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공지능(AI) 경쟁이 기술 개발을 넘어 초대형 인프라 구축 경쟁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SK그룹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AI 생태계 협력 확대에 나섰다. 단순한 기술 제휴를 넘어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차세대 컴퓨팅 인프라를 하나의 공급망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국내 AI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협력은 정부가 추진 중인 AI 메가 프로젝트와도 맞물려 민간 투자와 국가 전략이 동시에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AI 기술 소비국을 넘어 인프라 공급국으로 역할을 확대할 수 있을지가 향후 경쟁력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경쟁의 중심축은 '모델'에서 '인프라'로
생성형 AI 확산 이후 글로벌 빅테크들의 경쟁 구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성능 경쟁을 넘어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전력, 네트워크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SK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K-AI Summit'을 계기로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앤트로픽 등과 AI 인프라 분야 협력에 뜻을 모았다. 별도 회동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국내 AI 데이터센터 협력 확대 방안도 논의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개별 기업 간 계약을 넘어 글로벌 AI 공급망 안에서 한국 기업들의 역할을 확대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AI 팩토리 구축…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추진
이번 협력의 중심에는 엔비디아와의 AI 인프라 프로젝트가 자리하고 있다.
SK그룹은 AI 데이터센터와 AI 메모리 공급을 포함하는 포괄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하고 관련 의향서를 체결했다.
SK텔레콤은 국내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 사업에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플랫폼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여기에 SK하이닉스의 차세대 HBM 메모리를 결합해 AI 학습과 추론, 기업용 AI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고성능 AI 컴퓨팅 환경을 단계적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 수요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 인프라 수요에도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AI 산업에서는 컴퓨팅 성능이 곧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만큼, 대규모 AI 팩토리 구축은 향후 산업 생태계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 AI 메모리 공급망 확대
AI 시대의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중심으로 한 협력도 더욱 확대된다.
SK하이닉스는 기존 기술 협력을 이어온 엔비디아와 차세대 AI 메모리 분야 협력을 지속하는 한편, AI 서비스 확대에 맞춰 메모리 공급 체계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대규모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에는 기존 서버보다 훨씬 높은 성능의 메모리가 요구된다. 이에 따라 AI 메모리 공급 능력은 향후 AI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메모리 수요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장기 공급 체계 구축이 양측 모두에게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서버 메모리 협력 강화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도 AI 서버용 메모리 분야에서 중장기 협력에 나선다.
양사는 AI 데이터센터에 적용되는 서버 메모리를 공동으로 검증하고 AI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메모리 솔루션을 함께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AI 서비스 이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클라우드 기업들의 서버 투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메모리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센터 협력도 확대…AWS·앤트로픽과 연결
AI 생태계에서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협력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SK텔레콤은 AI 기업 앤트로픽과 국내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협력 체계를 마련했다. 양측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과정에서 기술과 운영 분야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AWS와도 기존 울산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국내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운영 역량과 글로벌 클라우드 기술을 결합해 장기적으로 컴퓨팅 용량을 확대하는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데이터센터는 AI 서비스의 핵심 기반 시설인 만큼 향후 국내 AI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AI 프로젝트와 민간 투자 맞물려
이번 협력은 정부가 추진 중인 AI 메가 프로젝트와도 연결된다.
정부는 전국 단위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반도체 생산 기반 확대, AI 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며, 민간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역시 이러한 정책과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민간 기업이 글로벌 기술기업과 협력하고 정부가 제도와 인프라를 지원하는 구조가 정착될 경우 한국 AI 산업의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막대한 전력 수요와 투자 재원 마련, 전문 인력 확보, 규제 개선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최태원 회장 "AI 인프라가 미래 성장의 핵심"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번 행사에서 AI 산업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앞으로 더 큰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AI 인프라 확대와 메모리 생산 능력 강화가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된다고 강조하면서 AI를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AI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국가로 도약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AI 네이티브 국가 구현과 데이터센터 확충, AI 거버넌스 구축 등을 향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글로벌 AI 산업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산업계에서는 AI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를 동시에 확보하는 국가가 글로벌 AI 공급망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번 SK의 글로벌 협력 확대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AI 산업의 전략적 입지를 넓히려는 행보로 평가된다.
[폴리뉴스 정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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