는 약 5GW에 달한다.

이는 원전 여러 기에 맞먹는 수준의 전력이 필요한 규모다. 전력망 확충과 송전망 구축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AI 데이터센터 투자도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허가 절차 역시 변수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용수, 통신 인프라가 동시에 확보돼야 하는 만큼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 간 규제 조율이 필수적이다.

전문 인력 부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AI 모델을 개발하는 연구자뿐 아니라 실제 기업 환경에서 AI를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는 응용형 AI 엔지니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삼성SDS가 별도의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산업 수요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행사에서 눈길을 끈 또 다른 장면은 글로벌 AI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혹 탄 브로드컴 CEO,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가 동시에 참석했고, 사티아 나델라 MS CEO도 영상으로 참여했다.

세계 AI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단일 국가와 공급망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집결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AI 경쟁이 개별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단위 공급망과 산업 생태계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AI 모델과 플랫폼 경쟁력을, 한국은 반도체와 제조 경쟁력을 각각 결합하는 방식으로 상호 보완적 협력 구조를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다만 이번 발표가 곧바로 대규모 경제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번에 공개된 협력에는 투자 계획과 공급 계약, 전략적 업무협약(MOU), 의향서(LOI), 공동 개발 계획 등이 함께 포함돼 있다. 실제 투자 집행 시기와 규모는 개별 프로젝트의 사업성, 계약 체결, 인허가, 시장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의 성패는 발표 규모가 아니라 실행력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은 반도체, 전력,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제조업이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복합 산업이라 어느 하나라도 제때 갖춰지지 않으면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와 제조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AI 시대의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 속도와 규제 개선, 전문 인력 확보, 안정적인 전력 공급까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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