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사람을 남기는 설계의 힘, ‘보험 하면 이선경’
- 무너진 삶을 지나 다시 만난 보험, 사람을 먼저 바라보다
- 소개와 유지, 그리고 후배 육성으로 이어지는 ‘오래가는 방식’
보험은 누구나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보험이 어떤 순간에 누구의 삶에 필요하게 되는지까지 충분히 설명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관계 때문에 시작된 계약, 감당할 수 있는지 따져보지 못한 납입은 결국 상품보다 사람에 대한 불신을 남기기도 한다. 그래서 보험에서 더 중요한 것은 많이 권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형편과 이후의 생활까지 함께 살펴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선경 ICG제주 실장의 이야기가 눈길을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빠른 성과와 깊은 상처, 삶이 뿌리째 흔들렸던 시간과 다시 돌아온 시간을 모두 지나며 보험을 바라보는 기준을 바꿨다. 그저 많이 판매하는 행위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더 무리하게 권하지 않는 것으로 말이다. 이슈메이커가 이선경 실장의 삶과 일을 대하는 방식을 자세히 들여다본 이유다.
꿈보다 먼저 접한 가혹한 생활의 무게
누군가에게 보험은 상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인생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 중요한 의미가 된다. ICG제주의 이선경 실장이 보험을 처음 그렇게 받아들인 것은 이 무렵이었다. 서울의 예술학교에서 광고사진을 공부하던 그녀는 IMF를 지나며 집안 형편이 급격히 기울었고, 대학 진학보다 생계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 실장은 “원래는 학교를 마치고 자연스럽게 진학하는 흐름을 생각했는데, 그때 집안이 너무 어려워지면서 바로 경제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시간 이후로 그녀의 인생 속도는 또래와 다르게 흘렀다. 고등학교에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했고, 사진 관련 회사에 들어가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일선에서 몇 년을 버텼지만,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직급은 올라가도 월급은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았고, 젊은 나이에 짊어져야 할 현실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그럼에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오던 그녀였지만, 어느 날 예고 없이 찾아온 아버지와의 작별은 그녀가 보험을 다시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갑작스러운 상실 앞에서 슬퍼할 틈도 없이 장례와 빚부터 감당해야 했던 그때 어머니가 가입해 둔 종신보험에서 나온 보험금은 남겨진 가족에게 실낱같은 힘이 됐다. 이 실장은 “보험금으로 장례를 치르고 급한 일들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보험이 단순한 서류가 아니라 남은 사람에게는 정말 현실이 될 수 있겠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경험은 이후 그녀의 진로를 바꿨다. 보험을 막연한 상품으로 보기보다, 삶이 흔들리는 순간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장치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 실장의 보험은 삶의 무게를 먼저 겪은 사람이, 그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일이 무엇인지 현실에서 배운 뒤 선택한 일이었다.
숫자로는 설명되지 않는 보험의 세계
보험업에 들어선 뒤 이선경 실장은 빠르게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콜센터에서 일을 시작해 자동차보험과 운전자보험, 화재보험, 실손보험 등을 다루며 감각을 익혔고, 이후 생명보험사 조직으로 옮기면서 수입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또래보다 훨씬 많은 급여를 받았고, 어린 나이에 성과를 내는 사람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앞만 보고 뛰었고, 돈을 버는 일이 곧 자신을 증명하는 일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고, 또래와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는 사실에 보상 심리도 존재했던 만큼 더 빨리 인정받고 싶었다. 보험은 그런 마음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실적은 곧 숫자로 드러났고, 수입은 바로 생활을 바꿨다. 이 실장은 “그때는 내가 열심히 하면 정말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빠른 성과가 오래가는 기준으로 충족되지는 않았다. 계약을 성사시키는 일과 그 관계를 끝까지 책임지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였기 때문이다. 자신은 필요한 보장을 고민해 설계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전혀 다른 반응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가입할 때와 유지할 때의 태도가 달라지는 일, 설계사의 설명보다 결과만 남겨두고 원망이 앞서는 일도 있었다. 이 실장은 “저는 이분에게 최선의 상품을 설계해 드린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다른 말로 돌아올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때 사람 일은 정말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게 됐었죠”라고 말했다.
젊은 여성 설계사로 일하며 겪은 시선도 가볍지 않았다. 당시에는 실력으로 인정받기보다 불필요한 친밀감을 요구하는 태도와 마주하는 일이 업계에 빈번했었다. 이 실장 역시 이런 경험을 지속해서 마주하며 일을 계속해 나가는 데 적지 않은 상처로 남았다. 그래서 이 시기를 거치며 높은 실적만으로는 오래 갈 수 없다는 사실을 더 분명히 배웠다. 실적은 빨리 쌓일 수 있어도, 사람과 관계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다. 쉼 없이 빠르게 올라갔던 시간은 지금의 자신을 완성해 가는 밑바탕으로 남았다.
다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준 ‘제주’
삶은 늘 노를 젓는 속도대로만 흘러가지 않았다. 보험업계에서 빠르게 성과를 내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 흐름이 오래 이어지지는 못했다. 관계와 인식이라는 벽 앞에서 큰 충격을 겪은 뒤 그녀는 한 차례 현장을 떠나 다시 TM 업계로 돌아왔고, 이후 배우자를 만나 결혼했다. 그러나 새로운 삶은 곧 또 다른 위기를 마주하게 된다. 배우자가 시작한 사업이 기울기 시작했고, 둘째를 낳은 직후에는 살림 전체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만큼 형편이 무거워졌다. 이선경 실장이 제주로 내려간 시기는 바로 그때였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났다기보다, 서울에서 더는 버틸 수 없다고 느낀 끝에 삶을 다시 붙들기 위해 자리를 옮긴 시간에 가까웠다. 그녀는 “제주가 좋아서 내려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시에는 정말 살아야 하기에 숨구멍을 찾아 떠난 것이었어요”라고 회상했다.
제주에서의 시작은 역시나 넉넉함과 거리가 멀었다. 방 한 칸짜리 연세방(보증금과 함께 1년 치 월세를 한 번에 선불로 납부하는 임대차 계약 방식)에서 어린 두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 생활은 빠듯했고, 마음도 닫혀 있었다. 사람을 만나는 일조차 버거웠고, 스스로도 누군가를 마주할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었다. 이 실장은 “그때는 제 마음이 너무 꼬여 있어서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힘들었어요. 일부러 더 숨어서 지내기도 했었죠”라고 털어놓았다. 이전까지 앞만 보고 달리던 사람에게 그 시간은 멈춤이 아니라, 더는 예전 방식으로 살아갈 수 없으리라는 절망에 휩싸인 시간이었다.
그렇게 3년의 세월이 흘렀다. 겉으로는 공백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삶의 호흡을 다시 맞추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을 키우며 하루를 버티고, 무너진 마음을 추슬렀다.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됐고, 가장 어려운 시기였지만, 오히려 그때 배우자와는 더 많이 의지하며 지내게 됐다. 이 실장에게 제주에서의 3년은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었다. 성과를 내고 앞서가던 시절에는 보지 못했던 삶의 바닥을 지나며, 사람을 쉽게 판단할 수 없게 된 시간이었고, 다시 일할 수 있는 마음을 천천히 되찾은 시간이었다.
욕심을 줄이자 펼쳐진 더 넓은 세상
다시 용기를 내어 보험 영업 현장으로 돌아왔을 때, 이선경 실장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일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한때는 빠르게 계약을 성사시키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 일이 중요했던 그녀였지만, 삶이 한 번 크게 흔들리고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 뒤에는 기준이 달라져 있었다. 이제 그녀에게 보험은 얼마나 많이 권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람에게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것을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먼저 살피는 일이 됐다. 이 실장은 “다시 시작할 때는 예전처럼 무조건 밀어붙이는 식으로는 못 하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라며 “정말 필요한 것을 바라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라고 말했다.
제주에서 다시 일을 시작하는 과정도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곧바로 영업 현장에 나선 것이 아니라 사무 보조의 역할부터 맡으며 다시 흐름을 익혀야 했다.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있던 그녀였기에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고, 추천을 통해 다시 영업 코드를 받고 현장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때부터 천천히 고객을 다시 만나기 시작했고, 예전처럼 속도를 내기보다 한 걸음씩 감각을 확인해 가는 방향으로 다가갔다.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제주라는 지역의 특성이었다. 보험이 상품 이전에 사람 관계 안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고, 그만큼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유지 여부만 고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걸 계속 가져가야 하느냐’, ‘이 보험이 내게 맞는 거냐’라는 질문을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 실장은 설계사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이 실장은 “막상 만나 보면 본인이 무엇을 가입했는지도 잘 모르고 계신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럴 때는 무언가를 더 권하는 것보다, 지금 가지고 있는 상품부터 함께 살펴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어요”라며 “누군가에게는 몇만 원의 보험 상품이 작은 돈일 수 있어도 어떤 집에는 큰돈일 수 있어요. 저는 그걸 생각하지 않고는 설계를 이어갈 수 없더라고요”라고 전했다.
실제로 기자가 느낀 그녀의 말 가운데 가장 오래 남는 건 설계의 기준을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그녀는 고객을 만날 때마다 ‘내 가족이면 어떻게 할까’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의 이 실장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것은 새로운 상품이나 시스템이 아니다. 많이 권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리하게 권하지 않는 사람. 그 기준이 제주에서 다시 시작한 그녀의 보험을 이전과는 다른 결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고객과 후배 모두에게 남는 사람
이선경 실장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더 많은 계약, 더 큰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고객들과 함께할 수 있는 방식을 지켜가는 일에 가깝다. 한때는 실적이 먼저였고, 빠르게 올라가는 속도가 중요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의 그녀는 그 방식이 사람을 오래 남게 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실장의 업무는 예전보다 훨씬 차분하다. 한 번 만난 고객과의 관계를 오래 가져가고, 소개로 이어진 사람을 성급하게 대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흐름을 유지하는 쪽에 더 가깝다.
이 대목에서 함께 눈에 들어오는 것은 후배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다. 이선경 실장은 자신이 어렵게 익힌 것들을 혼자만 쥐고 있으려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돌아갔던 길을 그대로 반복하게 하고 싶지 않아 하는 쪽에 가깝다. 보장 분석을 함께 봐주고, 약관을 해석하는 법을 알려주며, 말 한마디를 어떻게 꺼내야 하는지도 세심하게 짚는다. 그녀가 후배들에게 가장 자주 강조하는 것도 결국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다. 보험은 설명만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고, 많이 말한다고 설득되는 일도 아니라는 걸 그녀는 이미 오래전에 배웠다. 그래서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도 성급하게 욕심내지 말라고 말한다. 당장 크게 벌겠다는 마음보다,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말로 천천히 설명하고, 스스로도 흔들리지 않을 기준을 먼저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의 이 실장은 단순히 보험을 잘하는 사람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한 번 무너진 시간을 지나며 자기 기준을 다시 정리했고, 지금은 그 기준으로 고객을 만나고 후배를 돕고 있다. 많이 가져가는 사람보다 오래 일하는 사람, 순간의 성과보다 사람을 남기는 사람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이 실장의 현재는 더 분명해진다. 자신의 일만 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 방식이 누군가에게도 길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 지금 그녀가 만드는 인생의 다음 챕터는 실적의 확장이 아니라, 기준의 확장에 더 가까워져 있다.
보험은 숫자로 성과를 증명할 수 있는 일이지만, 오래 남는 설계사는 결국 사람을 어떻게 대했는가에서 갈린다. 그런 점에서 이선경 실장의 강점은 상품을 많이 권하는 데 있지 않다. 삶이 흔들리는 자리를 여러 번 지나온 사람답게, 상대의 형편과 이후의 생활까지 함께 보려는 시선이 분명히 자리한다. 제주에서 다시 시작한 보험이 이전과 다른 결을 갖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으로 이 실장에게 기대되는 지점 역시 이와 같다. 실적의 크기보다 신뢰의 폭을 넓히는 사람, 후배들에게도 오래 일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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