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2000억달러 규모의 ‘AI 반도체 동맹’을 맺는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부터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파운드리 공정, 첨단 패키징까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역량을 총동원해 브로드컴의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와 통신용 반도체 생산을 지원한다.
엔비디아의 범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보완하려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자체 AI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결합한 ‘원스톱 턴키’ 전략으로 AI 반도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브로드컴과 차세대 AI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체결식에는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과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양사 경영진과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향후 5년간 메모리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2000억달러 이상의 전략적 협력을 추진한다. 한화로는 약 290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다만 이번 협약은 개별 제품의 공급 물량과 가격을 확정한 계약이 아닌 MOU다. 실제 매출은 향후 고객사의 제품 개발 일정과 공정 채택 여부, 양산 규모 등에 따라 단계적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HBM4로 브로드컴 AI 가속기 지원
양사 협력의 핵심은 브로드컴이 설계하는 커스텀 AI 가속기다. 최근 구글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낮추고 서비스 특성에 맞는 자체 주문형반도체(ASIC)를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브로드컴은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AI 가속기와 네트워크 반도체를 설계하는 커스텀 반도체 분야의 강자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의 설계 역량에 HBM과 파운드리, 패키징 기술을 결합해 차세대 AI 반도체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의 HBM4와 HBM4E 등 차세대 제품이 브로드컴의 AI 가속기에 공급될 예정이다. AI 가속기는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만큼 연산용 칩과 HBM을 하나의 시스템처럼 연결하는 기술이 성능을 좌우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1c D램과 4나노 베이스다이 기술을 적용한 HBM4를 양산 출하했으며, 5월에는 HBM4E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높은 대역폭과 전력 효율, 신뢰성을 앞세워 자사 HBM을 브로드컴의 차세대 AI 가속기 핵심 메모리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공급이 본격화될 경우 엔비디아 중심으로 형성된 HBM 고객 구조를 빅테크의 자체 AI 반도체 시장으로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나노 이하 공정으로 통신칩 양산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브로드컴의 차세대 통신용 반도체와 AI 관련 제품에 삼성전자의 2나노 이하 첨단 공정을 적용한다.
AI 데이터센터에서는 가속기의 연산 성능뿐 아니라 서버와 서버, 가속기와 가속기 사이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전송하는 네트워크 반도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브로드컴은 이더넷 스위치와 네트워크 인터페이스 등 데이터센터 통신용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기반으로 브로드컴 제품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이고,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활용해 AI 가속기와 HBM을 하나의 고성능 시스템으로 구현할 계획이다.
반도체 설계와 공정을 함께 최적화하는 초기 단계부터 칩 설계, 웨이퍼 생산, 첨단 패키징, 양산까지 전 과정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칩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 사업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고객사가 메모리와 로직 반도체, 패키징 업체를 각각 선정하지 않고 삼성전자와의 협력만으로 AI 반도체 생산 전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 반도체 ‘통합 솔루션’ 시험대
이번 협약은 삼성전자가 추진해 온 통합 반도체 전략의 경쟁력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AI 반도체의 성능 경쟁이 개별 칩의 미세공정에서 메모리와 로직, 패키징을 함께 설계하는 시스템 단위 경쟁으로 확장되면서 삼성전자가 보유한 종합 반도체 사업 구조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브로드컴과의 협력이 실제 대규모 양산으로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는 HBM 고객 기반 확대와 파운드리 첨단공정 수주, 패키징 물량 확보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선두 업체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대형 고객을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은 “AI 시대에는 메모리와 로직, 첨단 패키징이 긴밀하게 통합된 반도체 솔루션이 중요하다”며 “브로드컴과의 협력을 확대해 미래 AI 인프라 발전을 가속하고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찰리 카와스 브로드컴 반도체솔루션그룹 사장은 “AI 인프라가 빠르게 확장되면서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다양해지는 시장 요구에 최적화된 차세대 솔루션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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