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재 과정서 여러 차례 어려움 겪어…'중대한 경계 변경' 한국 첫 사례
기존 1단계보다 면적 22% 넓어져…"남아있는 갯벌 더 관심 가져야"
(부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한반도 서남해안을 따라 자리한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오르기까지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25일 국가유산청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갯벌이 세계유산 대표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첫걸음을 내디딘 건 2010년이다.
국가유산청의 전신인 문화재청은 당시 전남 순천·보성·무안·신안, 전북 고창·부안 지역의 갯벌을 묶어 세계유산 예비 목록인 잠정목록에 올렸다.
이후 지역 주민 의견, 유산의 특성 등을 고려해 서천 갯벌, 고창 갯벌, 신안 갯벌, 보성-순천 갯벌 등 4곳으로 후보를 추렸고, 2017년 등재 신청 대상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8년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한 등재 신청서는 검토 과정에서 '반려' 판정을 받았다.
한국 정부가 자문기구의 평가 결과가 좋지 않아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자진 철회한 사례는 있었으나, 신청서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반려된 건 처음이었다.
당시 세계유산센터는 지도 축척이 작아 세계유산으로 신청한 구역을 명확히 알기 어렵고, 보존·관리 주체가 기술돼 있지 않다는 점 등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남해안갯벌추진단이 중심이 돼 국내외 전문가와 논의하며 신청 서류를 보완했고, 2019년에 다시 한번 등재 신청서를 내며 '재도전'에 나섰다.
본격적인 심사를 앞두고 발목을 잡은 건 전 지구를 휩쓴 팬데믹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세계유산 등재 및 보존 현황을 논의하는 세계유산위원회 자체가 1년 연기됐고, 심사 과정도 늦어졌다.
오랜 기다림 끝에 받아 든 평가 결과는 '반려'.
자연유산 분야 자문기구인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한국의 갯벌이 철새가 오가는 중요한 기착지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유산 구역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자문기구의 평가 결과는 등재 권고, 보류, 반려, 등재 불가로 나뉜다.
사실상 불합격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국가유산청은 신청을 철회하는 대신 두 달 남짓한 기간에 가능한 모든 것을 하겠다며 '정면 돌파' 전략을 택했다.
여성희 당시 세계유산정책과장, 박지영 사무관, 박영록 학예연구사(현재 학예연구관)는 21개 위원국의 동향을 살피며 지지 교섭 활동을 준비했다.
그와 함께 한국의 갯벌 범위와 대상을 넓히는 이른바 '확대 등재'를 준비했다.
이들은 갯벌과 인접한 지자체를 찾아가 참여해달라고 요청했고, 온라인으로 화상 회의를 이어가며 한반도 갯벌의 가치와 등재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 결과, 2021년 한국의 갯벌은 한국의 15번째 세계유산이 될 수 있었다.
여러 차례 위기에도 극적인 '뒤집기'로 등재에 성공했던 만큼, 올해 충남 서산과 전남 여수·고흥·무안의 갯벌을 추가해 기존 유산을 확대 등재한 의미는 남다르다.
한국의 세계유산 가운데 경계를 대폭 수정하는 '중대한 경계 변경'(Significant modifications to the boundaries)에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IUCN은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평가 결과를 설명하면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추진된 확대 등재"라며 높이 평가했다.
팀 배드만 IUCN 보호보전유산지역국장은 "기존의 유산 구역과 비교하면 면적이 22% 증가했다"며 "생물다양성과 서식지로서의 기능을 고려해도 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세계유산 등재를 이끌었던 문경오 유네스코 국제보호지역 글로벌 연구훈련센터(GCIDA) 부센터장은 "IUCN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확대 등재 사례"라고 평가했다.
문 부센터장은 "다른 나라에서는 기존에 보호지역으로 지정·관리하던 구역을 추가 등재하는 식이지만, 한국은 완전성에 부합하는 지역을 확대하고, 세계유산에 새롭게 등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부센터장은 향후 과제로 "남아있는 갯벌"의 확대 등재를 꼽으며 "국가유산이나 환경 분야를 떠나 사회 전반적으로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IUCN 측은 "향후 지역사회의 지지가 확보된다면 추가 확장을 추진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며 "연속 유산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종착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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